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신뢰감 회복부터 - 김병주
	2003-03-11
경제, 신뢰감 회복부터 한국 경제가 심각한 국면으로 빠지고 있다. 대내, 대외, 실물, 금융 가릴것없이 모든 면에서 악화되는 징후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외 연구기관은 잇달아 부정적인 경제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가는 연중 최저치를, 원-달러화 환율 역시 연중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채권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그러나 한 때 주춤했던 부동산 가격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고 있다. 외국인은 국내시장을 떠나고 내국인은 주식과 채권을 팔아 대신 부동산을 사는 '자산 재구성'이 트리플 약세의 원인이다. 며칠 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는 2001년 1.4분기 이후 최저치이다. 1월 설비투자가 지난해 대비 8%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반대로 오히려 7% 이상 줄어들었다. 대표적인 소비지표인 백화점 매출도 2월 들어 10% 이상 하락하였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 씀씀이를 줄이고 긴축으로 들어선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물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에 비해 연 4% 가까이 오르고 있는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등 공급 비용의 상승에 그 배경이 있다. 경기 후퇴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연속 2개월째 무역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고유가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앞으로 경제는 더 나빠질 수 있으며 정부는 대내외적인 요인과 단기-중장기 요인, 경제-비경제적 요인 등 복합적으로 내재된 여건을 주도면밀하게 점검하고 대처해야 한다. 우선 유가상승과 주력 수출품 가격의 하락은 동일한 에너지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제품을 수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의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올해 대외수지가 균형이 될 수 있다면 한국 경제로서는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노조가 물가인상에 따른 실질임금을 보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또한 그 요구가 관철된다면 누군가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하며 대외수지 적자라는 한국 경제의 부담으로 남게 될 것이다. 정부로서는 금리인하 등 수요 확대를 통해 침체된 내수를 살리려는 동기를 가질지 모르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450조원에 가까운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에 다시 소비지출을 늘릴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 부문에 관한 한 정부는 지난 2년간 실탄을 다 써버렸다. 현재 정부로서는 재정의 조기집행이라든지 차량 10부제 시행 이외 뾰족한 대안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요약하자면 한국 경제가 당면한 경기 후퇴를 이길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를 정부로서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불황을 타개하는 것이 어렵다면 불황이 동반하는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이다. 현재 가파르게 증가하는 신용카드와 가계, 중소기업 연체율은 또 다른 금융부실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크게 증가한 중소기업 대출은 요주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일선 금융기관에 대한 금융감독을 강화하고 실시간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데 한층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 경제의 신뢰감을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북핵 위기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물에 대한 가산금리가 크게 오르는 것은 자칫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경제참모들은 북핵 위기와 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국제사회의 한국 경제에 대한 인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주도면밀히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북핵 위기가 더 이상 정치 외교의 문제만은 아니며 매우 중요한 경제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金慶洙 (성균관대 국제경제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3. 3. 11 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