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달라도 참여 시켜야 - 박효종
	2003-03-25
코드 달라도 참여 시켜야 참여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보다 사방에서 조여오는 중압감으로 한 달이 지나간 것 같다. 누가 뭐라해도 위기상황의 연속이었던 까닭이다. 그 와중에서 시도된 인터넷 정치는 분명히 새로운 컨셉트였다. 토론장으로 변신한 국무회의, 평검사들과의 대화 등 토론공화국의 출범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히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하고 이라크전 파병을 결정한 것은 큰 정치적 결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고언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반(半)통령’이라고 지칭했을 만큼 ‘절반의 정부’였다. 절반의 진보주의자들과 절반의 2030세대는 크게 웃었지만, 또 다른 절반의 보수주의자들과 5060세대는 눈물을 흘렸다. 마찬가지로 절반의 지지자들은 의기양양했지만 또 다른 절반의 반대자들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그래선지 개혁의 기치를 내세우면서도 유난히 통합을 부르짖은 것이 노 대통령이다. 하지만‘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정치를 해 보자는 그의 말은 정당을 만들 때 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 정부를 조각하고 국정을 운영할 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정당이란 동호인의 성격이 짙은 모임이지만, 정부의 정책이란 생각이나 코드가 다른 사람에게도 권위를 가진 실체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도 국정의 문호가 개방되는 것이 온당하다. 참여정부에서는 방송에 대한 편애와 신문에 대한 냉대, 온라인 매체에 대한 애정과 오프라인 매체에 대한 홀대가 유난히 대비된다는 점이다. 사실 한총련을 껴안으려고 하는 것도 통합정치의 몸부림일 터이다. 한데 유달리 언론과의 관계에서만 긴장관계를 유지하고‘오보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통합 정신에 맞지 않는 모순 어법이 아닐까. ‘범죄와의 전쟁’은 누구에게나 공감이 가는 말이나, ‘오보와의 전쟁’은 생경한 말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시시각각으로 엄습해 오고 있는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방식이다. 북핵과 한·미 갈등, 불확실한 경제전망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불안을 기우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물론 다차원적인 위기상황인 만큼 정부라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위기가 없다고 강변하기보다는 위기의 실체를 솔직히 인정하고 해법에 관해 국민적 중지를 모으려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주장하는 것은 좋지만, 우리의 안보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자력안보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불거진 북핵과 미군 재배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선거과정에서 득표를 극대화하기 위해 반미감정을 포용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국정 책임자가 된 지금 대통령의 입에서 한·미동맹 관계를 굳건히 하겠다는 말을 더 듣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까지 한반도에서 평화가 유지된 것은 북한과의 민족공조가 아니라 미국과의 공조 덕분이기 때문이다. 끝으로“더 많은 포퓰리즘이 필요하다”고 한 인수위 백서의 주장이 참여정부의 입장이 아니기를 바란다. 장관 인사시 인터넷을 통한 특정인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에서 포퓰리즘의 저급한 면을 보았다면, 포퓰리즘을 참여정치와 혼동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노 대통령은 어려울 때 자신을 성원해 준 지지자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들에게 등을 돌린다면‘토사구팽(兎死狗烹)’의 비난을 듣지 않겠는가.국정은 선거와 다르다. 참여정치와 토론공화국을 표방하는 상황에서 그를 지지해 준 사람들의 목소리만 과대 대표된다면 부조리한 일이다. 대통령이 된 이상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정신도 요구된다. 오케스트라의 교향곡이 아름다운 것은 같은 악기보다 다른 악기끼리의 협연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생각이 같은 사람끼리’보다‘생각이 다른 사람끼리’ 국정을 운영할 경우 개혁과 통합의 정치가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오늘 출범 한 달을 맞은 참여정부도 이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 朴孝鍾 (서울대 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정책위원장) 출처 - 조선일보 2003. 3. 2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