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흑자 정착 위해 民官 합심해야 - 안재욱
	2008-10-30
경상흑자 정착 위해 民官 합심해야 현재 한국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매우 건실하다. 기업의 부채비율이 낮아졌고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대단히 좋아졌다. 그리고 외환보유액도 당시에 비해 월등히 많은 약 2400억달러나 된다. 그럼에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주가 급락과 환율 급등이 경제 규모나 여건이 비슷한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그뿐 아니라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인하하고 유동성 부족에 대한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건실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1997년 위기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외국인들이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각국에서 주가 폭락과 금융기관의 손실 증가에 따라 자본 잠식을 우려한 금융기관들이 유동성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대출 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갑자기 신용 경색이 일어난 것이다.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미국 재무부 증권을 찾게 됐고, 이로 인해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폭발적 수요 증가로 나타났다. 한국은 이러한 파장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았다. 지난해 말부터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자 달러 유출로 달러화가 부족해질 위험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한국경제에 대한 어두운 성장 전망이 외국인의 이탈 러시를 더욱 촉발한 것이다. 다행히도 10월 경상수지가 5억~10억달러 흑자로 돌아서고 11, 12월에는 그 폭이 더욱 개선돼 4분기 경상수지 흑자가 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경상수지 흑자 전환으로 외국인의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히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에 따른 외국인 이탈 현상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좋을 때 경상수지 적자는 그리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된다. 위기 상황인 이때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기업·가계가 모두 합심하여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수출에 장애가 되는 제도와 규제를 개선하고 완화해 기업의 수출활동을 촉진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 여건이 악화된 상황이지만 제품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을 통해 수출 신장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외여행, 조기 유학, 외국 연수 등으로 인한 서비스 적자가 매우 크며 만성적이다. 가계는 이들에 대한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교육 제도를 개혁해 서비스 적자가 개선되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외국인의 이탈을 막고 그들을 한국경제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한국경제에 대한 성장 전망을 높여야 한다. 우리 경제가 오랫동안 침체하고 성장동력이 약화됐던 근본 원인은 기업의 의욕을 꺾고 시장경제를 마비시키는 반기업적·반시장적 정책 남발 때문이다. 세금을 늘리고 규제를 강화해 경제를 침체시켰다. 경기를 회복시키고 경제를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을 제거해야 한다. 현 정부 들어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소득세 등을 인하하고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한다.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말고 보다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감세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추가적인 소득세 인하와 유보하고 있는 법인세 감면, 그리고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는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야당 역시 이러한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런 정책들을 막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가 않다. 지금은 정당을 떠나 정치권과 민·관(民官) 모두가 합심해 국가적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할 때다. 안재욱(경희대 교수·경제학/바른사회 감사) 출처 - 문화일보 2008.11.3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