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종부세 판결의 의미 - 전삼현
	2007-08-20
서울행정법원 종부세 판결의 의미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부터 줄곧 위헌성 논란이 있어 온 종부세와 관련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지난 15일 있었다. 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는 정당하지만,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과세는 재산권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부동산 투기와 관계없는 종부세 부과는 위헌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현 정부가 줄곧 추진해온 부동산정책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 크다. 2003년 10월 현 정부가 종부세법 안을 마련할 당시 과세보다는 공급을 늘리고 시중자금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그러나 정부는 정반대로 세금으로 응수했으며, 지방균형발전을 한다며 수십조 원의 토지보상금을 시장에 풀어 놓았다. 결국 집값이 잡히지 않자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변종 보유세인 종부세를 도입, 더욱 시장을 압박했다. 당시 정부는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2%도 안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정책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여전히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정부는 시장질서보다는 포퓰리즘에 몰입한 나머지 투기를 부채질하는 역효과를 자초했다. 재산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공익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헌법의 정신이다. 그러나 마구잡이식의 제한은 사회주의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적절한 한계 설정이 필요하다. 우리 헌법도, 목적이 정당하고 방법이 적절하며 공익이 실현되는 경우에 한하여 재산권을 법률로 제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종부세는 부동산 투기 억제라는 목적 면에서는 타당할지 모르나, 그 방법과 공익실현 효과 면에서는 이 원칙에 위배된다. 올해 말 종부세 대상자는 38만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이 중 37%인 14만가구는 투기와는 무관한 1가구 1주택자로 추정된다. 즉, 투기와는 무관하게 열심히 살아 어렵게 집 한 채 장만한 사람들이 과세 대상자의 3분의 1을 넘는다. 특히, 소득이 고정돼 있는 봉급생활자나 은퇴 고령자들의 경우에는 최고 3배나 증가한 종부세 때문에 생활의 안정성을 위협받고 있다. 집값이 얼마나 뛸지 몰라 빚을 내 어렵게 상투를 잡은 서민들은 오히려 손해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빚을 얻어 세금을 내야 하는 실정이다. 결국, 최소한 3분의 1 이상은 투기와 관계없는 서민들이 세금 때문에 재산권은 물론 생활의 안정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재판부도 이를 고려해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는 부동산 투기 방지 목적에는 부합되지 않고, 면적이 작은 주택 소유자가 종부세를 내야 할 경우 정책 실패가 주택 소유자 책임으로 전가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쯤되면 재산권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종부세를 이용하는 것이 부절적한 것은 분명하다. 또한 종부세의 부과에도 불과하고 여전히 예전가격으로 돌아가지 않는 아파트 가격을 보면 공익의 실현성 면에서도 효과가 미미하다. 따라서 현 정부는 이러한 재판부의 지적에 겸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현 정부의 최근 태도다. 경제 부처의 책임자가 공식석상에서 “세금 무서우면 집 팔고 이사 가라”는 식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는 빚을 내더라도 세금을 낼 수 없으면, 집을 팔아서라도 세금을 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생을 위협하는 국정 책임자의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의 의무다. 그러나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과세는 독재의 본성에 해당한다. 종부세 문제는 현 정부가 풀고 가야 할 엄중한 과제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 기업소송연구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8. 2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