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조직 개편해야 하나 / 反 '담당조직만 바꾼다고 - 최병일
	2002-11-29
통상조직 개편해야 하나 / 反 '담당조직만 바꾼다고 대선을 앞두고 통상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 핵심 내용은 통상문제만 전담하는 별도 독립 부처를 두거나 미국 의 무역대표부(USTR)와 같이 대통령 직속의 통상교섭 전담 조직을 신 설해 통상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도되고 있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집권하면 국민의 신임을 바탕으로 새로 판을 짤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여름 한ㆍ중 마늘협상 파동과 최근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마무리 과정에서 또다시 불거진 부처간 불협화음을 보면서 우리 통상외교가 이래서 될 것인가 하는 우려와 실망감을 떨쳐버릴 수 없 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통상교섭 기능과 과정의 난맥상이 어디에서 기인하 는지 냉철한 분석없이 조직 개편으로 모든 문제가 풀릴 것으로 생각 하면 오산이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통상교섭상의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 니다. 4년 전 통상기능이 외교통상부로 일원화되기 전에도 있었고 거의 모 든 부처가 통상교섭에 나섰던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는 내부 갈등과 혼선을 경험하였다. 통상조직을 일원화한 후에도 그러한 문제점이 근원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그것은 문제의 본질이 통상교섭체제나 조직 자체의 결함에 있다기보 다는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 즉 관료의 의식구조와 행동양식 그리고 크게는 우리 사회 전반적인 문화적 풍토에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부처이기주의에 젖은 관료문화, 종합적 국익보다는 부문별 이해관계 에 집착하는 집단이기주의, 닫힌 문화에서 오는 우리 사회의 폐쇄성 과 국수주의, 경제적 합리성 때문에 외국 제품을 선호하면서도 외국 제품을 배격하자는 정치적 집단행동에는 동참하는 이중적인 국민 의 식구조, 상충하는 이익집단간 이해조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 미비와 정치적 리더십 부족 등 행태적ㆍ구조적 요소들이 '반개방적이고 막무 가내식' 한국의 대외협상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단순히 담당 조직을 뜯어 고친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농산물 수입개방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발목이 잡혀 있을 때, 다른 나라들은 빠른 발걸음으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 아세안과 FTA 체결을 경쟁적으로 추구하면서 동 아시아 지역이 중국과 일본의 주도권 다툼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더(DDA) 협상이 2004년 말 종료 를 목표로 본격적인 협상단계에 돌입하고 있어 세계 모든 나라들이 국익 확보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 더욱이 내년 3월 말까지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WTO 회원국들이 서비 스시장 개방을 위한 1차 양허안을 제출해야 하고 농산물 시장 개방의 기본 틀에 합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직개편 회오리에 휩싸이는 것이 과연 현명한지는 의문이다. 출범 후 이제 4년 남짓 밖에 되지 않은 조직을 전면 개편하려면 논리 적 타당성을 먼저 세워야 할 것이다. 단지 이것 한 번 해보았더니 잘 안되는데 다른 것 한 번 시도해 보는 식은 곤란하다. 호주 캐나다 등 우리에 앞서 통상기능을 외교통상부로 흡수ㆍ통합한 나라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체제를 정착시키는 데 10년 이상 장 기간이 소요되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주지하다시피 현재 통상조직이 최선의 것은 아니다. 한ㆍ중 마 늘파동, 한ㆍ칠레 FTA 협상과정의 진통과 불협화음은 부처간 이해갈 등을 조정하는 실질적인 권한과 기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국 익을 고려하지 못하고 부처간 이해다툼에 빠져든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지금의 통상조직이 더 잘 하기 위한 미시적인 조정 가능성 을 먼저 검토하는 것이 합당한 일의 순서일 것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2. 11. 29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