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투쟁방식, 이대론 안된다 - 정진곤
	2003-04-11
전교조 투쟁방식, 이대론 안된다 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자살 사건은 우리 모두를 비통하게 한다. 교직사회가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전교조는 이번 사건을 ‘교육현장에 만연된 잘못된 관행과 그로 인한 불행한 대립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교직 사회 갈등·대립 나날이 심해져 ‘교육현장에 만연한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반드시 고쳐야만 한다. 그러나 전교조와 같은 방식은 안 된다. 전교조는 ‘잘못된 관행’을 고친다는 명분으로 인터넷 등에 수많은 비난의 글들을 띄우거나, 교장이나 교육감을 위협하여 공개적인 사과를 받아내거나 사죄문을 쓰도록 하였다. 교장실이나 교육감실은 물론 자택까지 쳐들어가 집 앞에서 ‘악덕 교장 물러가라’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꽹과리를 치면서 시위를 하였다. 자립형 사립학교를 인가해준 교육감 등의 자동차를 에워싸고 출·퇴근을 저지하기도 했다. 시대가 변한 만큼 합법적으로 해결해야 수업도 하지 않고 길거리로 뛰쳐나가기도 한다. 전교조는 1999년 합법화 이후만 해도 여섯 차례에 걸쳐 연가 투쟁을 벌였다. 교사 성과급 지급과 같은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파업에 동참하기 위해서도 아이들을 팽개쳤다. 전국의 많은 교장들이 전교조에 겁을 먹고 있고, 시·도 교육감들은 전교조 교사들의 눈치를 살피며 그들이 반대하는 일은 아예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산적한 교원문제 해결에 정부가 나서야 군사독재정권시절에 전교조는 불법단체로 간주되어 정부와의 대화는커녕 극심한 탄압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독재정권시대도 아닐 뿐만 아니라 얼마든지 자신의 입장을 정부나 사회에 전달할 수 있는 합법적인 통로가 마련돼 있다. 또한 전교조는 전국 34만 초·중등교원 가운데 9만을 차지하고 있는 막강한 교원단체이다. 이제는 과거와 같은 투쟁과 문제해결 방식을 바꿔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교직 사회의 갈등과 대립은 나날이 심해질 것이며, 우리의 교육은 완전히 무너져 내리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사태를 팔장만 낀채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차제에 산적한 교원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팔을 걷어붙여야만 한다. 정진곤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중앙일보 2003. 4. 11 온&오프토론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