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와 피카소가 대권주자라면 - 김민호
	2007-10-19
마티스와 피카소가 대권주자라면 20세기 미술의 대표적 거장 앙리 마티스와 파블로 피카소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들이 작품 활동을 하는 동안 줄곧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다툼을 했던 경쟁자이면서 서로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고받았던 가장 중요한 예술적 동지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야수파(포비즘)운동을 주도했던 마티스와 입체파(큐비즘)의 거장 피카소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경쟁자이자 동지였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마티스는 색과 빛을 분해하여 자유롭게 재배치하는 파격을 추구하였다면, 피카소는 사물을 분해하는 작업을 하였다. 기존의 관념과 틀을 철저히 파괴해 버리려는 몸부림은 이들의 공통점이었으나 그 분해의 대상에서는 전혀 다른 세계를 추구하였다. 마티스는 "우리가 상대에게서 이익을 얻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토로했고, 피카소 역시 `마티스적 요소`를 즐겨 차용했다고 한다. 이들이 20세기 미술계 최고봉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서로에 대한 `저항`과 `인정`을 적절히 하였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신문 정치면에는 각 당 대통령후보 경선 관련 기사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 각 정당이 연말에 있을 대통령선거 후보를 선출했다. 경선이 끝난 정당들은 경선에서 이긴 후보와 진 후보 간의 협력 문제에 대한 해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일단 여야를 막론하고 각 정당은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이 표면적으로는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창출을 위해 협력할 것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과 이들을 지지했던 지지자들 사이에 경선 후유증이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경쟁이란 사회 발전의 중요한 동력이며 불가피한 사회운영 원리일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자기 강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것이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또 경쟁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명제를 부정하는 사람 역시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감성과 이성의 지배를 동시에 받고 있는 우리 인간이 공정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그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치지도자들에게, 특히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자들에게 공정한 경쟁과 결과에 대한 승복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지나친 주문이 아니다. 우리는 이들에게 평범한 우리보다는 더욱 높은 수준의 냉철한 이성을 가질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이 마티스와 피카소처럼 서로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고 함께 공멸하는 독이 될 수도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성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을 감정과 감성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나와 같은 필부가 할 일이지 이 나라 지도자가 되려고 하는 자들이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지도자가 되려는 자들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 역시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그릇된 행보를 하지 않도록 조언하고 격려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른바 조직 또는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지지자들이 오히려 공정한 경쟁과 결과에 대한 승복을 저해하고 있는 현실이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조직이나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지지자들이 자신의 영달과 공명심을 버리고 이 나라 참정치 실현과 국가 발전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자신의 지지자들이 공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우리도 벌써 20여 년 동안 국민이 직접 뽑은 지도자들에 의해 민주적 정권교체를 이루어 왔다. 적어도 형식적 민주주의는 그 결실을 봤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실질적 민주주의가 이 땅에 정착될 수 있도록 각 정당은 정파의 이익을 위해 이합집산을 서슴없이 행하는 구태를 벗어 던지고 국민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그 정당의 대통령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각 정당의 이념과 정치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이 나라의 지도자로서 품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훌륭한 인물을 국민들에게 내어 놓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정치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각 캠프의 지지자들은 마티스와 피카소에게서 상생의 교훈을 배우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 / 바른사회 바른법제사법센터 소장) 출처 - 매일경제 2007. 10. 19 매경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