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등 찍은 금속노조 - 김태기
	2007-06-27
제 발등 찍은 금속노조 금속노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저지하기 위해 25∼29일 총파업을 강행하려다 사면초가에 빠졌다. 한미 FTA를 저지해야 한다는 목표부터 일반인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한미 FTA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또한 파업 자체에 대한 반대 여론을 키워 투쟁의 동력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고, 금속노조의 산파이자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 지부 조합원들의 반발을 불러 조직의 결속력 저하도 자초하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대 목소리 때문에 25∼27일 지역별 부분 파업은 철회하고 28∼29일 전국적으로 진행할 예정인 전체 파업에만 참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에도 현대차노조 조합원들은 여전히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울산시민들은 이번 기회에 파업도시 울산의 오명을 벗겠다고 나서면서 현대차노조의 28∼29일 총파업 철회까지 요구하고 있다. 또한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를 밀어붙여 왔기 때문에 금속노조의 불법 정치파업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현대차 정비위가 부분 파업에 조합원 2700명 중 간부 100여명만 참여하겠다며 파업 불참을 선언해 노노갈등이 우려돼 부분 파업을 철회하는 등 투쟁 수위를 낮추는 선에서 수습에 들어갔으나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울산 시민은 물론 조합원들마저도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총파업이 명분도 실익도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금속노조가 파업을 철회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금속노조는 파업을 철회하는 경우 금속노조는 물론 현대차노조의 조직이 와해된다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노조 지도부의 와해가 아니라 노동운동에 대한 노조 내외부의 신뢰 기반이 와해하는 데 있다. 총파업을 통해서 한미 FTA를 저지하겠다는 금속노조의 전략은 거센 역풍에 부딪혔다. 그 이유는 금속노조의 지도부가 한미 FTA와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과 조합원들의 생각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 있다. 한미 FTA가 타결될 때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은 국회에서 과연 비준을 받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고 여론도 찬반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때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인사들은 ‘한미 FTA가 한국경제의 미국 예속을 초래한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한국 정부가 숨겨둔 독소조항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목소리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단체들이 집회나 시위 등을 무분별하게 벌이고 시민에게 커다란 불편을 끼치면서 설득력을 잃어갔다. 그런데도 세 결집 차원에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정치파업을 한다고 나서면서 여론은 더욱 등을 돌렸다. 금속노조와 현대차노조가 이번에 보여준 파업 결정 문제는 조합민주주의의 원리와 맞지 않다. 이 바람에 사람들이 더 어리둥절해하고 실망할는지 모른다. 일반 조합원 대다수가 반대하는데도 집행부가 파업을 결정했고, (현대차) 지부 집행부는 (금속)노조의 잘못된 결정이라도 무조건 따르게 되어 있다. 금속노조는 이러한 불합리한 의사결정체계를 바꾸고 노동조합의 규약부터 개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운동은 내부부터 흔들리는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노동문제 해법=투쟁’ ‘노동운동=파업’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더구나 ‘산별노조=정치파업’이라는 인식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감 해소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골탈태하지 않고서는 한미 FTA 문제를 비롯한 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해 노동계가 제시하는 진지한 대안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교수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세계일보 2007. 6. 2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