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부시 퇴장과 '2기 한미동맹' - 김진현
	2007-10-10
노무현-부시 퇴장과 '2기 한미동맹' 10·3 베이징 6자회담 성명과 10·4 평양선언은 북핵문제, 북한문제의 종막으로 가는 시작이다. 부시·노무현의 임기 말 몸부림이기도 하고 핵을 가져도 개방을 해도 무너질 수밖에 없는 늙어버린 김정일의 꾀부림이기도 하다. 길게 보면 북한은 작년 10월 핵실험으로 종막을 이미 재촉한 셈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부시대통령에 대한 비판, 비난이 일상화를 넘어 봇물 터지 듯한다. 그래서 부시와 노무현 대통령의 공통점이 화제로 등장한다. 두 사람 모두 인기가 극히 낮은 레임덕이고, 본래의 자기 지지캠프로부터조차 거센 비난을 받고, 독선적이다 보니 주요 정책이 냉탕 온탕을 오갔다는 것이다. 부시의 대북한정책, 노무현의 대미정책을 예로 든다. 대북정책 비판 중에는 ‘김정힐’이라는 조어(造語)도 등장한다. 김정일과 크리스토퍼 ‘힐’ 6자회담 대표의 합성어이다. 부시가 그의 재임 중 북한핵무기보유를 수용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중국과 일본에서 쓰이는 말이라고 한다. 이런 한가한 객담을 넘어 지금 동아시아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은 21세기 태평양질서재편과 전략에 진지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부시-노무현-아베(고이즈미) 이후의 동아시아 관계정립이다. 미국에서 테러와의 전쟁 6년 경험을 통하여 다원주의 외교가 새 주류로 등장하고 일본과 중국에 대한 실체적 경험을 통하여 동맹관계를 다시 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과는 시간이 갈수록 협력과 경쟁의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일본을 가치동맹의 대상으로 확신하고 군사동맹의 축으로 생각해 왔으나 몇 가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첫째 핵무장화 기도이다. 일본의 당시 현직 외상(아소 다로), 현직 방위청장관(나카소네 야스히로)이 끊임없이 일관하여 ‘현행헌법도 방어용 핵무기보유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무엇인가 실체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나카소네는 핵무기계획을 추진하기도 했다. 워싱턴에서 듣기로는 일본이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로 핵물질 추출을 기도하는 징조를 관찰하고 있는 듯하다. 둘째 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와 ‘위안부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할 정도로 일본주류 우익의 가치와 이념에 대한 회의(懷疑)도 끼어 있다. 이제 한국은 새로운 정치 리더십의 구성과 더불어 ‘제2의 한미동맹’ 전략을 추진할 만하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아시아에서 진정한 근대가치의 동맹대상은 대한민국뿐이다. 대한민국은 1945년 이후 독립한 140개 제삼세계국가 중 정치민주화, 시민자유, 근대경제성장, 종교적 사회적 다양성, 과학기술과 고등교육이라는 근대화 내용을 완벽하게 성취한 유일한 나라이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민주문명의 가치동맹대상을 찾는다면 일본도 싱가포르도 필리핀도 물론 중국도 아닌 대한민국뿐이다. 또한 한반도의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의 통일, 평화의 가능성이 현실화될수록 (또는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주변4대 강국 중 지정학적 이해에서 그 협력자, 균형자, 조정자로서의 미국의 위치를 거듭 확인하게 된다. 중국과 일본은 통일방해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적극적 극복의 대상이고 러시아는 개입 최소화 노력의 대상이다. 21세기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생존전략에서 지정학적 균형, 전략적 이해, 가치공유의 차원이 완전히 일치하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지정학적 이해는 2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같으나 그간 한국의 능력이 동맹의 대상이기보다 무시, 경시, 상황적 선택의 대상이었다. 이제 해방 후 대한민국의 성취와 능력(근대화와 교포)으로 한미동맹이 동아시아의 독립변수로 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부시, 노무현의 퇴장은 실체적 대 중국, 북한 체험을 통한 반미(反美)의 퇴조와 더불어 한국전쟁과 군사동맹관계에 기반을 둔 한미동맹을 넘어 21세기 동아시아질서 재편기 태평양의 새 기축으로서 2기 한미동맹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이사장 / 바른사회 고문) 출처 - 조선일보 2007. 10. 1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