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앞지른 임금상승률 - 윤창현
	2008-03-26
경제성장률 앞지른 임금상승률 1929년 대공황은 자본주의 자체에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엄청난 위기였다. 다우존스지수로 대표되는 주가는 1929년 300 근처에서 1933년 60 수준으로까지 떨어졌고 1954년이 돼서야 300을 회복했다. 제자리로 회복하는 데 25년이 걸린 셈이다. 같은 기간 국민소득은 경상소득 기준으로 103달러에서 56달러까지 떨어졌으니 4년여 만에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완전고용 수준에 가까웠던 실업률은 25%까지 치솟아 국민경제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경험한 외환위기보다 훨씬 길고 강한 위기였던 셈이다.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로 ‘타임’지가 선정한 바 있는 존 케인스 경은 당시 ‘화폐 고용 및 이자에 관한 일반이론’이라는 불후의 명저를 통해 대공황이 도래한 원인은 가격 조정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가격변수, 그 중에서도 임금 변수는 매우 하방경직적이고 따라서 경제의 수요와 공급 측면을 일치시키도록 탄력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가격변수가 조정되지 않고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결국 가격 조정이 아닌 수량 조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대형 국책사업 등의 총수요 팽창 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이러한 이론적 토대와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했고 뒤이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역설적으로 공황이 극복되기 시작했다. 전쟁이 가진 경제적 속성을 보면 케인스 경의 처방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우선 무차별적 폭격과 군대에로의 인력 동원을 통해 공급 과잉이 사라지는 동시에 전쟁을 치르느라 엄청난 수요가 창출이 된다. 결국 2차대전과 함께 경제는 회복되기 시작했고 미국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임금이 가진 하방경직성은 이처럼 자본주의 경제의 큰 흐름을 바꿀 정도로 위력이 있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평균 임금상승률이 6.84%라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4.01%포인트가 더 높다. 그런데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우리나라가 5.0%였고 OECD 평균이 2.7%로서 평균 대비 2.3%포인트 높았다. 경제성장률을 감안한 우리의 임금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얘기다. 물론 경제 성장의 궁극적 목적은 부가가치 창출을 통해 임금으로 그 과실을 배분함으로써 많은 국민이 골고루 그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가가치는 이자 지대 이윤 등으로 골고루 배분돼야 할 필요가 있다. 자원을 제공하는 각각의 주체들에게 적정한 수준의 보상이 주어져야만 경제 활동을 하는 수많은 주체들 간에 조화가 생기고 질서가 생긴다. 인적자본을 제공하는 근로자들이 지나친 요구를 하게 되면 그만큼 다른 요소를 제공하는 쪽에 덜 배분이 되고 해당 자원의 공급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2008년의 세계 경제기상도는 한마디로 시계(視界) 제로다. 10년에 한번 꼴로 찾아오는 금융위기로서의 서브프라임 사태에다가 달러에 대한 신뢰 위기를 반영하는 글로벌 임밸런스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과거 수년 동안 값싼 물건을 전세계에 공급하면서 생산 공장 노릇을 하던 중국과 인도 경제에 이상이 생기면서 골디락스 경제에 종말이 오고 있다. 금융·외환·실물 부문의 위기가 겹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상황이 좋지 않다. 공급 부문에서 자원 및 에너지 가격 상승과 관련한 코스트 푸시 인플레가 오고 있는 시점에서 임금이 이를 모두 반영해 오를 경우 경제에는 엄청난 충격이 올 수가 있다. 노동부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지금 노사가 슬기로운 타협을 통해 대외 경제 위기를 잘 극복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출처 - 문화일보 2008. 3. 2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