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병든정치’는 새 태양을 보라 - 박효종
	2010-01-04
‘여의도 병든정치’는 새 태양을 보라 경인년 새해다. 항상 아침마다 동녘 하늘에 뜨는 해이긴 하지만, 새해의 태양은 다르다. 더 붉고 더 눈부시며, 더 환한 빛을 내뿜는다. 그렇다면 경인년의 태양은 우리 공동체에 어떤 정치를 하라고 손짓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말 수출외교를 통해 이룬 멋진 쾌거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부터 거액의 원전 수주를 한 것은 ‘미래의 먹을거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일이지만, 이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MB)이 해외 수출전선에서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도 크게 돋보이는 부분이다. 실로 얼마 만에 맛보는 통쾌함인가. MB의 국정 지지율이 단숨에 50%대로 올랐다는 것은 국민이 이념과 노선의 차이없이 이번 원전 수주에서 만족스러움과 통쾌함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로 기울었던 원전 수주를 한국으로 되돌린 일이야말로 축구 경기에서 지고 있다가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을 때 느끼는 쾌감과 무엇이 다르랴. 그렇다면 원전 수주에서 느꼈던 통쾌함을 여의도 정치에서도 맛볼 수 있을 것인가. 사실 여의도 정치는 너무 메마르고 구태의연하다. 틈만 있으면 몸싸움이나 하고 언성을 높이는 정치에 무슨 화합이 있으며 생산성이 있겠는가. 여의도 정치를 보면 오로지 ‘그들만의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수차 경험한 한국 사회에서 정권을 차지하고 빼앗기는 일은 ‘병가상사(兵家常事)’처럼 늘상 있는 일인데, 권력을 가진 편과 권력을 빼앗긴 편이 이처럼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처럼 다퉈서야 어떻게 정상적인 민주정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몸싸움과 상스러운 욕을 하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정치인들의 태도를 보면, 태양을 보지 못한 채 동굴의 어둠 속에서 정치를 하는 것과 같다. 동굴 속 박쥐는 눈이 멀어 있다. 하도 어둠 속에 있으니 눈을 사용할 필요가 아예 없어 퇴화한 것이다. 여의도 정치인들도 너무나 오랫동안 국익보다 정파적 이익에 탐닉하다 보니 상식과 이성이 퇴화한 것인가. 여당인 한나라당에 묻는다. 선거 때 혼신의 힘을 다해 모든 것을 껴안을 것 같던 그 포용력과 정치력은 어디 있는가. 반대편을 설득하고 또 설득하겠다는 그 소통의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정치를 하는 데 있어, 끈질긴 설득의 노력없이 어떻게 결실을 낼 수 있을 것인가. 야당인 민주당에 묻는다. 정권을 빼앗긴 것이 그토록 마음 아픈가. 시종일관 사안에 관계없이 ‘노’라고 외치는 것밖에 모르는 정당이라면, 우화 속 청개구리와 무엇이 다른가. 재·보궐 선거일에만 반짝거리며 존재감을 보이고 나머지 날에는 국민에게 잊히는 정당이 돼서야 어떻게 수권정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여의도 정치가 이처럼 ‘병든 정치’가 된 것은 하다못해 절차와 규칙에 승복하는 ‘스포츠맨십’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심판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 국민을 심판으로 보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여의도 정치의 품격이 올라가려면 정녕 정치인들조차 외국에서 수입을 해야 하는 것인가. 지금 국민은 원전 수주와 같은 생산성을 내기는커녕 스스로의 얼굴에 침을 뱉고도 그 사실조차 모르는 후진국형 여의도 정치에 돌을 던지고 싶은 심정이다. 재정과 명예, 인기 등 국민으로부터 혜택을 받지 않은 것이 없거늘 왜 허구한 날 국민을 볼모로 잡고 있으며, 국민에게 배반감을 안겨주는 것인가. 정치인들이여! 부디 동굴의 어둠 속에서 나와 환하게 떠오르는 새해의 태양을 바라보라. 그리고 국민에게 통쾌함을 안겨줄 수 있는 ‘신나는 정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깊이 고민해 보라.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10.01.0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