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보호법의 풍선 효과 - 최강식
	2007-07-25
비정규직 보호법의 풍선 효과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이랜드 등 일부 사업장에서는 비정규직 해고 문제를 놓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 법은 당초 기간제 근로자 등의 사용기간을 제한해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고, 부당한 차별을 시정하겠다는 목적으로 입법됐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늘어나 현재 그 규모가 전체 임금근로자 중 3분의 1 수준에 달하고 있으며,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3분의 2 수준이라고 정부는 발표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범인 비정규직 확산을 막으면서 동시에 이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더 나쁜 일자리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정규직 보호법이 입법된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법 시행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예도 있지만, 일부 사업장에서는 오히려 대량 해고 사태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법 시행 초기에 발생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법 제정 이전에 이미 충분히 지적되었던 것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및 근로조건이 왜 차이가 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집단 차이는 생산성의 차이와 차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생산성의 차이는 근로자의 학력, 근속연수, 능력, 노력 등이나 맡은 직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차별은 이 같은 특성이 모두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낮은 임금이나 열악한 근로조건에 처해지는 경우이다. 현실에서는 이 두 가지가 복합되어 있다고 보인다. 만약 기업이 생산성 차이로 비정규직을 채용하였는 데도 불구하고 이를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하도록 법 적용을 하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는 근로자 대신 자본을 더 사용하거나 아니면 자신들이 직접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고 도급으로 전환하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법으로 도급 근로자까지 보호하려고 하면 종국에는 기업에 속해 있지 않은 근로자들까지 모두 법으로 보호하여야 하고, 그 부담은 기업에 지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길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일부 의원들은 법적으로 자영업자에 속하는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에 대한 보호 입법안까지 마련해 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보호를 받게 되는 이들 업종 당사자 대부분은 오히려 그러한 보호입법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계약이 해지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풍선에 들어 있는 공기를 줄여 보려고 풍선 한쪽을 누르면 공기는 다른 쪽으로 이동해서 엉뚱한 곳이 튀어나오게 되고, 그것마저 줄여보려고 튀어 나온 쪽도 누르면 풍선은 터지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노동시장에 차별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형평성 문제뿐만 아니라 시장의 효율성마저 상실되고 만다. 반면 노동시장 차별이 제대로 시정된다면 비정규직 사용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차별 시정에 따르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에 차별구제 신청을 할 경우 사용자는 차별이 없었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그런데 근로자가 차별구제 신청을 할 때마다 사업주는 노동위원회 조사에 무조건 응하여야 하고, 차별이 아님을 개별 사업자가 모두 입증하여야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이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이번에 발효된 비정규직 보호법으로 고용안정을 달성하기는 힘들다. 고용안정은 법으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보장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차별 시정과 고용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가 둘 다를 놓치는 우를 범하여서는 안 된다. 차라리 차별 시정이라는 한 마리 토끼라도 제대로 잡기를 기대해 본다. 최강식 (연세대 경제학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07. 7. 22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