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세금이 기업을 해외로 내몬다 - 윤창현
	2007-05-17
과도한 세금이 기업을 해외로 내몬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소득은 경제성장률과 비례하여 증가한다. 또한, 승진 등의 이유로 소득이 늘어나기도 하고 물가가 올라도 소득은 자연 증가한다. 세율이 일정한 경우에도 소득이 늘어나면 세금 액수는 커지게 돼 있는데, 누진세제 아래서는 과표 구간을 정해 놓고 구간이 바뀌면 세율이 올라가게 해놓았다. 소득이 늘어나면 근로자의 소득은 자연스럽게 1구간에서 2구간으로, 또 2구간에서 3구간으로 구간이 바뀐다. 그리고 구간별 세율도 증가한다. 결국 소득과 세율이 다 같이 증가하면서 세금 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제 종이에 직선을 긋고 1000만원, 4000만원, 8000만원에 해당하는 지점 세 곳에 점을 찍어 보자. 그러면 구간은 4개가 생긴다. 1000만원 이하(1구간), 1000만∼4000만원(2구간), 4000만∼8000만원(3구간), 그리고 8000만원 이상(4구간) 구간이다. 이 구간이 이름하여 근로소득세 과표구간이다. 국민의 근로소득세는 바로 이 구간에 의해 결정된다. 1구간에 들어오는 소득에 대해서는 8%, 2구간 17%, 3구간 26%, 4구간에 대해서는 35%가 적용된다. 그런데 세액의 10%를 주민세로 내게 되므로 궁극적으로는 세금을 이보다 더 내는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이 기준점과 구간 자체가 11년 동안 요지부동이라는 점이다. 이러니 국민의 세금 부담은 엄청나게 늘 수밖에 없다. 1996년부터 2005년 사이에 1구간 소득에 해당하는 납세자 수는 532만명에서 338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2구간 소득에 해당하는 납세자는 157만명에서 241만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3구간은 5만명에서 26만명으로, 4구간 소득은 7000명에서 5만3000명으로 늘었다. 결국 전체 근로소득세는 4838억원에서 9779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서 이 기간의 경제성장률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정부는 공제 혜택 등이 바뀌었다고 주장하지만 전체 세금 액수가 2배로 증가한 것을 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최근 통계도 비슷한 모습이다. 얼마 전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중 도시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증가율은 5.8%인데 세금증가율은 17.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의 3배다. 이는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뿐인가. 법인세 과표구간도 17년이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990년 이후 경제 규모가 약 3배나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과표기준은 1억원으로 고정돼 있다. 점이 1개이니 구간은 2개다. 1억원 이하 13%, 1억원 이상 25%이다. 따라서 물가가 오르는 경우 실질소득은 그대로인데 명목소득이 증가하면서 구간이 바뀌고 결국 기업은 13%에서 25%로 뛴 세율을 감당해야 한다. 근로소득세의 경우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룩셈부르크, 버뮤다, 버진제도, 케이맨제도, 마셜제도 등 국제적으로 유명한 다섯 군데 조세피난처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의 투자건수는 모두 31건으로 2005년의 14건보다 2배 가량으로 늘어났다. 숫자는 작지만 무언가 변화가 감지된다. 우리 기업들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눈을 돌려 다른 나라를 보면 각국 정부는 기업을 하나라도 더 유치하려고 그야말로 발버둥을 치고 있다. 물론 세금 인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극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아일랜드는 1981년 외국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45%에서 10%로 내리는 파격적인 조치를 시행했고, 이후 외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유럽의 부국으로 발돋움했다. 자꾸만 더 걷고 더 쓰려고만 하지 말고 밖의 변화를 보면서 스스로를 추스르고 제대로 된 혁신을 해야 할 때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출처 - 문화일보 2007. 5. 1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