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3국의 '작고 일 잘하는 정부' - 류동길
	2007-07-07
유럽3국의 '작고 일 잘하는 정부' 프랑스 사르코지 정부는, 과거 정부는 일은 하지 않으면서 빚만 지는 바람에 국가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판단, ‘작은 정부’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각료회의에 참석하는 31개의 장관급 자리를 15개로 대폭 줄였다. 내년부터는 국가 재정지출 증가율을 동결하고 퇴직하는 공무원의 절반은 충원하지 않음으로써 한 해 3만~4만명을 줄일 것이라고 했다. “실업률을 낮추고 국가부채를 줄이겠다” “대학 자율권을 확대하며 노동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다짐도 빼놓지 않는다. 놀고 먹는 복지 풍토를 만든 사회보장 시스템 때문에 무기력하게 장기 침체에 빠져 있었던 독일 경제는 성장동력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실업자 수는 줄어들었고, 2003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경제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독일 경제 회복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한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현지 언론들의 분석은 슈뢰더 전 총리와 그의 인기 없는 개혁정책을 이어받은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과 노조와 근로자들의 유연한 태도를 꼽는다. 영국의 브라운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기업인들의 말을 듣기 위해 ‘재계특별위원회’를 만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각종 경제정책에 관해 자문을 얻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지금 한국이 꿈꾸는 미래는 어떤 것인가. 어느 곳을 봐도 미래를 그리는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올 연말의 대선을 앞두고 정치놀음이 가관이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경선후보 진영은 전쟁하듯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언동을 한다. 당내 경선만 통과하면 대권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이명박이나 박근혜는 한 방이면 그냥 가” 하며 한나라당 주자들에게 상처만 입히면 승리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여야 모두 과거 뒤지기, 상대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다.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중요한 건 미래인데 어떤 정책을 어떻게 추진해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메시지는 없다. 상대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힐 궁리만 한다. 그게 우리의 수준이고 그런 전략이 통하는 게 한국 사회다. 국가채무는 노무현 정부 출범 전 2002년 말 133조6000억원에서 2006년 말 282조8000억원으로 4년 간 149조2000억원 늘었다. 그런데도 노 정부는 국가채무는 아주 낮은 수준이고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면서 국가채무를 줄일 노력은커녕 빚 늘리는 일만 한다. 2003~2007년 5년 간 공무원을 6만여명이나 늘렸다. 그런가 하면 올해 증원을 포함, 2011년까지 5만여명을 더 늘릴 계획까지 세웠다. 다음 정부의 공무원 증원 계획까지 미리 짜놓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일이 중요하지 공무원 수가 중요한 건 아니라면서 “일 잘하는 공무원은 철밥통이면 어떻고 금밥통이면 어떠냐”고 했다. 세계 각국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데 한국은 신뢰마저 잃은 ‘큰 정부’로 역주행한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매출순위 1000대 국내 기업이 회사 안에 쌓아둔 돈(잉여금)이 2006년 말 현재 364조원에 이르렀다. 5년 전인 2001년의 2배다.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사내 유보율도 2000년 312%에서 2006년 616%로 증가했다. 기업의 자금 사정이 나아졌다는 것보다 투자 부진에 따른 결과라고 해야 옳다. 기업의 신규 투자가 부진하면 미래 성장은 보장되지 않는다. 투자를 되살리는 것보다 시급한 게 없다. 불법 파업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건 말장난이나 다름없다. 프랑스와 독일을 보며 경제 살리는 데 있어 국가지도자 역할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작고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어야 대한민국이 산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7. 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