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를 바로 알자 - 송병락
	2007-10-19
글로벌 스탠더드를 바로 알자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우리에게는 지구촌에서 통용되는 기준이 필요해졌다. 축구 경기장을 짓는 경우에도 가령 독일과 한국에서 짓는 경기장이 다르다면 선수들이 혼동하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필요하다. 각국이 축구장을 건설할 때는 그 규격이나 모양을 이에 맞게 해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일종의 합의이며 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것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정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동물의 왕국에서는 힘센 동물의 기준을 따르겠지만 지구촌 무대에서는 그게 명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어느 것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방식, 또 어느 것은 한국의 방식이 표준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은 현재 많은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와 있고 또한 만들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3대 조선회사는 모두 한국 것이므로 조선의 세계적 표준은 일등을 하고 있는 한국의 조선산업과 기업이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정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은 세계 4대 고속철도 기술 보유국으로 이에 관한 글로벌 스탠더드도 마찬가지다. 공항의 경우 얼마 전까지 글로벌 스탠더드로 간주된 것은 네덜란드의 스키폴 공항이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이나 일본 나리타공항은 이를 모델로 하여 건설했다. 그러나 한국이 인천공항을 건설할 때는 그간의 비행기 대형화와 정보기술(IT) 발달로 인해 스키폴 공항뿐만 아니라 시카고의 오하라공항 등을 참조해 건설했다 그런데 인천공항이 얼마 전 공항서비스 세계 제일의 공항으로 선정될 정도가 되었으니 공항 운영에 스탠더드를 정할 수 있게 되었다. 고속도로의 경우 땅이 넓어서 대평지에 건설된 쭉쭉 뻗은 미국 고속도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그런데 미국 고속도로 건설 방식대로 한국에 건설할 수 있을까? 한국에는 산지와 터널이 많으므로 미국 것을 우리 기후와 지형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는 그대로 따라야 할 것, 우리 환경에 맞게 조정할 것,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도 있음을 잘 알 필요가 있다. 무조건 일등이라고 해서 외국 것을 무턱대고 따라했다가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세계 주요국들은 글로벌 스탠더드 선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고 있는 분야는 기업의 조직과 경영, 지배구조, 국가발전 모델 등에 관한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닌가 한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고 글로벌 경제는 미국 주도이므로 미국식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미국 MIT의 수전 버거 등 13명의 교수와 학생이 5년간 세계 500대 기업을 인터뷰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경쟁은 이에 관한 국가 간 다양성을 오히려 증가시킨다고 했다. 사실 한국의 많은 기업은 이미 외국 모방단계를 뛰어 넘어 창조경영으로 외국 기업을 앞서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국가경제 발전모델에도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선진국 하나를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하면서 모방하자는 것은 잘못이다. 스위스·싱가포르·미국 등 글로벌 경쟁력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간 국가들은 모두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를 철저히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국에 맞는 독창적 모델을 만든 나라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 길은 첫째, 각종 규제 철폐는 물론 세계에서 기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만들어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둘째, 작은 정부를 만들고 그 경쟁력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셋째, 국민 소득과 재산을 계속 늘어나게 해야 한다. 게리 베커 교수는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자유경제’가 한국이 지향할 바라고 했다. 그것이 더 많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드는 길일 것이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중앙일보 2007. 10. 1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