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사업 효율성이 관건이다 - 조동근
	2007-08-31
정부 R&D사업 효율성이 관건이다 정부는 8월27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열어 2008년도 ‘국가 연구개발(R&D)사업 예산·기금 배분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에 확정된 내년도 정부 R&D 예산 규모는 10조7000억원으로, 5조원을 넘어선 2001년 이래 7년 만에 1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정부는 R&D 로드맵에 따라 신(新)성장동력 지원을 확대해 선진경제로의 도약 기반을 마련하겠단다. R&D 투자 배분 관련해서는 정보·전자·기계 분야 비중은 줄이고 생명·환경·기초과학 분야 비중은 확대하며, 기초연구의 R&D 비중을 2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비수도권의 R&D 비중을 40%대로 확대해 국가균형발전을 뒷받침한다는 복안이다. 그리고 대학연구센터의 중복 지원을 없애고 고가(高價) 연구 장비의 공동 활용을 높여 400여억원을 절약하는 구조조정안도 포함돼 있다. 현 정부 출범 이래 국가 R&D 지출 규모는 급속히 늘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앞으로의 전망도 다를 게 없다. 그 이유는 R&D 투자에 있어, 민간부문과 제대로 된 분업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기업의 R&D 투자 지출은 빠르게 늘었지만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체됐다. 이는 기업들이 R&D 투자 결과를 토대로 설비를 늘리거나 신사업을 일으키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마찰 요인은 ‘리스크(risk)’다. 리스크의 실체는 무엇인가. 기업의 리스크는 1990년대에는 ‘기술’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시장’으로 변했다. 리스크의 실체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기술 개발에만 주력해온 정부의 R&D정책은 적합성을 상실한 셈이다. 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의 80%가 민간 주도로 이뤄짐을 감안할 때, 정부는 개발된 기술이 시장을 형성해 성장 효과를 유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는 단순히 기술 개발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의 R&D 투자는 직접적 시장 창출을 위한 정부 조달과 창의적 인력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또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비수도권 R&D 비중 ‘40%’도 그 의미가 분명치 않다. 국가균형발전이 R&D 투자 효율성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국가 R&D사업 예산을 의결하면서 ‘기술 기반 삶의 질 향상’ 종합대책을 함께 확정했다. 과학기술을 통해 ‘성장’과 ‘삶의 질’ 제고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희망한국 비전 2030’에서 제시된 복지국가 실현을 과학기술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정부는 ‘삶의 질’에 기여할 수 있는 ‘따뜻한 과학기술, 행복한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동반성장, 삶의 질과 복지를 내세운 과학기술 대책을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러한 ‘조합’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냐다. 성장보다 복지에 무게를 두고 동반성장이 지속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종합대책’의 10대 중점 분야는 ‘건강한 삶, 안전한 삶, 쾌적한 삶, 편리한 삶, 즐거운 삶’을 추구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정책이 ‘미사여구’를 결합한 것일 수 없다. R&D 투자와 관련된 정책이기에 더욱 그렇다. 국가 R&D 집행은 통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의 R&D 지원은 보조금으로 간주돼 상계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 전략적 R&D를 수행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선 잠재적 위협요인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주도하는 R&D 사업에 대한 세부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일본 등도 총 R&D 예산만 발표할 뿐, 구체적 프로젝트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 이상주의에 빠진 노무현 정부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조동근 (명지대 사회과학대학장 /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사장) 출처 - 문화일보 2007. 8. 3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