減稅 위해 고려해야 할 다섯 과제 - 안종범
	2008-02-23
減稅 위해 고려해야 할 다섯 과제 노무현 정부의 임기가 하루 남은 지금 증세냐 감세냐 하는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높은 조세부담률이 보여주듯이 감세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미 전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무슨 세금을 어느 정도, 어떻게 그리고 언제 줄일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단계에 와 있다. 감세(減稅)를 위한 과제는 크게 다섯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우리의 세금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단순히 선진국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는 주먹구구식 접근 방법이 아니라 세금 부담이 얼마나 빨리 커졌는지를 살펴보고 세금을 거둬서 쓰는 재정 지출의 필요성과 효율이 어떠한지 파악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17.5%에서 21.2%로 4%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이 기간 선진국들의 조세부담률은 대체로 낮아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의 세금 부담 증가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더구나 이렇게 커져버린 세금 부담이 그동안 정부나 공공부문의 방만함과 낭비에 투입됐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세금을 줄이고 예산 낭비를 줄이는 것은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둘째, 세금이 전부가 아니라 사회보험료를 포함하는 국민 부담, 그리고 각종 준조세 등의 국민 실질 부담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준조세란 각종 부담금과 행정 요금, 기부금 등 포함하는 것으로, 조세 수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이같은 준조세를 포함한 국민의 실질 부담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 국민의 부담은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섰다. 게다가 징병제 아래서의 국방의무라는, 눈에 보이지 않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국민 부담도 있다. 그래서 모병제를 취하고 있는 나라와 국민 부담을 비교하려면 징병제로 절약된 국방 예산 부분만큼은 더해야 한다. 셋째, 경제를 살리는 감세를 해야 한다. 근로자가 더 일하게 하고 기업이 더 투자를 하도록 하는 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소득세율을 내리고, 법인세율을 내리는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근로자와 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소득세와 법인세 모두 각종 지원과 감면으로 과세 베이스가 좁다는 점을 감안하여, 근로자와 기업에 실제로 필요한 감면이 무엇인지를 면밀히 관찰하여 불필요한 것들을 정비하고 이를 기초로 세율 인하 폭을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넷째, 세금이 소득 계층간 갈등 요인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근로자의 상위 50%만이 소득세를 내고 있고, 대기업이 법인세의 대부분을 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이들의 세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더 이상 부자 봐주기 감세라는 식의 낡은 비판을 접어야 할 때다. 중산층 이상, 그리고 대기업들의 세금을 줄여주면 노동 공급과 소비 및 투자가 늘어서 경제가 살아나고 이 감세의 혜택은 마침내 국민 모두에게로 돌아간다는 기본적인 경제 논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세금 하나하나가 아니라 조세 제도와 행정 전체를 보는 조세 개혁의 그랜드 디자인을 짜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조세 개혁을 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거의 매년 100개 항목 이상의 세제 개편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제 개편의 횟수와 항목 수를 줄이는 것도 세금 부담 줄이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 잦고 자질구레한 세제 개편은 그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조차 힘들게 한다. 따라서 다른 정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세제 개편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를 해야 하고 한번 정하고 나면 그 효과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다산 정약용은 ‘경세유표’에서 수확량의 9분의 1만 세금을 내게 하고 나머지 모든 잡세는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종류의 세금으로 국민의 세 부담이 70% 이상이던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처방이었다. 새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다산의 감세 지혜를 배워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8. 2. 2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