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경제통합에 앞장을 - 정인교
	2007-10-29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앞장을 최근 몇 년 사이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대한 역내 국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기로 인근 국가 간 긴밀한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한 탓도 있겠지만, 유럽과 북미지역이 단일 경제권으로 발전해 가는 것을 지켜 본 학습효과도 작용했을 것이다. 또 세계 4대 경제대국이며 향후 20년 이후가 되면 미국보다 더 경제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이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 중국의 '주도권 확보' 주목해야 2001년 국제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은 아세안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주도적으로 체결함으로써 사실상 동아시아 지역주의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볼 수 있다. 곧 이어 우리나라와 일본이 아세안과 FTA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FTA 정책은 통상정책적 목적, 지하자원 확보 등에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보이나, 동아시아에서의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도 일관성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아세안과의 FTA에 이어, 동북아 한중일 FTA 검토 및 한중 FTA 추진도 제안한 상태이다. 또 2004년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동아시아 FTA를 검토할 전문가회의를 제안한 바 있다. 비록 FTA 연구이기는 하지만, 중국이 주도한 동아시아 FTA 연구는 여러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동아시아 범지역적 문제를 중국이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어렵사리 WTO에 가입한 중국은 동아시아 차원의 문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여 왔으나, 동아시아 FTA 연구를 계기로 동아시아 리더국가로서의 면모를 대내외에 과시하게 되었다. 또한 최근 논의되고 있는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첫 단계 작업으로 동아시아 FTA 연구의 의의를 들 수 있다. 중일 간 패권경쟁, 불완전한 시장경제 등의 어려움이 있지만, 중국은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동아시아의 대부분 국가들에게 중국이 제1위 교역대상국임을 감안하면 중국의 전략을 이해할 만하다. 중국의 적극적인 동아시아 정책 추진으로 가장 불편해진 국가는 일본이다. 동남아를 '뒷마당' 정도로 생각해 왔던 일본은 동남아 국가들이 급속하게 중국으로 기우는 현상을 지켜보면서'아세안+6'체제라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동아시아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아세안+3(한중일)에 3(호주 뉴질랜드 인도)를 포함시켜 중국의 위상을 깎아 내리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의 반발로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친중국 정서를 가진 후쿠다 총리가 어떤 정책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동아시아 내 일본의 위상은 상당수준 달라질 것이다. 지난 주 홍콩에서는 중국 위안화를 달러 유로처럼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국제기축통화로 발전시키기 위한 회의가 개최되었다. 지난 10년 넘게 일본은 엔화 국제화를 위해 공을 들여 왔으나, 지금부터는 동아시아 통화패권을 위해 엔화와 위안화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간은 중국 위안화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줄 것이다. 금융위기 직후 우리 정부는 동아시아 비전그룹(EAVG) 제안 등을 통해 동아시아 경제협력 논의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우리나라의 역할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과의 FTA를 체결한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동아시아 경제통합 자체에 대한 국내 논의와 전략이 부족해 한미FTA 효과와 기회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지 우려된다. ■ 우리는 전략 수립 여전히 부진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동아시아 FTA를 체결할 경우 우리나라는 상당한 경제이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그 기대이익은 어떤 순서로, 어떤 형태의 협정을 체결하는가에 따라 상당수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동아시아 FTA, 중ㆍ장기적으로는 동아시아 경제통합 전략을 수립해 논의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관련 국제회의에 담당자를 참여시키는 것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경제협력 방안을 연구하고, 면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한국일보 2007. 10. 2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