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기업인 氣 살려라 - 김일섭
	2003-01-17
새정부 기업인 氣 살려라 우리나라가 21세기 진입을 위하여 준비를 본격화했어야 했던 상징적 인 기점은 87년의 6ㆍ29선언이 있었던 때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 후 노태우정권의 5년을 근로자들의 한풀이에, 문민정부 5년을 해외여행으로 그리고 국민의 정부 5년도 문제를 섞고 덮고 미루는 식으로 보냈다. 21세기 100년의 기틀을 쌓아야 할 시기 에 15년의 세월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국가경영 패러다임의 본격적인 개혁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조바심이 생기게 된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의 정치사회적인 문제점을 경제활력이 비교적 잘 흡수하여 왔으나 우리나라를 둘러싼 세계경제 환경의 2003년 전망은 별로 밝지 않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난 우리나라 재정여력도 신통치 않아 보이며 2 004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부의 경제정책도 걱정이고, 분배를 최우 선시하고 가진 자를 경원시하는 대통령 당선자 경제팀의 기조도 솔직 히 걱정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어떠한 정치적 노선을 택하든 우리나라의 경제활력 이 떨어지면 안된다. 그 동안 정치사회적으로 격심한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우리나라가 국 제적으로 이 정도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는 데는 경제력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며 여기에는 우리 기업과 기업인들의 공이 절대적이라 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른 나라에서라면 그 정도로 정부와 정치권력의 견제와 간섭을 받았 다면 그만 집어치웠을 법도 하지만 한국 기업인들은 꿋꿋이 기업을 지켜왔고 기를 쓰고 기업을 키워왔다. 특히 2002년은 우리 기업실적이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사회를 견인하는 원동력은 경제력이다. 대~한민국도, 촛불시위 도, 2030세대의 반란도 경제력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 경제의 활력 그리고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는 시장경제의 활력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해서는 안된다. 시장경제의 요체는 각 개인의 이기심이 자유경쟁과 가격기능을 근간 으로 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의 역할에 힘입어 전체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결과로 나오는 이기심의 승화(昇華)에 있다. 따라서 인간의 이기심은 시장경제의 핵심 필수요소이며 이 인간의 이 기심을 인정하고 장려하지 않는 한 시장경제는 꽃을 피울 수 없다. 시장경제의 주체는 고매한 학식을 갖춘 학자도 아니고, 이념에 투철 한 사상가도 아니며, 정치가나 정부 관리도 아니다. 그저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창의력과 도전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기업인, 기업의 구성원과 상인들이다. 이들의 의욕을 살리고 기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통치자의 역할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선진국, 특히 미국시장을 잘 이용해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다. 국내에서는 시장의 구축을 실험 내지는 흉내만 내었을 뿐 진정한 시장경제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문명사적인 대전환기를 기존의 국정 방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낡은 관료체제의 틀에 의존한 채 너무 오랫동 안, 너무 광범위하게 그리고 너무 깊이 시장주도자 역할을 해왔고 이 러한 현상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욱 심화되었다.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 규율을 확립하되 시장이 자율적으 로 활력을 갖고 움직일 수 있도록 시장경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정 부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국정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기업이 중심이 되는 시장경제시스템이 활력을 갖기 위해서는 독립성 전문성 신뢰성이 확보된 중앙은행제도, 전문성 도덕성이 확립된 금융 감독기구, 경쟁촉진에 전념하는 공정한 공정거래감시기구, 신뢰성 있 는 외부감사시스템과 질서 및 유연성이 있는 노동시장이라는 시장경 제 인프라스트럭처의 5대 축이 확립되어야 하며 '경제에 대한 정치의 최소 간섭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시장은 시장원리만으로 움직여야 한다. 우리 기업인들의 최대 소원은 노사관계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정부의 불합리한 규제와 간섭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면서 경영의 투명성과 정당한 분배를 요구하는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다하 는 새 정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일섭 (이화여대 경영부총장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03. 1. 16 나의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