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순위 하락과 포퓰리즘 정책 우려 - 안종범
	2007-08-02
GDP순위 하락과 포퓰리즘 정책 우려 한국경제에 계속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2002년 29위에서 지난해 38위로 9계단 떨어진 바 있다. 그리고 최근 발표된 세계은행 보고서에서는 2006년 기준 한국의 경제규모(명목GDP)가 러시아에 밀려 전년도 12위에서 13위로 한 계단 떨어졌다. 현 정부 출범 전 11위에서 두 계단이나 추락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경제의 순위가 떨어지는 것은 최근 4년간 경제성장률을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현 정부 출범 이후 4년 연속 세계 평균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경제가 1990년대에 그랬듯이 한국경제도 자칫 잃어버린 10년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외환위기를 잘 극복했던 한국경제가 왜 이렇게 추락하고 있는가. 여러 원인이 있지만 결국 현 정부의 무능이 제일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스위스 IMD 보고서에 나타나는 정부의 효율성은 2002년 27위에서 2006년에는 42위로 추락했을 정도다. 이러한 정부의 무능은 경제환경과 투자환경 부문의 추락에서도 나타난다. 경제환경은 같은 기간 24위에서 41위로, 투자환경은 27위에서 45위로 떨어졌다. 정부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가려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런 능력이 부족했다. 더구나 포퓰리즘의 유혹으로 해서는 안 될 것을 하거나,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 과오를 범하기도 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편가르기 하면서 부동산 대책에 각종 세금을 동원한 것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한 대표적인 사례다. 한편 국내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촉진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와 같은 규제 완화는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경제를 구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스스로를 개혁하는 일이다. 우선 방만한 씀씀이를 줄이는 노력을 해서 급속히 커지고 있는 나라 빚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스스로의 범위를 최대한 넓게 보고 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기업과 산하 기관 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정부를 기준으로 재정 규모와 국가채무를 파악하여 이를 관리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국가채무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크지 않다고 설명하는 것은 정부의 무책임성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앞으로의 정부는 시장에서 민간과 경쟁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가 제공해 오던 서비스도 민간이 더 싸게 더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민간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 정부부문의 생산성이 높아져서 IMD 기준 정부효율성 부문의 순위도 높아지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은 더욱 더 극성을 부릴지도 모른다. 대선 후보들이 쏟아낼 수많은 공약과 정부로부터 나올 각종 정책들이 포퓰리즘으로 오염된다면 위기의 한국경제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그만큼 희박해진다. 포퓰리즘 경계령을 내려야 할 정도다. 매니페스토를 통해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에 대한 검증도 반드시 필요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공약이나 정책을 정확하게 알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뿐인 진실을 포장 없이 그 자체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어려운 정책 내용은 쉽게 풀어 설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섣불리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를 해서 발표한다거나 정책이나 후보의 이념 성향을 측정한다면서 어설픈 방법론을 갖고 분석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포퓰리즘을 퍼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어떤 포장도 않은, 있는 그대로를 보다 쉽게 국민에게 전달한 뒤 판단은 국민의 몫으로 남겨둬야 할 것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8. 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