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訪美에 바란다 - 정진영
	2003-04-11
盧대통령 訪美에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일정이 확정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자 노 대통령 개인으로서는 첫 번째 미국 방문이다. 노 대통령의 방미에 이러저러한 수식어가 따라붙을 만큼 이번 방미가 갖는 중요성은 크다. 첫째, 이번 방미 결과는 한민족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북핵 위기를 둘러싼 한반도 주변정세를 생각할 때 굳건한 한-미 동맹의 복원은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다. 반대의 상황을 상상해 보라. 한-미 간의 불화가 계속되면 북한은 이 틈새를 활용하여 핵게임을 계속하려 할 것이고, 이는 누구도 바라지 않고 예상치 못했던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노 대통령 5년 임기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 간의 불화는 안보 불안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많은 일이 아예 시도조차 되지 못하거나 추진하려고 해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안보불안과 경제위기 및 정치갈등에 집중될 것이고, 새 정부의 정책들은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다. 노 대통령과 보좌진은 이번 방미가 갖는 이러한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정상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우선 이번 미국 방문의 목표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무엇보다도 한-미 관계의 복원과 북핵 해법의 조율이라는 긴밀히 연관된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우선 한-미 관계의 복원이다. 한-미 관계는 김대중 정부 시절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으로 틈이 가기 시작했다. 이후 북핵 위기와 여중생 사망사건, 반미감정 등으로 한-미 관계는 더욱 소원해졌다. 물론 불평등한 한-미 관계의 시정을 요구하는 한국민의 주장은 상당부분 정당하다. 그러나 한-미 관계의 급격한 변화에 집착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한-미 관계의 변화는 중장기적인 과제이며 말이나 명분으로 달성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행히 우리 정부의 이라크전 파병 결정으로 우리 정부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크게 좋아졌다. 노 대통령은 미국 지도자들에게 국내의 강력한 반전여론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의 발전을 위하여 파병을 결심했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본심은 파병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했다는 식의 발언은 공석에서나 사석에서나 절대로 삼가야 한다. 다음으로 북핵 해법의 조율이다. 북핵 위기는 우리와 미국에 주는 의미가 매우 다르다. 북핵은 우리에게는 국가안보와 민족의 미래가 걸린 사활적인 문제인 반면에 미국에는 핵비확산(NPT) 체제의 유지와 국제질서 관리 차원의 문제이다. 우리와 미국은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해법이 다르다. 미국은 군사적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북한의 핵위협을 제거하려고 하는 반면에 우리는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수단은 원천적으로 배제하려고 한다. 따라서 우리가 미국을 설득하려면 외교적인 방법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외교적 해결책이 실패했을 경우에 대비한 행동계획도 제시하고 조율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협상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협상이 필요한 부분은 사전에 실무적으로 모두 처리돼야 한다. 두 정상은 만나서 동맹관계를 과시하고 합의사항을 선언하는 의식을 행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사이의 정상회담 실패 경험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鄭璡永 (경희대 국제관계학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3. 4. 1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