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3권 요구는 무리다 - 김태기
	2003-05-23
노동3권 요구는 무리다 공무원노조가 파업 돌입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는 공무원 노동3권과 관련해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의 일부를 인정하고 단체행동권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공무원노조는 노동3권을 모두 요구하고 있다. 노동3권의 보장 범위에 대한 제도 협상에서 노-정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면 국가행정대란과 정부 위기는 현실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공무원도 근로자인만큼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의 노동3권 완전보장은 무리한 요구다. 공무원의 단체행동권까지 보장하는 나라는 선진국에서도 많지 않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예산이나 법령에 관한 문제를 공무원노조의 손에 전적으로 맡기는 나라도 드물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노조측에서는 작금의 국가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한 핵위기나 극심한 경기침체 그리고 연이은 각종 대란 등으로 민심이 흉흉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업에 돌입할 경우 곧바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일반 국민들이 정부나 공무원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은 단순한 불신을 넘어설 정도로 험악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국민들의 불신은 그만큼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번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국가행정대란이 온다면 국민감정은 더욱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조건에서 정부를 압박하려 한다면 정부로서는 그동안 양보한 것도 거둬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국가행정대란과 정부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노-정 모두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복리나 국민에 대한 봉사 등을 이유로 근로자로서 공무원의 기본권을 외면하려 하지 말고 노조와의 대화에 성실하게 나서야 한다. 위기가 닥치는데도 먼산 바라보는 듯하다가 사태가 악화되면 공권력 투입 등에 의존하는 식의 협상자세는 버려야 한다. 정부는 대화가 단절되고 권위주의가 횡행하는 관료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이 작금의 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무원의 인사 시스템, 행정기관의 운영방식 개선, 공무원 고충처리제도 개선 등뿐 아니라 기관장의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민간부문의 노사 관계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개혁을 하지 않는 한 노-정 간의 대립은 점점 악화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노조측도 단체행동권을 요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공무원노조의 단체행동권 보장은 정부가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도록 만드는 수단적 이익에 속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노동계가 힘의 논리에 매몰되어 있지만 않다면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하여 좋은 제도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무원 노동분쟁 특별위원회 제도를 도입해 위원회가 노-정 간의 협상을 도와주고, 정부가 성실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도록 분쟁해결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분쟁은 국민의 이익 증대라는 기본인식 하에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공무원 노동기본권 관련 논의에서 국민의 이익 보호 문제는 실종됐다. 공무원의 노조 결성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커다란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공무원 스스로, 그리고 우리 사회가 새로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정 간의 제도 협상에 국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가 참여해야 한다. 공무원의 노사 관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투명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金兌基 (단국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경영환경개선운동본부 정책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3. 5. 23 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