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 있어야 부패없다 - 정구현
	2002-12-09
'경제자유' 있어야 부패없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9년 전부터 세계 여러 나라의 경제적 자유를 나 타내는 지수를 개발하여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에 이 재단이 발표한 '2003 경제자유지수'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경제가 자유로운 곳은 홍콩이며, 한국은 세계 156개국 중에서 52번째로 자유로운 나라로 나 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 자유가 없는 나라는 바로 북한으로 발 표되었는데 이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국은 5년 전에 발표된 자료에서는 세계에서 21번째로 경제가 자유 로운 나라였으나 그 후 매년 순위가 떨어졌으며 절대적인 평가지수에 서도 이 기간에 경제자유가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10개 세 부항목별로 보면 특히 두 분야에서 한국 경제자유가 악화되었다. 정 부개입 항목에서는 경제에서 차지하는 정부부문 비중이 커졌기 때문 이며, 금융분야에서는 정부의 은행소유 증가와 규제강화 때문에 그렇 게 되었다. 우리 경제가 지난 5년 동안 경제위기를 잘 극복했다고 국내외에서 평 가하고 있으나 경제자유를 많이 희생하면서 위기극복을 한 셈이다. 경제자유는 소득이나 경제성장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 자유로운' 15개국 1인당 국민소득(2000년 기준) 평균은 2만6900달러 였는데 '대체로 자유로운' 56개국 평균소득은 위 금액의 절반밖에 되 지 않았고 '자유롭지 못한' 나라 소득평균은 3200달러에 지나지 않았 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경제자유는 경제성장률과도 정의 상관관계가 있 다. 경제자유는 특히 부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제자유가 없고 정부의 시장개입이 심한 나라일수록 부패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점은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 경제에서 정부의 시장개입이 여전히 높고, 경제자유에 대한 인 식이 낮다는 증거는 최근 두 가지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먼저 정보통신부가 통신회사들에서 돈을 걷고 있는 사례에서 잘 나타 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정통부는 IT산업 활성화를 위해 4개 통신 회사에서 모두 3000억원을 걷었으며, 이와는 별도로 SK텔레콤에서 15 00억원을 인력양성과 장비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더 걷었다고 한다. 이 익이 많이 나면 법인세를 더 내면 되는 것이지 무슨 명목으로 정통부 가 이러한 기금을 강요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정통부 는 이 돈 중 일부를 혹시나 자기 부처 위상 강화를 위해 쓰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하다. 정부의 시장개입이 우리 의식구조 속에 얼마나 강하게 남아 있는지는 최근 경제특구 지정에서도 그대로 노정되고 있다. 중국 경제가 크게 부상하면서 앞으로 한국 경제 활로를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지에 대 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 바로 '동북아 중심국가'가 되자는 것이었으며 그 방책으로 영종도나 인천 송도를 경제특구로 만들자는 안이 나왔다. 경제특구는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에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특 정구역에 한해 경제자유를 보장하려고 만드는 것이다. 북한이 신의주 나 남포를 경제특구로 지정하듯이 말이다. 명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고 선진국을 지향하는 나라 에서 아직도 경제특구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우리나라 경제자유에 대한 국민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제 나라 전체에 걸쳐 경제특구에 해당하는 자유화와 개방을 해야만 앞으로 동북아에서 우리의 번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 사례 외에도 벤처육성을 위한 지원 등 우리 주변에는 개 발연대 산업정책적인 사고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이러다가는 결 국 선진국 소득수준과 삶의 질에 접근하기 전에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해 경제가 정체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 우리에게는 이제 15~20년 정도밖에 시간 여유가 없다. 개인재산권을 확실히 보장하고, 기업에 더 많은 자유를 주어야 한다. 정부부문 팽창을 억제하고 국민 조세부담률을 낮추어야 하며, 법인세율과 개인소득세율도 더 낮추어야 한다. 중앙정부를 축소해야 하며, 특히 지금과 같이 특정 부처가 특정 산업을 대표하며 관료와 기업이 어우러져 그 산업 이익을 추구하는 구조가 타파되어야 한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부패구조 청산이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하 고 있다. 그러나 부패청산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경제자유 신장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앞으로 5년 동안 경제자유가 크 게 신장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기는 어려워질 것이 다. 정구현 (연세대 상경대학 학장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매일경제 2002. 12. 9 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