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능 재편하고 구조조정해야 - 류동길
	2007-09-04
정부기능 재편하고 구조조정해야 노무현 정부는 ‘일 잘하는 정부’를 자처하면서 공무원을 늘리고 정부기구를 확대했다. 복지 우선정책으로 경제는 주춤거렸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지난 6월 참여정부 정책포럼에서 한국 경제는 “역대 어느 정부, 세계 어느 정부와 비교해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경제는 참여정부처럼 하라”고 자화자찬했다. 특히 지난 4년 간 세계 경제는 호황기를 맞았지만 한국은 세계평균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청년실업자가 늘어나는 등 어려움은 컸다. 그런데도 경제가 좋아졌다니 황당할 뿐이다. 전윤철 감사원장이 최근 “미래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계화 시대에 걸맞지 않은 정부 기능은 과감히 축소·개편하는 등 중앙정부의 기능 재편과 구조조정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공무원 늘리기와 ‘과잉’ 복지정책을 비판했다고 화제지만 당연하고 올곧은 지적이 아닌가. 그동안 정부는 과거사 청산, 국가보안법·사학법·언론관계법, 수도이전과 행정도시 건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으로 갈등을 증폭시키면서도 ‘하고싶은 일’을 하느라 바빴다. 경제가 나빠진 건 당연한 결과다. 엉뚱한 공부를 하면서 밤을 새운다고 성적이 오르는가. 정부는 해야 할 일이라도 우선순위를 따라야 한다. 자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경제의 능력을 뛰어넘는 일을 하게 되면 결과는 재정적자 증가에 따른 국가채무 증가와 정부 비대화다. 국가채무는 2002년말 133조원에서 2007년말 300조원(전망)으로 증가했다. 2003~2006년 4년 간 공무원은 4만8000명이나 늘어났고, 정권 마지막 해인 올해에도 1만4000여명이 더 늘어났다. 한국처럼 ‘큰 정부’를 지향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작은 정부’를 만들어야 규제가 대폭 줄고, 민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국가경쟁력이 커진다. 국민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공무원을 부양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일 잘하는 정부’를 지향한다는 정부가 국민 생활 수준 향상이나 일자리 창출에 무엇을 얼마나 기여했는가. 18부4처17청의 정부기관도 모자라는지 이런저런 위원회는 35개가 넘는다. 정부 조직상 장관으로 호칭되는 자리는 무려 27개로 미국의 14개, 일본의 11개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다. 노 대통령은 “일 잘하는 공무원은 철밥통이면 어떻고 금밥통이면 어떠냐”며 “해야 할 일이 수없이 많아 결코 공무원이 많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이러니 정부가 커지는 건 당연하다. ‘큰 정부’를 유지하는 비용은 국민이 부담한다. 복지 지출을 강조하고 가난을 정부가 책임진다는 정책은 그럴 듯하게 비치지만 세금 증가와 저성장, 재정적자 누적이라는 대가를 치른다. 선진국치고 ‘큰 정부’를 지향하는 나라는 없다. 사회주의가 쇠퇴한 것은 ‘큰 정부, 작은 시장’ 때문이 아닌가. 재정적자는 국채 발행으로 메울 수 있다. 국채를 발행하면 당장은 부담이 적은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재정 건전화를 가볍게 여기고 허황한 대형 국책사업을 벌이는 정부는 국민을 빚더미에 올려놓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희망사항을 나열한 장밋빛 청사진을 정책으로 내걸고 국민을 현혹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어떻게 펴는지를 살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때가 있고 또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가 있는 것이다. 경제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한번 불어난 조직과 예산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정부는 빚을 내는 손쉬운 정책을 택하기에 앞서 허리띠부터 졸라매야 한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게 급하다. 정부 부처를 통·폐합하는 등 구체적 방법을 모색하는 건 다음 정부의 과제가 돼야 한다. 전윤철 감사원장의 지적에 답이 있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9. 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