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弗의 꿈★을 위하여 - 정갑영
	2003-01-08
2만弗의 꿈★을 위하여 새해에는 국민소득 2만달러의 꿈을 설계해 보자. 외환위기로 '잃어버 린 5년'의 고통을 뒤로 하고, 다시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보자 . 일부에서는 무슨 망상이냐고 힐난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성장지상 주의로 치닫던 5060세대의 가치관에서 나온 환상이라고 비난하리라. 2030세대의 문화 코드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물량지향적 목표 일 수도 있다. 1만달러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주제에 2만달러를 꿈 꾸는 것이 과욕이라면, 더 논할 가치도 없으리라. 실제로 우리 경제는 95년에 사상 최초로 1만823달러를 달성하였지만, 불과 3년을 버티지 못했다. 그 후 5년, 아쉽게도 아직은 1만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 나 2만달러의 비전도 없이 어떻게 1만달러를 쉽게 달성할 수 있겠는 가. 고소득국가로 발돋움하지 않고서 부풀어 오르는 복지와 후생에 대한 욕구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2030세대의 새로운 문화 코드와 열망도 높은 소득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 높은 소득이 경제현 안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많은 문제를 풀어나 갈 수 있는 필요조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지나친 성장정책으로 불필요한 왜곡을 유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면서도 고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2만달러의 소득은 1~2년 내에 쉽게 이룩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니 다. 2002년 소득이 1만달러라고 가정한다면, 매년 6%씩 성장해도 12 년이 소요되는 과제다. 그러나 소득은 경상가격으로 표기되므로 물가 상승률과 환율 변동폭을 고려한다면 시간은 의외로 단축될 수도 있다 .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된다면, 원화가치 상승으로 달러로 표시한 소 득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일본은 83년 1만달러에서 5년 뒤인 87년에 2만달러를 달성하 였고, 싱가포르도 89년에서 93년사이에 1만달러의 소득이 두 배로 증 가하였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6년 후 2008년에 2만달러를 달성한다 해도 일본과 21년, 싱가포르와는 15년의 격차가 나는 셈이다. 소규모 개방경제로 많은 나라의 벤치마크가 되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 네덜 란드 등도 모두 80년대 초에서 중반 사이에 1만달러의 소득을 두 배 로 올렸다. 각국 환경이 모두 다르긴 하지만 5~7년 사이에 2만달러 꿈을 이루겠다는 것이 결코 망상은 아니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한 전략이다. 최근 미국 경제연 구소(NBER)의 세계 72개국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빈국과 부국을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제도와 정책이라는 것이다. 미국경제학회지(AER)에는 효율적인 제도를 식민지 유산으로 물려받은 국가가 모두 부국이 되었다는 결과도 발표되었다. 부자 나라를 만드는 묘약이 바로 정부 조직과 제도의 효율성에 있음 을 증명한 셈이다. 정치적 안정은 물론 재산권, 법적제도, 효과적인 시장의 인센티브, 노사관계 안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제도는 과연 어떠한가? 2만달러를 달성한 부자나라 관점에서 평 가해 보자. 정부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조직개편과 규모 축소가 가 장 시급한 현안이다. 공공부문이 비효율적인 시장에서 어떻게 민간부 문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겠는가. 성장전략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60~70년대처럼 자본이 나 노동력을 동원한 외연적인 발전이 아니라 효율성 제고를 통한 내 연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하며 인센티브를 과감히 확대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절반수준에 불과한 생산성으로 어떻게 2만달러의 소득을 흉내낼 수 있겠는가. 인센티브와 효율성 제고를 위 한 조세개혁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시장의 인센티브가 스스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켜 야 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2만달러의 소득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과 과 학기술은 물론 경제를 뒷받침하는 사회와 문화, 국민들의 정서까지도 모두 부자 나라를 지향하고 있어야 한다. 비록 그 목표가 가까운 꿈 은 아니라 할지라도 지금부터 모든 시스템을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분배와 후생에 대한 욕구도 "가난한 나라, 부자 아빠"의 개념으로 해 결하지 말고, "부자 나라, 부자 아빠"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매일경제 2003. 1. 8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