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 근본 해법으로 풀라 - 전삼현
	2009-04-17
비정규직 문제, 근본 해법으로 풀라 3월중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0만명 가까이 줄어들고, 실업자는 95만2000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여기에 취업 준비생과 구직 단념자를 모두 합치면 약 350만명이나 된다는 추정치도 나온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6월이면 비정규직 근로자 100만명이 해고될 것이란 설까지 나돌고 있어 올해 실업대란은 피하기 어려운 듯하다. 일각에서는 그 원인을 법·제도적인 문제가 아니라 단지 일시적인 경제 불황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그렇게 볼 문제만은 아니다.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 비정규직법 제정 당시부터 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실업 문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직결되는데, 비정규직법은 오히려 노동시장을 경직시킬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우려들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여당은 13일 정부안보다는 아예 정규직 전환시기를 4년 유예하는 부칙 개정 방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반면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등은 법 개정안은 노동 안정성을 침해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하면서 비정규직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해결 방안 중 어느것도 사실상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 우선, 고용을 법으로 강제해서는 결코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해고가 보장되지 않는 한 고용 확대를 주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지적이 있었듯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강제가 오늘의 노동시장 경직화 및 대량 해고 사태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4월 임시국회는 근본적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통한 실업 문제 해소를 우선과제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정부·여당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의지보다는 미봉책 찾기에 급급한 듯하다.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을 갖고 있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특이한 것은 그 어느 나라도 한국처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이는 노동 안정성을 노동시장 유연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실업자가 50만명이나 되며, 중소기업의 부도율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50%나 급증했다고 한다. 중소기업의 파산율도 44.7%나 증가했고, 지난해 9월부터 매월 10만명의 자영업자가 문을 닫고 있다는 통계치도 있다. 결국, 일자리를 찾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현행 비정규직법은 여전히 일자리를 가진 사람만을 보호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2.4%로 수정, 발표했다. 당연히 올해 기업들은 고용 확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경제 여건이다. 여기에 추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또한 기업들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법 적용을 유예하여 기업들의 어려움도 덜어주고, 실업률 감소 효과도 누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한다. 그러나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여야는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법 적용 유예보다는 정규직 전환 강제 규정 삭제 또는 비정규직법 철폐를 내용으로 하는 법 개정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란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 기업법률포럼 상임대표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9. 4. 1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