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향한 공격적 탈규제 필요하다 - 김정호
	2007-09-28
선진국 향한 공격적 탈규제 필요하다 세계은행의 ‘2008 기업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환경은 178개국 중 30위로 전년에 비해 7단계 추락했다. 이는 각종 규제 때문에 기업하기가 어렵다는 우리의 사정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경제활동이 자유로운 나라치고 못사는 나라가 없다. 홍콩과 싱가포르, 진흙창의 고기잡이 항구에 불과하던 두 경제가 아주 짧은 기간에 세계 최고의 부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보장된 경제적 자유 덕분이었다. 한국의 경제 발전도 예외가 아니다. 1960년 이후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환율과 수출입에 대한 규제를 푼 결과였다. 어느 나라든 규제를 풀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만큼 경제 성장을 누릴 수 있다. 지난 4년간 1인당 국민소득 성장률로 아시아 15개국 중 꼴찌권인 우리나라가 꼭 새겨봐야 할 교훈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공격적 규제 완화 제안은 마음에 와 닿는다. 지금보다 더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3만달러 또는 4만달러 소득도 달성하기 어렵다. 특히 공격적이라는 수식어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도 규제 완화의 목소리는 높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규제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이유는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이 수세적인 입장에서 규제 완화를 해왔기 때문이다. 나는 가만히 있을 테니 아쉬운 사람들이 풀어야 할 규제를 찾아서 가져오라는 식이었다. 또,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만 생색이나 내가며 부탁을 들어주는 식이었다. 이제 규제를 만든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서 규제를 풀어야 한다. 또 나라를 위해서라면 정권을 걸고서라도 규제를 없앨 각오를 해야 한다. 그것이 공격적 규제 완화의 뜻일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기준으로 규제 완화의 목표를 찾아야 할까. 가장 쉬운 해답은 선진국에 있다.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나라들, 미국이나 아일랜드 같은 나라들을 모범답안으로 삼는 게 좋다. 그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라면 일단 잘못된 게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선진국이 모두 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제도 중에서도 고쳐야 할 것이 있겠지만, 그들과의 비교는 공격적 규제 완화를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게 수도권 규제다. 비교적 엄격한 수도권 규제를 가지고 있었던 프랑스와 일본과 영국은 모두 그런 규제를 없앴다. 미국, 독일 같은 나라에는 아예 그런 규제가 없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규제가 없어져야 함은 굳이 공격적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더라도 쉽게 답이 나온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작업도 그렇다. 규제로 인한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수많은 지표들에 선명하게 나타나 있다. 월드뱅크의 2007년 사업환경지수(Doing Business Indicator 2007)에서는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175개국 중 110위로 평가했고, 경제자유지수(Economic Freedom Index 2005)에서도 한국의 노동시장 여건은 141개국 중 74위에 머물러 있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은 20위 안에 들어 있다.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를 개혁하지 않고서 우리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것 말고도 금융산업 규제, 대기업 규제, 서비스업 규제, 토지와 주택산업에 대한 규제 등이 선진국에 비해 원시적이라고 할 정도로 사슬에 매인 분야들이다. 이런 것들을 모두 걷어내서 기업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효과가 큰 규제 완화일수록 반대 여론도 크기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만 해도 그렇다. 이제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라서 폐지의 당위성이 높지만, 그것을 없애려면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로부터 엄청난 반대가 일어날 것이다. 그것을 감수하지 않으면 선진국 수준의 규제 완화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좋은 효과는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반면, 반대 여론은 규제를 풀기 전부터 들끓기 시작한다. 당연히 어떤 정권이든 규제를 푸는 일이 달가울 리 없다. 하지만 경제는 정권을 넘어서지 않는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그랬듯이 우리 지도자도 정권의 운명을 걸고 규제 풀기에 나서야 할 때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9. 2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