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적 노조가 경쟁력 떨어뜨린다 - 김태기
	2007-08-27
전투적 노조가 경쟁력 떨어뜨린다 지난주 방한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피터 로랑지 총장은 노사갈등이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한국의 노동조합이 노사관계를 단순히 국내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 접근해 대승적 노사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알 만한 지당한 조언인데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꾸준히 발표해 온 IMD의 명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문제점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개선의 조짐마저 찾기 힘든 한국의 아픈 현실이 공감대를 확산시킨 듯하다. 사실 툭하면 파업을 벌이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행태나 극단적인 투쟁의 장이 돼버린 이랜드사태 같은 파행적인 노사관계는 진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 등을 돌리게 한다. 노사관계가 나쁘면 그 피해는 파업에 의한 생산 손실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생산성은 물론이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기 어렵다. 그러니 소비자들은 노사관계가 좋지 않은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외면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노사관계가 불안한 회사는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어렵고 적기에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도 어렵다. 따라서 노사관계가 불안한 회사는 가격경쟁력은 물론 품질이나 기술경쟁력도 떨어지게 된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산업별 경쟁력이 노사관계에 따라 엇갈리는 데서 나타난다.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조선공업은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파업이 끊이지 않았다. 이때 일본의 조선사들은 한국의 조선공업은 끝났다고 할 정도로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그 후 노사관계가 안정돼 지금 한국의 조선공업은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기계설비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자동차공업이나 화학섬유산업 등은 노사관계가 계속 불안하다 보니 경영 위기에 처해 왔다. 그리고 1997년 외환위기가 엄습하자 많은 자동차회사나 화학섬유회사는 부도에 직면하거나 아예 회사 문을 닫게 되어 많은 종업원이 직장을 잃게 됐다. 노사관계는 기업의 경쟁력 제고나 노동자들의 일자리 안정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이익을 위해서도 선진화돼야 한다. 선진국에서 조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들은 한국의 교육 서비스나 의료 서비스가 가격에 비해서 품질이 떨어진다고 느끼게 된다. 그 이유 중 하나도 노사관계 불안에 있다. 노조의 힘을 배경으로 교사들이 학생이나 학부모보다 자신의 권리를 앞세우는 한 공교육의 질이 높아질 리 만무하고, 병원 종사자들이 자신의 권익에만 관심을 두는 한 환자나 보호자의 편의는 무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서는 법제도를 개선하고 동시에 당사자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비정규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근로조건 결정에 대한 법·제도 역시 법적 보호를 어떤 계층에 강화하고 또 어떤 계층에 대해서는 노사 자율에 맡길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인 판단 없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편 가르듯이 나눠 문제를 접근한 결과 갈등이 더 커지게 됐다. 또한 비정규직에 대한 법적 보호와 재정지원책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없이 법만 앞세워 문제를 해결하려 한 나머지 비정규직 갈등 문제는 해결하기 더 어려워지게 됐다. 노사관계 안정에 당사자들의 의식 전환만큼 효과가 큰 대책은 없다. 정부부터 바뀌어야 한다. 불법파업임에도 불구하고 섣부른 타협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거나 장기간의 파업으로 시끄러워진 뒤에야 법을 발동하면 노사관계는 무질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종업원을 인적자산이라기보다 돈이 들어가는 부속품처럼 대하는 한 노사관계의 안정을 꾀할 수 없다는 점을 경영자들은 자각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조는 노동운동의 윤리마저 무시한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만 일삼는다면 노동자들이 더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8. 2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