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빛과 그늘 - 정진영
	2003-05-16
한미정상회담 빛과 그늘 북한 핵개발 문제와 한미동맹 50주년을 맞는 시기에 한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비록 국빈방문이 아닌 실무방문이었고,30여분의 짧은 만남이라는 형식 측면에 불만이 없는 건 아니나,노 대통령의 방미는 한미 신뢰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두정상은 최대 관심사였던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확인했다. 그리고 주한미군의 "강력한 전진주둔"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그 동안 한국의 안보불안,경제불안의 주요인으로 작동했던 한미동맹의 이상징후들을 해소하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면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간 불신은 사라지고,굳건한 신뢰 관계가 회복될까? 우선 긍정적 요소부터 보자. 첫째,이번 방미를 통해 보여준 노 대통령의 변신이다. 노 대통령은 미국의 정.재계 사이에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이를 해소하는 게 방미의 주요목적이라고 인식했다. 그 결과 노 대통령이 뉴욕과 워싱턴에서 쏟아낸 말들은 많은 사람들이 "안쓰럽다"고 느낄 정도로 "친미적"이었다. 노 대통령의 변신은 미국에 대한 "코드 맞추기"로 해석될 수 있고,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공조관계의 복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북핵 및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와 관련하여 어느 정도 미국의 양보를 얻어냈다.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에 평화적인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며,북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 2사단의 현 위치 유지를 요구한 한국측 입장을 수용했다. 물론 미국이 무력사용 카드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모든 수단의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평화적방법의 사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역설적으로 미국이 2사단의 전진배치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것에서 발견된다. 미국이 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옮기겠다는 생각은,군사적 수단의 사용때 예견되는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미군을 보호하겠다는 목표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2사단의 현 위치 유지는 평화적 방법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우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한미간에는 여전히 불협화음과 불확실성의 부정적 요소들이 존재한다. 첫째,노 대통령 자신의 태도와 지지세력의 국제정세인식과 이념적 성격 때문이다. 이번 방미를 통해 노 대통령이 보여준 새로운 모습이 놀라운 만큼,그의 말속에 묻어 나오는 내면적인 인식의 틀과 신념의 견고함도 놀랍다. "기대와 우려를 함께 갖고 미국에 왔다"거나,"부시 대통령을 설득할 자료를 많이 준비해 왔다"는 식의 어법은,그것이 비록 자신의 변화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의구심을 가진 미국인들로 하여금 노 대통령의 본심을 여전히 의심하게 만든다. 그리고 서울에 돌아와 지지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 쏟아낼 말들도 미국인들로 하여금 다시 의구심을 갖게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북한,지지자와 반대자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면 모두로부터 의구심을 살 위험이 있다. 둘째,북핵문제 해법을 둘러싼 한미간 갈등이 여전히 잠복해 있다. 이번 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미국으로 하여금 군사적 카드 사용을 일단 배제하는 양보를 얻는 대신,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박,경제 제재조치의 사용에 동참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공동선언에서 한반도의 위협이 증가될 경우 "추가적 조치의 검토가 이루어질 것"이라 밝히고,"남북교류 및 협력을 북한 핵문제의 전개 상황을 보아가며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한 사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이 이번 회담을 대북 "고강도 외교적 압박"의 시작으로 말하고 있는 점도 그러한 추측을 가능케 한다. 그런데 북한이 이러한 압박조치들에 반발하고 적대적 행동을 할 경우 한국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북한과 미국은 모두 한국의 안보와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괴롭고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둘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간에서의 어정쩡한 태도는 양쪽 모두의 불신을 살 위험이 있다. 대통령과 외교당국자들의 슬기롭고 신중한 대처가 요망된다. 鄭璡永 (경희대 국제관계학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한국경제 2003. 5. 1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