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만이 금융강국을 만든다 - 윤창현
	2007-05-18
경쟁만이 금융강국을 만든다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에 제출되어 계류되어 이제 통과를 앞두고 막바지 진통이 진행 중입니다. 정식명칭이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인 지본시장통합법은 매우 야심찬 작품입니다. 이 법은 그 동안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이 발전하기 힘들었던 가장 큰 걸림돌 중에 하나였던 금융상품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해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직접ㆍ간접금융에 대한 이해 주지하다시피 금융에는 간접금융과 직접금융이 있습니다. 간접금융제도 하에서는 은행(상업은행)이라는 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금의 공급자들은 남는 자금을 은행에 예치합니다. 바로 예금입니다. 이렇게 자금공급자들의 예금이 은행에 모이면서 자금규모는 커집니다. 이제 이렇게 모인 자금이 수요자에게 흘러갈 차례입니다. 바로 대출입니다. 은행은 대출을 신청하는 수요자들을 잘 심사하여 원금과 이자를 잘 갚을 대상을 선별하여 대출을 합니다. 이렇게 자금은 대출을 통해 수요자들에게 흘러들어갑니다. 이제 대출받은 자금을 자금수요자들이 잘 사용하고 일정기간이 지나 원금과 대출이자를 갚으면 돈은 다시 은행으로 역류해 들어가게 되고 은행은 이 돈으로 예금자에게 원금과 예금이자를 지급합니다. 예금이자는 대출이자보다 낮으므로 은행은 두 이자의 차이 곧 예대마진을 챙깁니다. 은행도 돈 장사를 통해 이익을 보는 것입니다. 이처럼 예금으로 조성된 자금이 대출을 통해 집행되어 자금이 순환하도록 하는 기능을 금융중개(financial intermediation)라 하고 이러한 역할을 하는 기관을 금융중개기관(financial intermediary)이라 합니다. 은행은 대표적인 금융중개기관입니다. 직접금융은 돈의 흐름에 있어서 자본시장이 중심이 됩니다. 시장이 무엇입니까? 물건이 거래되는 장소입니다. 그러면 자본시장에서는 어떤 물건이 거래될까요? 바로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이 거래됩니다. 돈이 필요한 기업은 시장에서 물건을 만들어 팔듯이 자본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하여 판매합니다. 이렇게 시장에 발행된 유가증권은 해당기업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에게 팔리고 투자자가 이 증권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면 이 돈은 기업으로 들어옵니다. 결국 주식 및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유가증권공급자=자금수요자) 그리고 이를 사들이는 투자자(유가증권수요자=자금공급자)를 통해 돈이 기업으로 흘러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자금공급자가 유가증권을 매수하는 행위를 투자라 합니다. 유가증권투자에 기초한 직접 금융이 투자금융이 되는 셈이고 발행된 유가증권을 투자자가 직접 사들여서 보유하는 과정에서 돈이 필요한 곳으로 흘러간다는 면에서 이를 직접금융이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 시장에서 영업을 하면서 주로 유가증권과 관련한 영업 예를 들어 유가증권의 매매, 중개, 일임 자문, 투자신탁, 자산보관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금융회사들을 투자은행(investment bank)라 합니다(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대출로 운용하는 원래의 은행은 상업은행(commercial bank)이라 합니다). 결국 간접금융은 기관중심금융이고 예금 및 대출을 중심으로 한 금융이며 상업은행들이 중심역할을 하는 반면 직접금융은 시장중심금융이고 유가증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이며 투자은행들이 중심역할을 하는 금융제도인 것입니다. 열거주의 규제와 포괄주의 규제의 비교 분석 흥미로운 점은 간접금융은 대륙법 체계를 가진 독일과 일본 등에서 주로 발달한 반면 직접금융은 영미법 체계를 가진 미국과 영국등지에서 주로 발달하였다는 것입니다. 간접금융제도 하에서 영업을 하는 기업의 경우 주주, 근로자, 사회단체, 정부 등 기업과 관련된 다양한 주체들을 골고루 의식하며 영업행위를 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가 발달한 반면 직접금융이 발달한 국가의 경우 주로 주주의 이익을 중시하는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가 발달했습니다. 금융제도와 기업의 행태가 관련이 깊다는 점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유가증권 분야에서 보여주는 실력은 세계 최강입니다. 물론 상업은행도 만만치 않지만 세계 최대의 강대국인 미국이 자랑하는 비밀병기들은 역시 투자은행들입니다.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로 대표되는 글로벌 3의 뒤를 제이피모건, 살로먼브라더스 등이 뒤쫓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은 개도국에 대한 유가증권시장의 개설 육성 발전 및 개방에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아마도 세계 최강의 자국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마련해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 때문인지 금융의 중심축도 자꾸만 유가증권 중심으로 쏠리는 금융의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 현상도 전세계 적으로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법체계는 독일과 일본에서 채택하고 있는 대륙법체계를 주로 빌려왔습니다. 이 법체계에 따르면 근거조항이 있어야 새로운 것을 도입하거나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바로 포지티브 시스템이고 열거주의 방식입니다. 영업의 근거를 어디엔가 마련하고 허가해 주어야 합니다. 이러니 관료들이 바쁠 수밖에 없고 그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영미법은 불문법 체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법 체계 하에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없으면 일단은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조항이나 규정이 어긋나면 안 되지만 말입니다. 소위 네거티브 시스템이고 포괄주의 방식입니다. 이러한 법체계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가 바로 위에서 본 직접금융 분야입니다. 직접금융은 유가증권이라는 “물건”(주식이나 채권)을 만들고 팔고 사는 방식을 통해 기업으로 자금이 유입되는데 그러다보니 특이한 증권을 만들어 자금거래를 하고 싶은 욕구가 종종 생기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증권이 도입가능한가의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유가가 오르면 이익이 커지고 유가가 떨어지면 이익이 줄어드는 회사가 있다고 합시다. 만일 이 회사가 유가가 오르면 금리를 많이 주고 유가가 떨어지면 금리를 적게 지급하는 신종채권을 발행하면 어떨까요? 이 기업이 이러한 채권을 발행한다면 발행자체로 인해 리스크관리 효과가 생깁니다. 유가가 떨어질 경우 금리가 적게 지급되면서 비용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증권을 사들이는 입장은 어떻습니까? 비슷한 채권만 사는 것 보다는 가끔은 이런 신종채권을 사들임으로써 유가상승 시 추가이익을 노릴 수 있게 됩니다. 만일 이런 채권의 가격이나 조건도 잘 정하고 누가 좋아할지 잘 알고 있는 금융회사가 있다고 할 때 이런 채권의 도입을 막는 근거만 없으면 네거티브 시스템의 경우 당장 채권이 발행되고 소화되면서 금융시장이 더욱 활기를 띠게 될 것입니다. 포지티브 시스템의 경우는 이와 다릅니다. 발행근거가 없다면 이런 채권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혹시 도입하려면 근거부터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주가가 뜨면 금리를 더 주는 주가지수연동채권(ELS)의 경우 도입근거를 마련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던 것이 사실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은 자본시장 경쟁력 제고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것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에 국회에 제출된 법이 자본시장통합법입니다. 정식명칭은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금법)입니다. 원래는 금융투자업 및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금자법)이었는데 첫 자를 딴 약칭이 어느 영화의 영화제목을 연상시키는 바가 있어서 이름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법의 백미는 역시 제 3조 금융투자상품에 관한 정의입니다. 이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물건 또는 권리의 취득으로 인하여,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할 금전 또는 그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의 총액이, 당해 물건 또는 권리의 처분 혹은 그 밖의 방법으로 회수하였거나 회수할 수 있는 금전 등의 총액을 상회하게 될 위험을 부담하면서,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발행인 혹은 거래상대방에게 현재 혹은 장래의 특정시점에 금전 등을 이전하기로 약정함으로써 갖게 되는 권리.” 이 정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원금의 일부나 전부 혹은 원금 이상의 손실을 볼 수 있는 금융상품은 다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금융투자회사(증권사 투신사 선물회사 자문사 등의 법적 명칭이 이렇게 바뀝니다)가 어떤 상품을 만들어도 일단은 법적 근거가 생겼다는 이야기 입니다. 증권 장내파생상품 장외파생상품으로 구분되는 금융투자상품은 이제 모든 금융상품 중에서 예금과 보험상품 빼고 나머지를 다 의미하는 것이고 어떤 금융투자상품의 경우에도 그 근거는 이미 법 제3조에 마련이 되어있는 셈입니다. 물론 이런 상품은 다 금융감독의 대상이고 문제가 생기면 감독당국에 의해 제재가 되므로 그야말로 “아무거나”거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획기적인 발전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 법은 그 외에도 투자자보호장치 강화, 업무범위확대, 그리고 기능별 규제를 통한 겸영제도의 도입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이 법은 금융투자업을 매매, 중개, 자문, 일임, 집합투자, 자산보관업 등으로 구분한 후 이를 한 회사에서 다 영위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최근 IMF는 이들의 겸영 허용에 대해 좀 더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고 적시한바 있지만 겸영 여부와 그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회사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도록 하되 철저한 사후감독이 이루어지도록 하면 문제의 여지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겸영을 통한 대형 투자은행이 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했다는 점도 이 법의 중요한 공헌일 것입니다. 이제 금융시장에는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수많은 상품들이 출현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미 FTA를 통해 진일보한 지위를 확보한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게 될 것입니다. 금융소비자로서의 가계와 기업은 이에 대해 보다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옥석을 잘 가려서 투자와 자금조달을 하는 주체와 그렇지 못한 주체 간에 격차가 상당히 벌어지는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죠. 또한 자본시장통합법이 통과되면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투자금융을 담당할 투자은행 곧 금융투자사들의 영업이 본격화할 것입니다. 이는 곧 금융시장 내에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간의 경쟁이 본격화함을 의미합니다. 어떤 금융형태가 우리에게 바람직한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우리 소비자들의 화끈함과 신속함을 감안할 때 투자금융 또한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쟁이 양진영간에 본격화할 수 있도록 제반 부수업무는 양쪽에 모두 허용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최근 문제가 되는 지급결제업무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는 법안에 있는 대로 마땅히 투자은행에게도 허용되어 고객들이 자유롭게 어느 회사를 이용할지를 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 그동안 상업은행들이 고객대접을 소홀히 하고 국가가 주는 면허에만 의존하면서 안주하여 왔다면 마땅히 경쟁을 통해 일정 부분 고객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금융소비자의 편익이며 오히려 당국은 안정성을 빌미로 금융투자사를 통한 지급결제를 불허하거나 제한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지 고민을 해야 합니다. 경쟁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하는 과정에서 상업은행들의 독과점성도 상당 부분 심화된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투자사에 대한 지급결제업무 등 각종 부수업무 허용은 양 금융권간의 경쟁을 유도할 것이며 이는 금융소비자의 권익과 편익을 엄청나게 상승시킬 것입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 (사)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출처 - 이지폴뉴스 2007.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