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은 고객 감동의 대가 - 김정호
	2007-10-10
시장점유율은 고객 감동의 대가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LNG선 시장 점유율 40%를 달성했다. 전 세계적으로 발주된 50척 가운데 이 회사가 20척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제품의 세계시장 석권 사례는 그것 말고도 많다. 삼성전자는 세계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5년 연속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해 온 LG 휘센 에어컨의 시장 점유율은 20%이다. 한국 기업들이 이루어낸 이 쾌거들은 세계 소비자들에게 좋은 품질의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품질과 가격만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비결임은 세계 시장이든 국내 시장이든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높은 시장 점유율은 높은 품질과 낮은 가격으로 고객을 감동시킨 기업에게 시장이 부여하는 훈장인 셈이다. 그런데도 나라 안으로 들어오면 그런 기업들은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곤 한다. 높은 시장 점유율은 고객 감동에 대한 대가이기보다 독점의 상징으로 몰려 감시와 규제의 대상이 된다. 주홍글씨처럼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이름을 달고 다녀야 함은 물론이다. 가격을 너무 올리면 독점가격이라고 부르고, 가격을 너무 낮추면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이번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 움직임도 그렇다. 지금까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 변동만을 규제했는데 지금부터는 가격 자체까지 규제하겠다는 내용이다. 사실 ‘시장지배적’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되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기업은 흥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망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싸고 좋은 제품을 선택하지 기업이 강요하는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다. 소비자를 잘 섬긴 대가로 많은 상품을 파는 기업에게 ‘지배’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음식점 주인이 장사 좀 잘 된다고 값을 올리듯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도 높은 시장 점유율만 믿고 가격을 올리고 생산량을 줄이는 등 독점적 행동을 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그것을 찾고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첫째는 어떤 기업이 그러는지를 알아내는 일이 아주 어렵다. 이론적으로는 가격이 ‘한계비용’과 일치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해서 가격이 한계비용보다 높을수록 시장지배적 행동을 한 것으로 판정하면 된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이나 경제학박사들을 제외하고 한계비용의 뜻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들도 무슨 뜻인지 알 리 없고, 그러니 스스로 공정한 가격을 책정할 수도 없다. 뜻을 알더라도 그 값이 얼마인지를 계산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십중팔구 얼토당토않은 숫자를 얻기 십상일 테고, 그러다 보면 소비자에게 충실히 봉사한 기업이 오히려 제재를 당하는 사례들이 자주 나오기 마련이다. 둘째는 정부가 간섭하지 않더라도 기업은 함부로 값을 올리지 못한다. 사방에서 경쟁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다. 전통적 의미에서의 대표적 독점 기업인 코레일(구 철도공사)이 고객 서비스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이 기업이 실질적으로 독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도는 비행기와 고속버스와 자가운전자들과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 그런 상태에서 철도 시장에서의 점유율만 믿고 함부로 값을 올리고 서비스를 낮춘다면 스스로 자살골을 넣는 격이 된다. 신발업체인 나이키는 다른 신발들뿐만 아니라 게임기 업체인 닌텐도와 고객의 시간을 두고 경쟁을 벌인다. 시장의 경계가 사라져 가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시장 점유율만 믿고 함부로 가격을 올리는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조만간 고객의 버림을 받고 시장에서 사라져 갈 것이다. 시장경제의 핵심은 자유로운 가격이다. 조그마한 흠을 고치려다가 자유로운 가격형성 기능 자체를 훼손할까 걱정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07. 10. 1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