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S, 교육부 결단을 - 정진곤
	2003-05-21
NEIS, 교육부 결단을 국가인권위는 그동안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해 온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대하여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결정을 내리고, 학교종합관리시스템(CS)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하였다. 전교조는 만일 교육부가 인권위 권고를 거부하면 연가투쟁을 벌임과 동시에 NEIS입력을 계속 거부하겠다고 윽박지르고 있다.반면에 교총과 정보담당 교사들은 교육부가 기존의 CS로 돌아갈 경우 업무거부에 돌입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고민끝에 결국 NEIS를 강행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의 권고대로 CS로 돌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문제가 많다. 이미 98%의 학교가 2∼3년 간의 작업을 거쳐 고등학교 2학년2학기까지 학생들의 성적, 수상기록부, 사회봉사 실적 등을 포함한 학교생활기록부자료를 CS에서 NEIS로 이관하였다. 다시 이것을 CS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전환프로그램을 개발한 후 자료를 입력하고 확인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학교는 이미 관련자료들을 폐기하였다. 당장 눈앞에 닥친 1학기 수시 모집은 그 숫자가 얼마 되지 않아 컴퓨터를 사용하기 이전의 옛날 방식대로 손으로 원서를 써서 처리한다고 할지라도, 2학기 정시모집은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많다. 또한 CS는 NEIS보다 보안이 취약하여 개인정보가 더욱 쉽게 유출될 수 있다. 최근 2년간 공공기관에서 일어난 해킹 가운데 CS가 60∼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현재로서는 CS에는 차단시스템도 갖추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침입탐지시스템도 없어서 해킹에 거의 무방비 상태이다. 이에 비하여 한국전산원 등 전문기관과 국내 최고의 전산 전문가들은 NEIS는 CS에 비하여 보안시스템이 월등하다고 밝히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교육부가 이 문제에 대하여 신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어떻게 할 줄을 몰라 일손을 놓고 있는 일선 학교교사들에게 하루 빨리 확실한 지침을 내려주어야 한다. 인권위의 권고를 글자 그대로 '권고'로 받아들이되, NEIS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시행해야 한다. 국가의 장래가 교육에 달려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교통, 통신, 컴퓨터 등의 발달로 사회 전분야에서 마치 하나의 국가처럼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이 험난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기업들은 앞으로 10년 뒤에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인지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10년 앞을 내다보고 지금부터 우리가 세계와 경쟁력이 있는 업종을 선택하여 투자도 하고, 인재를 키워나가야 한다. 이러한 일들을 교육이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우리의 경쟁국가들은 교육의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기 위하여 오래 전부터 교육의 기틀을 새롭게 짜고 개혁하는 일에 주력해 오고 있다. 교육을 통하여 뛰어난 인재를 양성해 내지 않으면 나라에 희망이 없게 된다. 우리의 교육은 문제가 많지만 다행히 인터넷 등의 정보화 인프라는 세계 어떤 나라보다 잘 구축되어 있다.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서 이제까지 이룩한 정보화의 기반을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지금은 우리끼리 교단 내에서 패가 갈리어 누가 힘이 센지 겨뤄볼 때가 아니다. 서로 싸워서 항복문서를 받아 내거나 무릎을 꿇리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와 경쟁상대인 다른 나라와 싸워서 이겨야만 한다. 우리끼리 패가 갈리어 싸우면 모두가 함께 망하게 된다. 교육의 정보화를 앞당기고 기틀을 마련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전교조도 여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집권당인 민주당도 국가 장래를 내다보고 교육인적자원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정진곤 (한양대 교육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세계일보 2003. 5. 2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