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불안 교차… 경제 불씨 살려야 - 최창규
	2009-04-23
희망·불안 교차… 경제 불씨 살려야 최근 한국경제에 관한 전망은 불안과 희망이 혼재하고 있다. 먼저 국제통화기금(IMF)은 22일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당초 4.2%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정부 예상치인 4% 내외, 한국은행이 제시한 3.5%의 절반도 안 되는 낮은 것이다. 반면 20일 기획재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경기회복 속도가 30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지난 2월 94.5로 1월보다 1.6포인트 상승해 OECD 회원국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처럼 경기 회복에 관한 다소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만 해도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던 때와 비교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경제 상황은 그다지 만만한 것 같지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섣부른 낙관론 또한 경계해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계경제 회복이 단기간 내에 이뤄질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수출이 짧은 기간 안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현재로서는 수출이 감소하는 것보다는 높은 환율과 경기침체로 인해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어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환율 상승을 서비스 수지 개선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제도적으로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세계경제의 회복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성급하게 경기부양 정책의 고삐를 느슨하게 함으로써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과잉 유동성 회수 문제는 언젠가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임에는 틀림없으나 아직은 시기가 이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집행도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의 주택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실물경제도 어려워지면서 금융 불안의 위협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체가 돼 할 수 있는 경기부양책은 내수를 증가시키는 일이다. 내수는 소비와 투자로 이뤄져 있다. 투자의 주체는 기업이다. 투자는 가급적 미래 성장동력과 관련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만 한다. 일자리 만들기와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 중소 벤처 투자의 활성화는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소비는 전적으로 소비자들의 심리에 의해 결정된다. 최근 정부의 많은 정책이 직접적으로 기업의 생산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라든지 기업의 생산 활동에 관한 각종 혜택 등이 그것이다. 상대적으로 소비 활성화에 대한 정책은 다소 미흡하다. 많은 가계가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소비가 살아나야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 국민총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다. 그리고 소비는 투자의 약 1.8배 정도가 되는 큰 규모다. 국민이 외국에 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비를 하는 대신 국내에서 소비를 하는 것은 민간이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일자리 만들기 및 경기부양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하락 등으로 인해 가계의 소비 여력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적어도 소비 여력이 있는 계층의 소비 행위는 적극적으로 권장돼야 한다. 합리적인 소비 행위에 대해 적어도 소비자가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한때 불경기에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남발해 카드 부실 사태를 초래한 적이 있다. 그런 기억 때문에 소비 증대 정책이라는 말이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내포하게 된 듯하다. 하지만 가계의 소비 증대는 여전히 경기회복과 일자리 만들기 정책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 각종 민간단체 및 정부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9. 4. 2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