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의제 적극 개발하자 - 정인교
	2007-09-10
APEC 의제 적극 개발하자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21개 국가가 참여하는 아태경제협력위원회(APEC) 정상회의가 '역내 공동체 심화 및 지속가능한 미래 건설'을 주제로 지난 주말 시드니에서 개최되었다. 첫날 정상회의에서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 및 청정개발 등에 대해, 둘째 날 회의에서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를 포함한 역내 무역자유화 방안, 무역원활화 및 지식재산권, 경제기술 협력 등을 논의하였다. 한미 정상회의 성과도 있었지만, 전체 정상회의 논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속빈 강정’이라는 느낌이다. ■ 논의 주도에 유리한 한국 APEC은 1989년 한국을 포함한 12개국 각료회의로부터 시작되었고, 93년 클린턴 미 대통령이 시애틀에서 정상회의를 제안함으로써 발전기반을 마련했다. 이듬해 인도네시아 APEC 회의에서 정상들은 아태지역 무역자유화를 달성한다는 보고르 선언을 발표했다. 이후 2~3년 동안 보고르 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함으로써, 아태지역도 북미나 유럽과 같은 경제통합체로 발전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전후하여 미국의 관심이 낮아졌고, 출범부터 ‘구속력 있는’ 경제협력체보다는 관심분야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협의체로 자리 매김을 한 탓에, 애초부터 보고르 목표는 선언적 의미로만 그치게 되었다. 지난해 베트남 정상회의에서는 보고르 목표 시한이 선진국(개도국) 2010년(2020)으로 가까워짐에 따라 FTAAP 실현을 의제로 설정했고, FTAAP를 포함한 지역경제통합 촉진 방안이 이번 호주 정상회의에 보고되었다. 하지만, 이제 보고르 선언은 정상회의 슬로건이 궁할 때 가끔 꺼내는 식상한 주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APEC 차원의 논의이었다. 지구온난화는 선진국과 개도국간 입장 차이가 너무 커 APEC 자체를 깰 수 있는 민감한 주제인데, 기후환경협약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는 호주가 의장국의 지위를 이용하여 회의의 간판으로 사용했다. 선진국인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은 호주의 입장을 지지하였지만, 중국과 동남아 개도국들은 환경보호 강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부시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 간 정상회의에서도 얼굴을 붉히며 설전을 벌인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년처럼 회의의 최고 스타는 역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호주로 가기 전 인도네시아에서 굵직한 비즈니스 성과를 발표하더니, 호주에서는 핵연료관련 경제협력협정 체결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또한 러시아의 국제무역기구(WTO) 가입 지원을 APEC 국가들에게 요청하였다. 9월 8일자 파이넨셜타임스(FT) 글로벌뉴스는 톱기사로 APEC 정상회의를 보도하면서 푸틴의 행보만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최근 이 회의는 APEC 차원의 역내 경제협력 논의는 형식적인 선에서 그치고, 양자 간 정상회의가 보편적인 양상이 되고 있다. 한미 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한미 FTA 비준, 10월초 남북정상회의, 6ㆍ25전쟁 종전선언, 북한 핵불능 조치 협력 등에 대해 협의하고, APEC 회원국을 대상으로 2012년 여수박람회 유치 지지를 요청하였다. 하지만 관심을 끌만한 APEC 차원의 제안사항은 부족한 편이다. ■ 신진학자들 의제발굴에 관심을 APEC에 대한 관심이 많이 낮아지고 있지만, 이 회의는 다양한 채널의 공식ㆍ비공식 회의를 통해 국익을 증진시키고, 아태지역 차원의 경제현안에 대한 협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 중간위치에 있는 우리나라는 APEC 의제를 설정하고, 논의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지만, APEC에 대한 신진 통상학자들의 관심이 낮아 협력의제 발굴에 한계가 있다. APEC 발전과 주도적 참여를 위해서는 통상당국이 시의성과 실현가능성이 높은 의제를 발굴하는 국내 채널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한국일보 2007. 9. 1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