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타령' 이제는 그만 - 정인교
	2007-05-14
'개도국 타령' 이제는 그만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 규모, 수출 3,000억 달러, 1인당 소득 2만 달러 수준, 반도체ㆍ휴대폰ㆍ조선ㆍ철강ㆍ가전ㆍ자동차 등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주력 제조업종. 오늘날 우리나라 산업경제 성적표이다. 우리 경제의 어두운 면이 매일 제기되고 있지만, 외국의 평가는 그렇지 않다. 세계무역기구(WTO) 150여 회원국은 크게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개도국으로 분류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 우리 공무원들이 “한국은 개도국으로서…”라고 발언하면, 다른 국가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게 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WTO에서는 선진국-개도국 분류 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고 개도국 여부는 자기선언 원칙이 통용되고 있다. 이미 WTO 35개 회원국이 선진국임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를 개도국으로 보는 국가는 사실상 없다. 우리 정부가 개도국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농업 개방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이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그룹 포함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분류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농림부가 연구비를 들여 개도국으로 우길 수 있는 조건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마땅한 논리를 개발하지 못했다. 문맹률, 학력 등 인간개발지수를 이용하여 선진국이 아님을 주장하려 해도 쉽지 않다. 한편으로는 개도국을 세분화해서 빠져 나갈 구멍을 찾아보려고 해도 이해계산이 복잡해진다. 그저 농업이 어렵기 때문에 선진국으로 분류될 수 없다고 강변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최근 동향을 보면, 그렇다고 개도국 분류 여부가 순수 자기선언도 아니다. 누가 보더라도 중국은 개도국으로 분류될 수 있으나, WTO 가입 의무사항의 이행계획(C/S)중 일부는 선진국 기준을 적용 받았다. 경제규모에 대한 고려가 불가피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입지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면 개도국으로 분류되면 도하개발 아젠다(DDA) 협상에서 어떤 점이 유리한가? 과거 우루과이라운드(UR) 결과를 들여다보면, 개도국은 관세 등 각종 감축약속 및 이행기간에서 선진국의 3분의 2만 이행하면 되는 우대를 받았다. 또한 선진국보다 긴 10년의 이행기간을 부여 받았으며, 국내 보조금 지급도 허용되었다. 우리나라가 개도국으로 분류되기 어렵다는 점은 이미 10년 전에 알 수 있었다. 1994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보고르 선언에서 선진국은 2010년, 개도국은 2020년까지 역내 무역자유화를 달성하기로 했을 때, APEC 회원국들은 우리나라는 선진국 그룹에 포함되어야 함을 지적했다. 막판 우여곡절 끝에 개도국으로 남게 되었지만, 뒷말이 적지 않았다.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고, 미국과의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현재 우리나라는 어느 측면에서 보나 개도국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DDA 타결 지연이 우리에게 더 불리하다는 점은 확실하며, DDA 협상에서 상당한 양보를 통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농업 구조조정 지연 등의 문제를 안게 된다. 세계화, FTA 시대에 농업이 개방의 예외가 되기 어렵다. 소수 품목이긴 하지만, 세계화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농업의 살길을 찾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참다래, 화훼, 파프리카, 선인장 등이 수출농산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또한 고품질 브랜드 농산물을 생산하여 고가에 판매함으로써 생산규모를 줄이더라도 고소득을 기록하는 농가도 늘고 있다. ●농업 구조조정 차원 지원을 미국과의 FTA 국회비준동의안 처리과정에서 농업지원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구조조정을 동반하지 않는 취약산업에 대한 지원은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고, 지원이 또 다른 지원을 요구하는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지원규모보다는 농업 구조조정을 담보로 한 지원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한국일보 2007.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