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빈민가" 실상이 북한통치를 심판한다 - 신일철
	2003-02-24
평양의 "빈민가" 실상이 북한통치를 심판한다 1. 북한 핵 벼랑끝 모험은 말기적 오판이다 북한이 왜 쇠망했느냐, 그리고 국제식량구걸의 "기아공화국"이 되었느냐에 대한 원인을 널리 젊은 세대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기성세대들의 책임도 크다. 북한이 1994년부터 "고난의 행군"이라 해서 심각한 식량난, 에너지난, 경제총파탄이 되었는데 그 사실보도는 많았으나 그 정책적 실패의 이론적 설명을 아무도 해주지 않았다. 특히 햇볕정책에서 큰 실책은 남북한의 상호비방 금지의 약속에서 우리 한국은 그 명분으로 북한의 체제적 약점을 널리 알리지 못하게 되는 고등 대남전술에 말려들었다. 그러나 북한은 비공개 폐쇄체제로서 대남비방 교양을 하고 남한에까지 김정일 우상화선전을 허용하는 결과가 되었다. 아직도 한국언론은 대내적으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인데 북한매체에서는 우리 대통령의 실명을 단 한번도 거명하지 않고 따라서 "김대중 대통령"도 언급된 바 없다. 이남의 개방과 북의 폐쇄의 구조를 역이용한 김정일 대남전술의 역전극이 생긴 것이다. 우선 1980년대말에 구사회주의권이 붕괴되었다. 그런데 그 붕괴원인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하기에 앞서 그 붕괴의 사실보도가 다 설명해 버렸으니 그 근본원인은 널리 알려질 수 없었다. 국제식량 지원 3년이 되자 국제 NGO들은 이제는 북한에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는 북한의 군사주의 체제를 그대로 두고는 국제식량지원이나 경제지원을 계속하면 이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임을 경고한 것이다. 식량난, 에너지난, 경제파탄의 극한에 처했는데도 북한지도부는 덩샤오핑의 중국이나 베트남의 개혁개방에 나서지 못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북한의 김정일체제의 연명책은 대담한 발상전환을 감행하지 못한데서 지난 50여년의 스탈린주의의 기본을 유지하는 고집에서 한발자욱도 양보해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것이다. 1980년대의 중국, 베트남 등의 개혁개방에는 반드시 세력교체가 전제되어 개방파, 개혁파들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구체제보수파를 궁지로 몰아 넣었다. 그런데 북한세습독재는 철저한 공포정치, 2중 3중의 최고간부 감시, 밀고, 도청, 숙청으로 철저한 반체제세력 분쇄의 시스템만을 강화했다. 대외적으로는 쇠국정책으로 완전한 정보봉쇄로 인해 북한체제의 내부가 모두 극도로 피폐하고 당관료는 썩고 장마당 지하경제의 암시장이 창궐하여 붕괴위기에 처한 말기징상을 감추려는데 전력하고 있다. 북한사회는 이미 만성화된 식량난, 경제난으로 어린이들의 영양실조, 의료체계의 붕괴, "선군" 군사독재하의 군인들의 알콜중독, 대민행패, 군기문란이 극에 달했다. 어떤 논자는 북한붕괴론은 빗나갔다. 아직 북한 김정일 지배는 건재하다고 한다. 밖에서 보아 북한핵, 미사일의 벼랑끝 모험으로 대미협성을 하고 있는 점에서는 전혀 일리가 없는 논평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 체제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실상 이미 붕괴상태이다. 우리 사회와 특히 젊은세대가 그 북한의 말기징상과 체제적 죄악을 실감있게 이해하지 못하게 하여 "北韓盲"을 만든 원인중의 하나가 있다. 그것은 지난 4년간 그 많은 탈북자가 입국했으나 기자회견 한번도 하지 못했다. 왜? 북한지도자의 심기를 어지럽힐까해서 눈치보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2. "구호나무"의 수수께끼 지난 5년간 햇볕정책의 공적으로 남한에서 98년 이래로 3만9천여명이 방북했다. 엄청나게 많은 남한 방문객이 북한에 가서 보았다는 것은 초대소, 호텔과 김일성 동상 등 각종 기념물이다. 8.15 방북단 등이 모두 백두산의 소위 "혁명유적"을 보고 왔다. 물론 1780m 고지의 "고향집"의 김정일 탄생지라는 곳도 참관하고 그 근처의 "구호나무"도 보고 왔을 것이다. 초청받고 간 손님은 그 집에 가서 목도한 실상을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 그런데 그동안의 북한 방문인사들은 본것도 못본척하고 보는 안목이 없어 못보기도 하여 "북한실정 이상무(異常無)"였다. 지나치게 예의바르다. 북한이 보여주는 것은 선택적 관광이어서 모두 영화·연극의 셋팅이러니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한가지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 백두산 등 북한각지의 "구호나무"의 관광이다. 이 구호나무는 1940년대 김일성 빨지산들이 나무를 깍아 거기에 김일성·김정일 등에 대한 구호를 써놓았다는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방문자는 구호나무에 안내된다. 그런데 외국방문자 중에는 그 구호나무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1980년말에 외국대표단에게 구호나무를 참관시켰다. 그곳 안내 처녀가 "백두산 광명성 탄생"이란 구호나무를 해설했다. 당시 유격대원들은 이미 "김정일 동지의 탄생"을 이렇게 칭송했다고 해설했다. 이 해설을 들은 외국대표 한사람이 탄생되자 마자 유격대들이 그 갓난애가 민족의 지도자가 된다고 그때부터 예견해 구호를 썼다는 말인가 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좀더 내막을 알게 되면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광명성"이 그 애기탄생때 하늘에 나타났다면 그 별이 "나는 광명성이다"라고 소리높이 외쳤느냐라고 물을 수 있고 그 높은 산속에서 산모가 애낳는 산고의 순간에 밖으로 나와 하늘만 쳐다보았느냐? 더욱이 백두산 산정의 2월 16일 탄생때에는 아마 영하 40도는 될텐데 그 애를 어떻게 길렀고 보급품을 어디서 조달했느냐 등 의문이 꼬리를 물게된다. 그런데 백두산의 "구호나무"의 첫 발견은 1983년으로 되어 있고 김정일 40세 생일과 때맞춤해서 오래 숨어있던 것이 갑자기 출현한 것이 된다. 이번 61회 생일에는 다시 김총비서 우상화의 새구호나무가 많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외국대표 중에는 식물학자가 끼어 있어서 그 구호나무의 연륜이 대개 40년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1960년에 심은 나무인 셈이다. 이에 당황한 안내처녀가 50년은 실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 식물학자 방문인사는 "50년? 저는 식물학자입니다. 이번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에…당신네 지도자라는 사람이 태어났을 때에는 이 나무가 애기손목보다도 굵지 않았을텐데 당신네 항일유격대원들은 그런 어린나무에 껍질을 벗기고 이런 글을 썼단 말입니가? 아주 야만의 행동입니다."(탈북자 동지회 회보 제21호, 2003. 2. pp.36～39 참조).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주민들도 대개는 김정일 탄생을 우상화하기 위한 조작임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1940년대에 나무껍질을 벗기고 써 넣은 글이라면 무려 60여년이 지나 나무가 자라는 동안에 다 없어졌을텐데 엊그제 쓴 것 같은 구호, 그 내용도 김정일 찬양용이어서 모두들 속아주는 척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런 구호나무 하나만 보아도 북한의 모든 정치적 기념물이 상징조작의 "시네마 폴리티카"임을 환히 알 수 있게 된다. 학대받은 북한동포들과의 "민족공조"도 아닌, 이런 정치 사기사들과의 "민족공조"에 동조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3. 평양의 빈민가실상을 “現代”지에서 읽다 일본 고이즈미 수상의 평양회담때에는 북한지도부가 다급한 120만톤의 쌀과 경제원조(청구권)를 얻기 위해 통이 큰 척 했다. 일본인 납치 범행 14명을 처음으로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그중 8명은 이미 사망했다는 데서 일본 국민의 반북여론은 가히 폭발적이 되었다. 그 납치자 8명의 분모라도 보여달라는 일본정부의 요청에 대해 북한은 홍수때 모두 떠내려가서 없다고 답변했다. 김정일의 "통 큰" 전술이 대실패로 드러났다. 1998년부터 김정일 정치는 정치적 오판의 연속이다. "약자변호"의 논리로 북한편을 들던 일본내의 친북파지식인과 조총련이 거의 설자리가 없게 되었다. 그 여파로 일본 공산당과 특히 사민당이 궁지에 몰렸다. 김정일 대일전술은 반북한여론을 만들어 일본의 우익세력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지금 일본의 신문·잡지·방송은 김정일과 북한의 흑막을 폭로하는 기사로 온 일본에 꽉찼다. 김정일의 북핵 벼랑끝으로 일본의 핵무장의 길까지 열어주게 되니 중국의 심기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더욱이 신의주 특구 장관 양빈 해프닝은 결정적으로 중국의 눈에 비친 김정일의 모습이 일그러지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이번 김정일의 북핵 벼랑끝 모험도 역시 체제말기 증상의 오판시리즈의 종착역에 이른 것 같다. 오직 실날같은 희망은 남한내의 "민족공조" 반미정서가 대리전을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고이즈미 평양회담에서는 북한의 붕괴징후를 직접 엿볼 수 있는 틈새로 일본기자들에게 마련해준 부산물이 있었다. 일본수상을 수행한 기자중에는 우리말에 능통한 몇명의 기자가 감시망을 뚫고 평양시내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대개 우리 북한방문단은 호텔, 시내 기념물의 관광초소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번 일본 수상을 수행한 몇몇 기자들은 평양시내에 들어가 빈민가가 산재해있는 것을 생생하게 관찰했다. "알려지지 않은 평양 <빈민가>에 북조선 실상을 보았다."(“現代”, 講談社, 2002년 11월호) 이 르포기사는 평양대극장에서 영광거리를 지나 작은 골목을 빠져나온 순간, 뒷거리의 빈민가에 이르렀다고 한다. (1) 평양시내 "빈민가" 실상 "그 한쪽 모퉁이에는 정원안으로 통하는 좁은 입구가 있다. 세 명이 들어가려 하고 있어, 그들의 그림자처럼 나도 따라 들어갔다.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나는 멈칫 그 자리에 서고 말았다. 그곳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빈민가가 펼쳐져 있었다. 꼬질꼬질한 얼굴에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있는 두 명의 남자가 바닥에 앉아 장기를 두고 있고, 비슷한 모습의 열 명 가량의 남자가 그것을 보고 있다. 다 떨어져가는 신발을 신은 여자들이 힘없이 걷고, 상의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다. 빈민가 특유의 이상야릇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곳에서는 김일성 뺏지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큰길에 있는 멋진 흰색벽과는 대조되게, 뒷골목에 있는 건물벽은 페인트와 벽돌이 벗겨지거나 떨어져나가 폐가와도 같았다. 원두막같은 식당과 면을 파는 식당은 있지만 모두 간판뿐이었다." (2) 지방도 모두 "기아세계" "역앞에서 서성, 거리를 따라 보통강쪽으로 올라가니, 오른쪽 건물안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여 가까이 가 보았다. 그곳에도 오후에 보았던 빈민들의 주거지처럼, 허술한 콘크리트 건물이 펼쳐져 있다. 달랑 셔츠 한 장 걸친 남자들이 입구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수도 평양의 중심부에서조차 이런 모습이라면, 지방의 참상은 상상이 간다. 평양주재 서방측 외교관은, "평양에서 원산간 200km를 차로 달리면, 호메이니(역주 : 이란의 원리주의자·정치가(1900～89)) 시대의 이란을 방불케하는 기아세계를 눈으로 볼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훨씬전에 붕괴나 쿠데타가 일어났겠지만, 이런 비참한 상태에서조차 한결같이 김일성·정일敎를 믿고 따르는 북한사람은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3) 점포는 폐점상태이고 수리점 뿐이다. 시내 일반상점은 한결같이 닫혀있거나, 팔 물건이 없어 폐점 휴업 상태이다. 상점입구에는 대부분 '봉사시간 10시～7시까지'라는 영업시간이 표시되어 있지만, 봉사는 커녕 상점안은 어둡기만 하다. 그런 가운데 유일하게 번성하고 있는 곳이 수리점이다. TV 수리점(판매점이 아님)에는 30년 전에 본 듯한 낡은 TV가 3단선반에 진열되어 있고, 가죽 수리점에는 밑창이 너덜너덜한 가죽신발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상이 “現代”지의 近藤大介 기자의 르포 중에서 평양시내의 빈민가 실상만 뽑아 여기에 소개한다. 이런 북한의 "전국토 빈민화"의 실상이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식량난, 전력난, 경제파탄으로 붕괴단계인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1990년대 10년간 기아상태에서 주제식량지원이 만성화되고 달라는 모두 핵·미사일 등 군수산업에 넣고있는 "선군" 군사주의 독재하에서는 일반인민의 민생경제가 무너지고 2,300만 기아로 아사하는 현실에서 목숨을 건 탈북자가 속출하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의 전 지역이 "빈민가"라는 것은 뉴스가 아니고 구문(舊聞)이다. 이제라도 탈북자가 들어올 때마다 과거 정부때처럼 내외신 기자회견만 시작하면 이런 글을 쓸 필요도 없게된다. 북한지도부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북한실상의 공개이다. 대개 야당이나 햇볕정책을 비판할 때 달라돈 주고 "퍼주기"한 것만 비판하는데 더 중요한 것은 우리국민에게 북한의 학정을 있는 그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하면 "반미" 정서를 걱정할 필요없이 반김정일 의식이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김대통령은 대북송금문제에 대한 담화에서 북한지도부가 "지금도 반국가단체"라고 규정했다. 우리의 국가안보에서 정신적 무장해제를 당하지 않고 튼튼한 안보위에 대북정책을 고쳐 세우겠다는 뜻이 있다면 오늘의 북한의 인민참상과 그 학정을 우리 온 국민에게 알리고 우리 젊은세대가 북한의 인민의 생존권, 인권옹호에 들고 일어나도록 눈을 번쩍 뜨게 해야 한다. 친북이냐 반북이냐 잣대에서 친북의 척도는 바로 여기에 있다. 4. 남북 철도결연의 북한철도가 불투명하다 지난 2월 12일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에는 북한 현지취재기사 "북한의 공포와 증오"가 나왔다. BBC 방송의 마이크 톰슨 가자는 영하 20도를 밑도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난방과 전기, 식량이 부족해서 북한의 겨울은 말 그대로 얼어붙었다고 전했다. BBC 기자에게 북한의 전기석탄공업성 김재록 국장은 지금 북한은 힘든 상황이 아니라 절망적이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한다. 그 김재록 공업상은 "영하 20도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전혀 난방이 없이 지낸다. 그뿐만 아니라 고층건물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물을 끌어올릴 전기도 부족한 실정이다"라고 말하고 다시 그는 "많은 노인들이 난방없이 생활하고 때때로 승강기를 가동할 전력이 없어 40층 이상을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부언했다고 한다. 역시 BBC 기자도 평양시내의 현장취재는 못하고 공업상의 정치적 설명만 듣고 전하고 있다. 우선 식량난이 극심한 것은 사실이고 전력에너지난도 이미 1980년대부터 심한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97년경부터 미국을 통해 한국이 북한에 송전해두도록 압력을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2000년에 와서는 200만 kw 송전을 요청했다. 그러나 북한의 송전망이 노후해서 기술적으로도 송전이 불가능하다. 북한측은 우리측의 북한 송전시설 현장조사도 거절했다. 처참한 북한의 전력시설의 실상을 북한측은 한국에 보여줄 처지가 못된다. 이렇게 전력난이 심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북한의 군수공장 이외의 모든 공장이 가동 중단되고 그렇게 되면 굶주린 노동자들이 밤에 그런 공장시설에 들어가 구리 등을 뜯어내 장마당에 내다팔아 식량을 구하는 일이 일어난다. 고층아파트에 전기가 안들어 오면 상수도의 물이 공급되지 않는다. 10층이든 20층이든 밑에서 물을 동이로든 물통으로 들고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난방이 안된 아파트에서는 물공급이 없으면 화장실을 쓸 수 없다. 용변은 밑에 내려와 외부변소에 가야한다. 승강기가 없는 서민아파트와 승강기가 있어도 전력이 부족해 무용지물이다. 승강기는 고장이 날때마다 수리해야 하는데 부품이 조달되지 않는다. 이처럼 전력난이 극심한 것을 인정하면 철도수송이 제대로 될 수가 없다. 북한의 철도는 일제시대 복선을 떼어서 단선을 겨우 유지하고 그것도 전철이다. 전기가 부족한데 기차가 달릴 수 있겠는가. 작년 탈북해온 분의 증언에 의하면 평양에서 청진까지 19시간인데 연발․연착이 심해서 3일 걸린다고 증언했다. 평양·청진간은 한국의 기관차라면 4시간 정도 걸릴 것인데 왜 19시간인가. 오늘의 북한열차와 특히 철도 노반이 취약해서 시속 15km 이내라고 한다. 우리측이 자재, 기재를 다 대주고 경의선과 동해선의 단절구간이 복원되었다고 한다. 실로 50여년만에 남북한 철도가 이어지고 "철의 실크로드"가 열린다는 꿈은 국민의 마음을 부풀게 했다. 그러나 아무도 감격스러워 하는 것 같지 않다. 김대중 정부가 끝나기전에 단 한번이라도 서울-평양간을 신나게 달리는 기차를 볼 수 있으면 했다. 남북한 철도 연결에는 고려할 점이 많다. 전기로가는 북한의 전철 등과 한국의 기차, 철도가 공업규격상 다른 점이 많다. 우선 북한철도는 단선이다. 단선은 역에서 마주 오는 차를 기다렸다가야 갈 수 있고 꿈의 "철의 실크로드"가 되기는 힘들다. 레일의 폭이 러시아 시베리아 철도는 우리 철도보다 넓다는 것을 최근 김정일 총비서도 시인했다. 우리관게당국은 이북철도노선을 답사하여 그 실상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혀주기 바란다. 지난해 8월 김총비서의 러시아 방문때 “일본경제 신문”(2002. 8. 24)의 북한·러시아 경제협력의 난점을 살펴본 기사가 주목된다. "남북한과 시베리아를 연결하는 철도의 연결문제도 실용화는 곤란하다고 보는 것이 대세이다. 소식통에 의하면 러시아 전문가가 조사해 본 결과, 노선의 손상이 심하고 콘테이너는 북한의 터널을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경제협력의 앞날은 역시 불투명하다." 러시아측은 북한철도 특히 동해선의 현장조사를 했다. 그리고 동해선 등이 철교(200여개)가 많은데 모두 손상되어 있고 동해선의 터널도 콘테이너가 통과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실용성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문제는 한국정부측이 남북철도 연결의 북한철도 부분을 단 한번이라도 가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동해선의 북한 노선을 기차를 타고 가보았다는 사람은 아직 없다. 경의선도 개선공단까지의 연결만 거론되고 있다. 근래 한국에서는 투명성이 개혁의 키워드이다. 무엇보다도 남북경혐 등의 사업에 대한 투명성이 우선 강조되어야 하겠다. 小結 : "인민의 생활고를 해소하지 못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김정일의 "인생고백" 북한의 “로동신문” 지난 2월 8일 "정론"에서는 김정일 총비서의 "인생고백"이 실려 북한인민들의 눈물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김정일의 인생고백은 지난해 9월 북한병사들 앞에서 "이제까지 마음 속에 담고 지내온 인생고백"을 해서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내는 큰 감동을 주었다고 한다. "인민의 생활고를 해소하지 못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1998년 대포동미사일 한방 쏘아 올리고 약쇄소국의 처지에 대뜸 "강성대국"의 허황찬 구호를 내걸었떤 북한지도자가 처참한 식량난, 경제파탄, 그리고 작년 7월 1일 그 이름도 아직 못붙인 경제조치로 기아, 아사의 아비규환 앞에서 이번에는 시네마달인 답게 눈물로 호소한 "인생고백"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2월 16일이 생일이니 그 생일을 앞두고 당기관지는 김정일의 "인생고백"으로 마지막 충성을 애원 호소한 것이 된다. 조총령 등 해외동포가 방북해도 평양시내마저 불꺼진 암흑세계를 보여줄때 김정일은 "여러분은 불빛이 사라진 거리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할 것이다. 이 속에서도 우리 인민은 일하고 휴식을 취하고 노래를 부르며 사랑도 한다." 이런 고백은 황성옛터를 연상케하는 시적 귀절같다. 그러나 이런 고백 100번해도 김정일 지도부의 머리 속에는 50년전에 대단히 잘못된 체제선택의 실험이 이토록 처참한 민생고, 빈민가 실상으로 그 대실패가 나타났는데도 체제 패라다임 전환이 보이지 않는다. 김정일은 이 "인생고백"에서 "자본주의의 변화가 아무리 화려하더라도 그 속에 미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힘든 일이 있다해도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다. 우리는 일시적인 번화가가 아니라 영원한 번화가를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그의 인민 기만적인 유토피아 "영원한 번화가"는 50년 인민기만극의 마지막의 서글픈 대사같다. 20세기의 위대한 여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말했다. 전체주의 독재의 종착역은 "사막"이다라고. 영원히 황량한 사막을 만들고 있는 것이 김정일 통치이다. 이런 군사독재의 "반국가단체"와 "공조"하려는 사람들은 동반정사의 물귀신 작전에 말려들고 있음을 하루속히 깨우쳐야 한다. 일본 패망후 25년이 지난 어느날 스마트라 밀림속에서 거지꼴의 일본 "황군" 패잔병이 나타나서 "일본황군"이 어디 있느냐고 찾아 세계언론의 웃음거리 화제가 되었다. 김정일의 "인생고백"도 돈키호테적인 점에서는 이 패잔병의 잠꼬대와 별로 다름이 없다. 신일철 (고려대 철학과 명예교수 / 시민회의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