北송금 특검연장과 DJ조사 긍정적 시각 - 제성호
	2003-06-17
北송금 특검연장과 DJ조사 긍정적 시각 - 법 앞에선 성역 없어야 대북 송금 특검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달으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수사기간 연장, 사법처리의 대상 및 범위 등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여론도 분열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수사에는 성역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전직 대통령들도 범죄행위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경우 수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의 대원칙이나 전직 대통령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보더라도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예외를 인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전직 대통령의 예우 차원에서 법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방문수사, 서면조사 등 합리적인 수사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통치행위론 내지 국익론을 내세우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극력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통치행위론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인정될 법한 논리이며, 오늘의 민주화 시대에는 맞지 않는 것이다. 설령 우리 법 체계 내에서 통치행위론을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사법처리 제외의 특례는 최고통치권자가 문제의 국가행위를 직접 한 경우에만 인정된다. 하지만 불법적인 자금 조성·대출과 대북송금, 그리고 이 과정에서 권력 엘리트의 외압(직권남용)이 통치행위가 된다는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만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통치행위론을 원용하려 한다면, 불가불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철저한 수사 혹은 사법적 심사를 선행해야 한다. 국익론도 실체적 진실을 파악한 연후라야 고려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 수사 기간의 연장 또한 현단계에서 피할 수 없는 당연한 요구라 하겠다. 현재 송두환 특검팀은 총 40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으나, 실질적인 수사 전문인력은 4명(수사담당 특검보, 부장검사 1명, 파견검사 2명)에 불과하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옷로비 특검이나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특검처럼 검찰에서 아무런 수사 기록도 넘겨받지 못하고 완전히 무(無)의 상태에서 수사를 시작했다. 지난 정권 말기 권력 수뇌부의 수사중단 지시 때문이었다. 전직 베테랑 검사에 따르면, 수억원대의 일반 경제사범을 수사하더라도 최소 1∼2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수천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돈이 북한에 건네진 이번 사건의 수사를 극소수의 제한된 인원으로 70일 안에 마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특검팀이 수사한 대상은 대략 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기소 대상을 정하고 정식재판에 회부하려면 보강수사가 필요하다. 서로 엇갈리는 진술을 한 당사자들을 다시 소환해 대질신문을 하고, 신빙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황을 보다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 이를 감당하기에는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수사기간은 절대로 부족하다. 근자에 현대측의 대북 송금 외에 별도로 대규모의 뒷돈이 북한에 건네졌다는 소문이 세간에 퍼지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추가적인 대북 뒷거래 의혹이 있다면, 이것 또한 밝혀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도 특검의 수사기간은 마땅히 연장해야 한다. 사법 처리의 수위와 관련, 특검팀은 어디까지나 검사로서의 권한과 본분에 충실하면 된다. 범법 사실이 밝혀지면 그 누구라도 예외 없이 기소해야 한다. 이후 형사 처벌 여부와 선고 형량은 사법부가 판단, 결정할 사항이다. 그럼에도 최근 특검수사에 제약을 가하려는 정치권의 조직적 움직임, 특히 김 전 대통령의 조사와 수사기간 연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는 투의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검 수용이라는 개혁 조치를 퇴색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사기간 연장은 특검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이번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국기(國基) 문란적인 대북 뒷거래 관행을 근절하고 정당하고 투명한 남북교류협력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아마도 이것이야말로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함께 노무현정부가 임기 내에 이룩해야 할 가장 중요한 대북사업이 아닐까. 국민의 정부는 일부 통치 엘리트의 정치적 판단을 과신한 반면, 국민의 힘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했다. 참여정부는 이러한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될 것이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3. 6. 1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