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이 선각한 “正直”의 깊은뜻 - 신일철
	2003-04-22
도산이 선각한 “正直”의 깊은뜻 신중국의 건국을 기념하면서 중국 역사상의 명언을 골랐는데 그중 50선에든 중에서 최고의 명언으로 꼽힌 것이 노자(老子)의 도덕경에 있는 귀절이었다. “큰 나라를 다스려도 작은 생선 굽듯이 하라”(治大國 烹小鮮), 왜 ｢아시아 위크｣지는 이 노자의 명제를 명언으로 선택했을까. 그것은 마오저둥의 정치가 홍위병 난동의 포퓰리즘 “문화대혁명”으로 인민을 너무 들볶는데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었다. 아무리 현란한 개혁명분을 내걸어도 백성들의 자유의 공간을 살려주어야 한다는 자유민권의 사상이 이 노자의 명언에 잘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도산정신이 여실히 드러난 민족부흥의 앞길을 밝힌 도산의 명언은 무엇일까. 청중을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눈물로 그 감명을 나타내던 도산의 명언이 너무 많으니 한두가지를 골라낸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그러나 필자가 감명받은 도산명언의 첫째는 “죽더라도 거짓이 없으라” “우리가 하려고 하는 위대하고 신성한 사업의 성공을 허(虛)와 위(僞)의 기초위에 세우게 하지말고 진과 정의 기초위에 세우려고 하자” 우리는 여기서 도산의 미국경험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도산은 우리 동포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노동주선 사업에서 “귤 하나를 정성껏 따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다”라고 가르쳤다. 미국인 과수원들은 도산이 보낸 한국인들의 성실을 신임하게 되었다. 미국의 건국정신은 한마디로 “정직”(honesty)의 시민정신이다. 일을하다가 실수하거나 잘못해도 곧 정직하게 이실직고하면 용서받지만 그것을 숨기고 부정직하면 사정없이 내쫓긴다. 다민족국가요 이민의 나라가 시민질서를 잡을 수 있는 주된 도덕은 이 “정직”의 덕이었다. 우리는 북한의 제네바 핵합의의 눈속임 약속위반에 대해 미국이 왜 그토록 분노하고 그 페널티가 엄해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도산은 미국생활에서 부정직은 결코 용인되지 않음을 깨친 선각자였다. 북한은 이 부정적과 속임수의 책벌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오늘의 우리를 신성단결로 이끌어 줄 도산의 명언이 또 있다. 내가 친구를 사귀거나 인물을 평가할 때 내 의견과 같은 사람만을 가까이하고 부지중에 편가르기를 한 잘못의 반성이었다. 그런데 학창시절에 낮게 평가했던 친구가 훌륭한 사업을 하게된 것을 보고 역시 도산의 말씀을 되내이게 되었다. “모진 돌이나 둥근 돌이나 다 쓰이는 장처가 있는 법이니, 다른 사람들의 성격이 나와 같지 않다 하여 나무랄 것이 아니다.” 지난 5년간 우리 사회에서는 지역감정을 극복한다는 정치가 “진보주의”를 내걸고 중요관직에 진보성분을 잣대로 해서 등용했다. 마침내 친북과 반북, 친미와 반미의 양극화까지 만들었다. 더욱이 북한의 핵개발과 제네바합의 위반에 대해서 마저 북핵불감증이 생겼다고 한다. 반독재 민주화를 내걸던 사람들이 북한의 인권문제는 단 한마디도 안하고 북한독재는 용인하고 박정희 개발독재는 악이다라는 가치판단의 혼란까지 생겼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문제에 대해 그대들이 “민족공조”를 내걸 자격이 없다. 1992년 남북한의 민족간에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철석같이 약속했는데 이제 핵무기 제조로 민족간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민족공멸의 불장난을 하느냐. 도산정신을 가진 뜻있는 분들은 비핵화 운동에 떨쳐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도산이 이 시대에 다시 나서 대선에 출마했다면 어김없이 낙선했을 것이다. 도산은 득표를 위해 허황한 공약을 죽어도 내걸지 못할 것이오, 500년 한민족의 수도의 천도와 같은 공약까지는 내놓지 못할 것이니 당선될 가망이 없다. 그러나 도산은 그런 바람몰이 정치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는 줏대있는 시민정신을 일깨우는 큰 정치에서는 아무도 당할 자가 없을 것이다. 도산이 문득 흥사단원들에게 지금 그대들은 어떤 정치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우리는 큰 정치에 힘쓰고 있다고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신일철 (고려대 철학과 명예교수/시민회의 고문) 출처 - 도산회보 2003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