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기술 유출방지대책 절실하다 - 전삼현
	2007-05-15
핵심기술 유출방지대책 절실하다 기아자동차 전·현 직원이 22조원대의 기술을 단지 2억여원의 대가를 받고 중국에 유출시켰다고 한다. 심지어 온라인게임 대표기업인 엔씨소프트의 경우에는 개발자가 영업기밀을 일본에 유출시키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어디서부터 수습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심각한 국내 산업의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기업과 개인이 갖고 있는 기술이 국민의 젖줄이다. 그런데 이 젖줄이 급속도로 말라가고 있다. 국정원의 공식통계에 따르면 수백조원대에 이르는 핵심기술 유출 범죄행위가 1998년 이후 모두 126건이나 됐으며, 이 중 지난해 한 해에만 31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최근 5년간 기술유출 직전에 차단한 산업피해액도 114조원이었다. 심지어 기술의 중요도가 비교적 낮은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도 무차별 유출되고 있다.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2005년 한 해에만 33개사가 지식재산권을 침해당했으며, 이 중 21개사가 중국 업체에 당했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산업스파이들이 ‘생계형’에서 ‘기업형’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범죄영역도 휴대전화·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자동차·조선 등 중공업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국가정보원은 2003년 ‘과’단위의 산업보호 조직을 ‘산업기밀보호센터’로 격상시켰으며 대검은 올해 ‘기술유출범죄 수사지원센터’를 출범시키는 등 제도적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또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 친고죄 조항을 삭제하고, 처벌 대상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법률을 개정했으며, 지난 4월부터는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을 발효시키는 등 법률 제정·개정을 단행한 바 있다. 앞으로는 국가안보나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을 해외로 수출할 때에는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위반 시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러한 법제도 개선만으로는 부족하고 개발자 처우 개선, 사내 보안 강화, 기술에 대한 개발자의 인식 전환, 개발자의 도덕적 인식 불감증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즉, 법제도뿐만 아니라 인력관리, 도덕적 계몽 등 종합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근로자들이 회사에 대해 갖는 적개심도 개선 대상이기 때문이다. 일명 핵심기술이라고 불리는 산업재산권은 글로벌화된 국제경제사회에서는 이익 창출의 핵심키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이는 지난 7일부터 시작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EU 측이 산업재산권 분야에서 명품 브랜드의 모조품 단속과 의약품의 특허기술 유출 방지 등을 핵심 쟁점으로 삼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국가 핵심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지능적이고 조직화된 기업형 산업스파이를 가중처벌하는 법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 또, 기술 유출 방지 관련 국가기관을 확대하고 정부가 전문가 양성에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범죄행위자의 85% 이상이 전·현 직원임을 볼 때, 사내 자율 감시체제를 구축하고 이들과 정부 기관 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기술개발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물론, 이들에게 공익의 중요성을 계몽할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노사간 화합을 위한 상생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비정상적 적개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이제부터라도 정치권은 물론, 정부·기업·국민 모두가 국가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진일보한 대책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겠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 기업소송연구회 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5. 15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