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미래교육 전략’인가 - 이성호
	2007-08-20
무엇을 위한 ‘미래교육 전략’인가 노무현 정권과 그 주변 사람들은 집요할 정도로 최후의 순간까지 국민을 놀라게 한다. 지난 16일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는 ‘미래교육 비전·전략(안)’이라는 정책 제언들을 무더기로 내놓았다. 필자 주변의 동료 교육학자나 일선 학교 교사들이 이 전략안에 대해 보인 반응은 의문 반, 무관심 반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른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반응이 이럴진대 일반 국민에게야 얼마나 큰 관심의 대상이었을까. 더욱이 세부적인 정책명 가운데 ‘초중 학년군제’ 같은 것은 여러 선진국의 교육제도를 견문한 필자에게조차 낯선 용어다. 여기서 발표 시기의 적절성, 기저가 되는 교육철학이나 이념의 일관성, 그리고 세부적인 정책들의 급박성과 중요도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이 전략안을 검토해 보자. 첫째로, 이 전략안의 발표 시기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적절한 것이다. 교육혁신위원회가 대통령 자문기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기구가 현 대통령의 임기 만료와 함께 해체된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이제 노 정권의 수명이라야 고작 몇 개월 남짓함에도 불구하고, 정권초기의 과욕을 연상시키는 듯한 교육정책들을 제시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매우 궁금하다. 하긴 반년도 남지 않은 임기에 그 실효성은 고사하고 쌍방 간의 협의 내용마저도 미정된 상태에서 기어이 남북정상회담을 강행하려는 대통령의 ‘고집’과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그리 충격적인 것도 못 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위원장 스스로가 ‘차기 정권의 판단’ 운운하면서까지 황급히 발표하는 동기를 순수히 ‘장기적인 비전의 제시’라고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 둘째로, 전략안에 담긴 세부 내용들이 얼마나 일관된 교육의 이념이나 철학에 기초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예컨대 홈스쿨링 도입 같은 정책은 교육에 관한 정부의 통제를 지양하고 민간부문에 자율을 보장한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 같은데, 교원전문대학원 체제는 이와는 정반대로 교원 양성에 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보여 매우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이뿐이 아니다. 영재교육의 대상을 현재의 10배 정도의 수준으로 높일 것을 제언하면서, 영재교육을 교육 양극화의 주범으로 매도하는 현 정권의 평등만능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다. 이러다 보니 이 전략안은 한 교원단체로부터 ‘기왕에 논의됐던 아이디어들의 나열’에 불과하다는 혹평까지 받는 것이다. 끝으로, 이 전략안에 포함된 모든 정책이 정말 나라의 백년대계를 결정할 정도로 중차대한 것이고 그 가운데 대부분이 10년 이내에 시행돼야 할 정도로 급박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지금 ‘고교 무학년제’니 ‘고교 학점 이수제’ 혹은 ‘홈스쿨링’ 등이 얼마나 많은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교사들에게 절박한 관심사일까. 물론 이 전략안에 포함된 교육 정책들이 제안되기까지에는 세부 분야 전문가들의 많은 노고와 깊은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내 아쉬운 점은 교육에 관한 다수의 급박한 현안들, 예를 들어 교육의 질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학의 자율성 신장, 중등교육에 있어서의 사학의 확대, 학교의 책무성 제고, 관 주도의 교육행정 탈피 등에 관한 언급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될 무렵, 리처드 라일리 당시 교육부 장관은 대학 총장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국가의 교육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학입학 사정의 학문적 기준을 높여 달라고 당부한 적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교육의 ‘장기적 비전’을 생각하며 떠나는 사람의 충정이 아닐까.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 / 바른교육권실천행동 정책위원장) 출처 - 문화일보 2007. 8. 2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