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기업 왜 잘나가나 - 송병락
	2002-11-12
한국 IT기업 왜 잘나가나 일전 남편이 삼성전자에 다닌다는 어느 여성에게 삼성전자가 세계제일의 정보기술(IT)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느냐고 했더니 어리둥절해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지는 얼마 전 매출액, 그 증가율, 자본수익률, 주식 등을 기준으로 세계 1백대 IT기업을 선정해 그 서열을 발표한 바 있는데, 그 중 1등은 삼성전자다. 그녀는 남편이 이렇게 좋은 회사에 다니는지 몰랐다고 하면서 남편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으니 그 자료를 달라고 했다. 나는 그 자료를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는데, 받는 사람들마다 놀라움과 많은 자긍심을 느낀다고 했다. 한국 경제를 연구하려고 서울에 온 어느 중국 대학 경제학 교수는, 얼마 전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에 비해 어느 수준이냐는 질문을 했다. 이 자료를 보여주었더니 세계 10대 IT기업 중 한국 것이 세 개나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중 7개가 한국.대만.중국 것임을 알고 자긍심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리고 델 컴퓨터 5등, IBM 21등, 캐논 24등, 마이크로 소프트 27등, 닌텐도 47등, 노키아 54등, 인텔 56등이라는 사실을 보고는 더욱 놀라는 표정이었다. 세계 1위 오른 삼성전자 일본의 어느 유명 시사 주간지 기자가 인터뷰를 하려고 내 연구실에 찾아와서 한국 기업이 세계 어느 수준이냐고 질문했을 때도 이 자료를 보여 준 적이 있다. 경영학의 시조이고 성현(聖賢)이라는 피터 드러커 교수는, 미국의 어느 유명 언론인이 기업가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하는 나라가 미국이 아니냐고 질문하자, 턱도 없는 소리라고 했다. 그 점에서 세계 일등은 바로 한국이라고 했다. 얼마 전 드러커 교수를 만났을 때 한국은 40년 전만 하더라도 산업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일본이 식민통치 때 허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지금 많은 산업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한다고 했다. 이런 사실은 올해 쓴 그의 책 '다음 세기 경영'에 잘 설명돼 있다. 드러커 교수는 기업가 역량면에서 세계 2등은 대만이라고 했다. 그런데 세계 1백대 IT기업 중 2등과 3등이 대만기업이라는 사실을 놓고 보면, 그의 말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 두 대만 기업을 합쳐도 삼성전자의 5분의 1정도로 작다. 올해 성공적으로 끝난 월드컵은 한국이 세계 IT강국이라는 사실을 전세계에 잘 보여주었는데, 이는 이런 우리의 세계적인 IT기업 경영인들이 적극 참여한 데 기인한 바 큰 것으로 보인다. 드러커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기업이라는 조직은 19세기 후반 거의 동시에 미.일.독 세 나라에서 만들어졌으므로 기업 형태도 미국형.일본형.독일형 세 가지가 있는데 그 어느 것도 장.단점이 다 있으므로 불완전하다고 했다. 한국 기업은 특히 IMF 경제위기 직후 미국 기업을 베껴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게 되었는데, 드러커 교수에 따르면 이는 틀리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기업지배구조, 소유와 경영의 분리, 다각화나 전문화 등에 있어서 어느 하나의 정답이 없는 시대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일등의 IT기업이 된 것은 미.일.독 기업의 모방이 아니라 그 장점을 잘 살려서 이를 앞서는 조직.경영 및 전략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일의 많은 IT기업들은 한두 가지 제품 생산에 핵심역량을 집중했으나 삼성전자는 반대로 반도체.LCD.휴대전화.가전제품 등에 다각화하는 길을 택했다. 휴대폰.LCD 등 다각화 적중 한국에는 이외에도 세계제일의 조선회사인 현대중공업, 철강생산성 세계제일의 포스코, 에어컨 등 가전제품 생산의 세계제일인 LG전자 등을 일으킨, 드러커 교수가 말하듯이 세계일류의 기업 경영인들이 수없이 많다. 한국기업은 선진국 기업의 모방단계는 이미 지났다. 선진국 기업 잣대로 이런 한국 기업들을 규제하려고 할 게 아니다. 한국의 수많은 기업경영인들로 하여금 자유로이 기업활동을 하게 한다면 생명공학 등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세계 일등을 많이 하게 될 것이다. 宋丙洛 (서울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중앙일보 2002. 11. 1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