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방만이 살길이다 - 김정호
	2007-08-17
北, 개방만이 살길이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62년. 대한민국은 세계 어디를 가나 어깨를 펼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반세기 조금 넘는 짧은 기간에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낸 세계 유일의 나라다. 안타깝게도 해방이 가져다 준 자유를 번영과 축복으로 빚어낸 성취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남쪽만의 일이다. 풍부한 지하자원과 일본 사람들이 남겨 놓은 당시로서는 최신의 산업설비들에도 불구하고 북쪽은 백성을 먹이기 위해 다른 나라들에 손을 벌려야 하는 처지로 남아 있다. 정치적으로도 그랬다. 북쪽의 해방은 일본사람으로부터의 해방이었을 뿐 또 다른 속박의 시작이었다. 억압의 주체가 일본 총독에서 수령님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결정적 원인은 자본주의를 택했는지의 여부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자본주의를 택한 우리는 경제적 풍요를 얻었고, 그것이 정치적 민주화의 기반이 되었다. 반면 모두가 평등하게 잘살겠다고 사회주의를 택한 북쪽은 풍요로움도 자유도 얻지 못했다. 심지어는 평등조차도 얻지 못했다. 평양 아이들과 함경도 아이들 사이에는 눈에 띌 정도의 키 차이가 난다고 한다. 먹는 것에서조차 지역격차가 벌어진 까닭이다. 자유와 평등과 풍요, 어느 것 하나 얻지 못한 것이 북쪽의 지난 60년이었다. 자본주의를 택했는지의 여부가 성공과 실패를 갈라온 것은 우리 한민족만의 사정이 아니다. 우리보다 200년이나 앞서서 미국도 그랬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미국도 식민통치를 받던 나라였다. 1776년 독립전쟁으로 독립을 쟁취했고, 지금의 눈으로 보면 거의 무정부 상태로 보일 정도의 자유를 누리는 자본주의 국가가 되었다. 그 자유가 그들에게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가져다주었다. 국가의 통제주의 또는 사회주의를 택했던 나라들은 해방을 풍요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스페인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남미의 여러 나라들은 그토록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도 식민지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된 생활에 허덕이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독재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 또는 경제활동에 대한 통제 덕분이다. 개방 대신에 자급자족을 택한 탓이다. 무엇보다도 분단 국가들이 결정적 증거들이다. 대만 사람들이 중국 본토 사람들보다 훨씬 잘사는 이유, 통일 전 서독 사람들이 동독 사람들보다 잘살던 이유가 모두 자본주의를 택했는지의 여부에 있었다. 통제와 평등과 인기영합주의를 택했던 나라들은 예외 없이 가난과 독재의 덫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원리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많은 신흥독립국들에 개방은 번영의 길이 아니라 강대국에 종속되는 길로 여겨졌다. 농수산물, 광물 등 1차 산업 생산물밖에 없는 신흥독립국들은 선진국과 교역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속이론이라는 것이 그렇고 북한의 주체사상도 그런 조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만이 용감하게 개방을 택했다. 우리를 비롯한 이 네 나라는 교역조건도, 산업구조도 스스로 만드는 것임을 행동과 실적으로 세계인들에게 증명해 보였다. 그 교훈을 받아들여서 중국도, 인도도, 브라질도, 러시아도, 베트남도 우리가 과거에 걸어왔던 길을 밟기 시작했고 예외 없는 폭발적 성장에 스스로 놀라워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이런 생각을 하면 착잡해진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나. 우리가 북한을 자본주의로 이끌어 공동의 번영을 이룰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가 절반쯤 사회주의자가 되어 같이 빈곤으로 빠져들 것인가. 나만의 걱정이 아니길 바란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7. 8. 1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