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각오로 국정쇄신을 - 김석준
	2003-05-29
새 각오로 국정쇄신을 -盧대통령의 회견을 보고 개인의혹과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긴급회견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집권말기에는 반드시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눈물까지 흘리면서 사과하는 모습을 이미 여러 차례 보아왔던 만큼 대통령의 직접 해명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정치인은 누구나 의혹이 있으면 떳떳하게 해명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취임 초기인 대통령이 국정의 비전이나 개혁청사진을 당당하게 밝혀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 의혹에 발목이 잡혀 고개 숙여 사과해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나 가슴아프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의혹을 밝히는 것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자신의 도덕성과 주변 인사들의 무고함을 밝혀 국민들의 폭 넓은 이해를 구하고, 정치권이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의 민생정치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충정을 보인 점이다. 그럼에도 의도와는 달리 더 큰 문제점을 유발하여 대통령직의 중차대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이번 회견은 많은 후유증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첫째, 해명이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부족했다. 이미 언론에서 제기한 거제 국립공원내 별정 허가, 장수천 빚 갚은 돈의 출처, 리스 대출연장 관련 청탁압력 여부, 건평씨 상가와 땅 4건 구입 자금원, 연륙교 정보입수와 투기의혹, 실제 소유주와 등기부상의 차이, 대통령의 말 바꾸기, 부동산 구입자 딸의 청와대 근무, 안희정씨가 받은 3억 9000만원의 용도 등의 의혹해소에 역부족이다. 둘째, 객관적인 증거의 제시 없이 스스로 예단하여 여러 차례 '잘못이 없고, 당당하다'고 한 점은 왜 사과를 하고 해명을 해야만 했는지 의아하게 했다. 잘못이 없으면 사과할 필요도 없고 참모들이 객관적인 소명자료를 발표하면 될 일이다. 의혹은 정확한 사실만이 해소할 수 있다. 셋째, 사실에 대한 수긍이 없는 상태에서의 해명 강요는 권력자의 오만과 직권남용으로 비칠 수 있다. 이미 파격인사나 친운동권 갈등타결방식을 통해 '옹고집'과 '도덕적 오만'이 비판받은 만큼 이번 해명도 그 연장선 위에 있는 셈이다. 검찰이나 특검이 객관적으로 밝혀야 할 사실을 자신이 '문제없음'으로 공표하는 것은 검찰 등 국가기관이나 국민에게 강요하는 행위로 비친다. 대통령 취임 3개월만에 대국민 사과를 한 명예롭지 못한 첫 기록을 세운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부터라도 새로운 각오로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 더 이상 시행착오는 대통령이나 정부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재앙일 뿐이다. 이미 민생파탄, 경제위기, 정치실종, 개혁표류, 집단행동 만능, 정부 신뢰 상실, 정책표류, 북핵위기 심화 등 총체적 국가위기는 정부실패를 넘어 국가실패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대통령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국가파탄이 멀지 않다. 먼저, 대통령이 '노조나 한총련 및 전교조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전교조에 대한 굴복'과 '한총련 난동'을 '엄단'하겠다던 소신을 되찾고 '걸린 올가미'에서 풀려나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더 이상 '386 운동권의 도구'일 수는 없다. 이제 대통령은 숙였던 고개를 들고 국민과 함께 세계를 향해 당당하게 국정을 운영해야할 사명이 있다. 진정한 개혁성과 도덕성을 바로 세우고 인재들을 범국가적으로 발굴하여 새로운 시스템에 의해 국가를 초일류국가로 앞장서서 이끌어야 한다. 대통령을 피로하게 만드는 잘못된 국정시스템을 조속히 고치고 세계수준의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만이 노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한 차원 높게 승화시키는 길이다. 金錫俊 (이화여대 행정학 교수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세계일보 2003. 5. 2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