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늦추지 말라 - 김동욱
	2003-01-15
조직개편 늦추지 말라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정부 조직개편 관련 공약 검토를 전면 유보키로 한다고 밝혔다. 부처 통폐합식의 개편안은 입법과정에서 해당 부처와 야당의 반대에 직면하고 개편 후에는 통합 조직내의 갈등이 상당 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작용없이도 추진될 수 있는 기능조정까지도 인수위가 챙기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정부 내외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새 정부 출범 일정으로 그 동안 미루어진 기능 조정과 이에 따른 조직개편 사항들은 새 정부 출범 전이나 출범 후 3개월 이내 추진되어야 실행가능성도 높고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자율적 개편 사항들도 '정부조직은 전혀 손대지 않겠다'는 인수위의 방침에 따라 다시 미루어진다면, 오히려 정부 조직의 불안정과 비효율을 지속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인수위가 검토해야 할 정부 기능조정 사항을 몇 가지 제안해 본다. 첫째, 제왕적 대통령제를 가져 온 대통령비서실에서의 대통령과 장관사이의 옥상옥 형태의 수석비서관 제도는 개편되어야 한다. 대통령비서실은 기능적 보좌기능과 대통령 과제위주의 정책보좌 기능으로 이원화될 필요가 있다. 현행 법정 대통령자문회의의 사무처들을 감축하고 새로이 지역균형발전위원회 등 대통령 과제를 지원하는 위원회를 설립하여야 한다. 둘째, 국무총리의 행정조정 권한을 실질화하고 부처상위 수준의 보고단계를 간소화하기 위해 부총리제를 폐지한다. 이에 따라 재정경제부와 교육인적자원부의 고위정책 조정기능 관련 조직도 감축되어야 한다. 셋째, 기획예산처를 기획예산부로 개편하여 국가기획과 정부개혁을 주도하면서 선임 부처로서 대통령의 개혁 비전을 구체화할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기획예산부내 예산관련 조직을 축소하고 재정기획과 정부-공공부문 개혁 기능을 강화한다. 또한 통계정보를 예산편성과 공공 개혁에 활용하기 위해 통계청 소속을 기획예산부로 변경한다. 넷째, 공무원 조직인 금융감독위원회는 정원을 계속 늘리면서 금융감독원과의 갈등을 증폭시켜왔다. 금융감독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위원회를 선진 외국의 감독기구와 같이 민간특수법인인 금융감독원의 내부기관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민방위훈련이 평시 재난대응훈련과 구분될 수 없기 때문에 행정자치부의 민방위재난통제본부는 재난대응기능 위주로 개편될 필요가 있다. 신속한 재난대응을 위해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이끌 소방방재본부로의 개편이 요청된다. 여섯째, 김대중 정부의 첫 번째 공공부문 개혁 작품인 출연연구기관 관리체계는 기대한 독립성과 효율성 제고의 효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없다. 출연연구기관 감독 지원 업무를 관장하는 국무조정실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과학기술 출연연구 기관들의 예산이 국무총리실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심의되는 '촌극'은 이제 끝내야 한다. 따라서 경제사회와 인문사회 관련 정책연구기관의 감독지원 업무를 기획예산부로 이관하여 국가기획과 정책연구 기능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 정부에서 투명한 인사시스템의 확립과 같은 소프트웨어적 개혁에 치중하는 것은 적절한 방향 설정이지만 그렇다고 실정에 맞지 않는 정부 하드웨어를 방치할 수는 없다. 국민의 지지가 매우 높고 야당도 밀월기간을 인정하는 정부 인수 기간과 출범 초기에 하여야 할 작업을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루게 되면 더 많은 비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 金東旭 (서울대 행정학 교수 / 시민회의 행정규제개혁센터 정책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3. 1. 15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