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추가 협상과 국민정서 - 정인교
	2007-06-25
FTA 추가 협상과 국민정서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합의한 신통상정책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영하기 위한 추가 협상이 지난 주말 서울에서 열렸다. 이틀간 열린 회의는 성과 없이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끝났다. 신통상정책의 핵심을 이루는 노동과 환경 조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미 민주당이 주장해 왔던 사안이며, 한미 FTA 협상 기간에도 민주당이 주장했던 내용이다. 신통상정책에는 이외에도 의약품과 정부조달, 투자, 항만 안전 등의 항목이 포함돼 있다. ●성과 없이 끝난 한미 흥정 추가 협상 7개 의제 중 대부분은 사실상 현실적 영향이 없는 상징적인 내용이지만 노동 환경 관련 내용은 보기에 따라 심각한 내용이 될 수 있다. 가장 민감한 사안은 노동 환경 규정을 위반했을 때의 제재 방법이다. 한미 FTA 노동ㆍ환경 분야 타결 내용에 따르면, 최고 1,500만 달러의 벌과금을 부과하여 위반국의 노동ㆍ환경 개선에 사용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신통상정책은 일반 분쟁 절차를 준용하여 위반국에게 무역 제재를 가하거나 벌과금을 제소국에 지불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미 합의된 내용을 수정해야 하는 것이므로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명시된 노동과 환경 기준을 위반하였다고 미국이 수시로 한국을 제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소 2가지 조건이 더 충족되어야만 제재 조건이 성립된다. 즉,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을 정도로 노동과 환경 기준을 위반하여 생산한 물품을 미국으로 수출해야 하고, 미국의 관련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입혀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노동과 환경 여건은 미국에 뒤지지 않으며, 양국 모두 신통상정책을 완벽하게 총족시키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글로벌 기준을 강화해 나가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 노동과 환경 기준 강화는 우리 경제의 선진화ㆍ글로벌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도 양호한 국내 노동ㆍ환경 여건을 향후 더 강화시켜 나가면 미국이 요청한 분쟁 해결 방법을 도입하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 따라서 신통상정책 및 추가 협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정치적 함의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협상의 속성 상 일부 내용은 상대국 입장을 수용하게 되지만 협정 전체로 보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타결되었다. 일부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이뤄낸 통상 협상 결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협상 타결 이후 한미 FTA에 대한 일반 국민의 지지도가 50%를 넘어서게 되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협상 기간 내내 ‘미국에 끌려가는’ 협상, 졸속 협상, 밀실 협상이라며 비난해 왔고, 정부는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들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측 요청을 수용하면 반대론자들은 다시 ‘대미 종속’을 외치게 될 것이고, 일반 국민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추가 협상을 하더라도 양국 이해관계의 균형점을 찾는‘윈-윈’ 형태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 만료일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추가 협상을 전개하기도 어렵다. ●서명과 추가 협상은 별개로 종합하면, 6월 말로 예정된 협정 공식 서명과 추가 협상은 별개로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미국도 한미 관계를 중시한다면 너무 촉박한 일정으로 추가 협상을 요구하기보다는, 4월 2일 타결된 협정문에 신통상정책에 대한 추가협의 문구를 추가해 서명하고 추가 협상을 전개하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경제ㆍ통상 전문가들은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기업들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과의 협정을 이행하고, 개방화 및 규제 완화, 경제 선진화 분위기가 확산되면 우리 경제는 선진국 경제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한국일보 2007. 6. 2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