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志淵 言論의 自强主義的 부강국가론 - 신일철
2002-11-04
張志淵 言論의 自强主義的 부강국가론 1. 황성신문에 나타난 장지연의 개화자강사상 위암 장지연의 언론활동은 1899년 시사총보사의 주필을 거쳐 그해 9월 황성신문의 주필이 된 후 1906년 그 사장직을 사임할 때까지 7년간에 국한시킬 수 없다. 1906년 대한자강회운동에서 장지연의 필명을 내걸고 쓴 논설이 모두 황성신문의 주된 논지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장지연 언론은 대한자강회월보 등의 논설까지 합하여 사회진화론적 자강주의와 근대국가사상, 식산흥업의 부강경제론으로 집약된다. 장지연 언론은 오늘날의 신문․잡지의 시사언론과는 다른 구국의 우국지사의 개화자강으로 대표되는 “신사상 계몽언론”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개 황성신문은 민중계몽에 힘쓴 국문신문과 달리 주로 개화파 유학독서인의 논조로 일관된 국한문체의 자강파 신문이었고 한학독자층을 가졌다는 것이 우리 신문사연구에서의 통설이다. 국한문혼용의 기사로 엮어진 황성신문이 한학해독의 유식자 독서층을 가졌다는 점에서 이 신문이 결코 복벽주의적이거나 반개화의 보수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황성신문의 독자층이 바로 개화기 국론의 여론주동층이였다는 점에서 개화자강의 엘리뜨의 신문이었다. 이 한학식자의 독자계층이 서구문명과 근대국가사상의 수용에서 구시대의 존왕양위적인 중화문명을 근대민족국가의 민족사상으로 전환시키는 “변압기”적 역할을 해낸 인텔리겐챠이었기 때문이다. 높은 한문실력이 없이는 해독하기 힘든 국한문체의 황성신문이 바로 개화기의 여론주도층 신문인 동시에 “신사상”의 주류이기도 했다. 1905년에 개교한 보성전문 법관양성소 등이 대한제국의 신국제에 맞춘 고등교육의 교육기관이다. 이 전문학교의 입학시험은 주로 한문 실력으로 선발했다. 초창기 보전생들은 과거제가 폐지된 후 과거 응시수준의 한문해독력과 한문작문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신일철, “普專草創期의 近代民族主義思想”, ｢近代西歐學問의 受容｣(고려대학교, 1986, p.9) 대한제국기 젊은 지성을 대표하는 보전학생들의 개화자강사상에는 황성신문 등이 계몽한 “물경”(物競), “천택”(天擇)의 천연의 세계관이 단연 지배적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 주로 보전교우회 ｢法政學報｣와 보전침목회 ｢침목｣의 논설에는 당시 개화기 인텔리청년들의 신사상이 주로 대한자강회의 자강주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일철, 앞의 논문, 같은 책, p.23. 특히 1905년의 을사늑약으로 “보호국”이 되자 “보호국”이 주권국가냐 등 국가론에 대한 관심도 역시 장지연 등의 “국가사상”론의 영향이었다고 보아진다. 보성전문의 개화파지성들은 ① 사회진화론적 자강주의, ② 근대국가의 “국가”론 ③ 애국심계발 ④ 솔속스러운 문명개화에 대한 경계심 ⑤ 충군애국적 국가사상 등 신일철, 앞의 책, p.38. 의 논지를 표현하고 있는데 이 역시 황성신문의 논조와 거의 일치한다. “天演의 公例”, “國家思想”, “우승열패”, “경쟁론”, “대한민적정신”과 사상가로서는 “양계초”의 ｢음빙실문집｣이 많이 거론되어 있어 황성신문의 그것과 같다. 황성신문은 장지연, 박은식, 그리고 신채호 등이 청나라말기의 변법자강의 개화세계관과 아울러 유학적 선비가 가진 전통존중의식으로 우리나라 역사와 민족전통사상을 아울러 존중하려는 東道西器的 西歐受容의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장지연 등 자강주의자들은 황성신문에 “我韓의 彊域”, “고구려 광개토왕비”, “我韓衣服制” 특히 장지연의 글로 “國朝故事” “名所古蹟” 등이 지면에 연재되어 민족사적 전통계승도 돋보여 장지연 등 자강파의 국학부흥사상이 나타나 있다. 崔起榮, “皇城新聞의 역사관련 기사에 대한 검토”, ｢韓國近代啓蒙思想硏究｣(一潮閣, 1997) 참조. 특히 황성신문은 “유교구신론”(박은식)과 같이 유교의 근대화개혁을 주창하여 康有爲의 변법자강과 대동사상의 영향을 받아 대동교운동에까지 이어진다. 장지연은 박은식, 신채호와 더불어 “국혼” “조선혼”을 되찾자는 국학적 민족주의 정신을 고창하며 “국혼”의 보전으로 국권을 되찾아 독립의 기초로 삼고자 하는 광복국혼론도 개진되고 있다. 개화기에 국난극복의 민족적 영웅으로 황성신문 등에서 을지문덕, 이순신에 대한 영웅숭배가 고취되었는데 이는 신채호의 을지문덕, 이순신, 최영에 대한 세가지 국난극복의 영웅전 즉 민족사적 “三傑”이 모두 자강주의적 조국정신계몽의 상징이다. 장지연의 “大韓彊域考”는 茶山의 “我韓彊域考”를 기본으로 한 것인데, 이런 “강역고” 연구는 근대민족주의적 국가관에서 국가의 3요소인 인민, 주권, 영토에서 국가의 영토, “강역”에 대한 학적관심 역시 조국정신과 국가사상계몽에 대한 장지연의 큰 공헌이다. 장지연의 민족주의는 황실존중의 존왕주의와는 그 차원이 다른 근대국가관에 기초해있음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황성신문이 1905년 10월 13일 ｢경고, 의병 지인｣을 비롯하여 의병운동에 대한 부정적 평가기사는 유교적 중화주의나 존왕양위적이념에서 오는 거부반응으로 보이지만 崔起榮, 앞의 책, p.18. 장지연이 이런 논조에 동의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황성신문이나 장지연 등 자강파는 즉전즉결의 군사적 독립전쟁은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보국․보존”의 계책은 교육과 산업화로 부강국건설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독립기초다지기 선행에 기울어져 있었다. 황성신문에서 장지연, 주필, 사장의 주동적 역할은 의심할 수 없으나 자강주의로 뜻을 같이하는 자강파의 논설로서 그 개화자강사상의 줄거리를 간추려볼 수밖에 없다. 1901년에서 1905년간의 황성신문의 노조가 주로 한학학식이 높은 지성인 장지연, 박은식, 柳瑾, 김상천, 남궁훈, 신채호 등 개화자강의 논설이 주도한 점에서 장지연의 자강론적 민족주의, 자유민권지향의 자유주의 국가론과 “국혼” 보존의 민족의식 등 큰 테두리에서 “하나의 사상”이었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金珉煥의 ｢開化期民族紙의 社會思想｣ 金珉煥저, ｢開化期民族紙의 社會思想｣(나남출판, 1988). 은 우리나라 개화기 신문사적 조사분석으로서 훌륭한 학적업적임으로 이 연구에 기초하여 황성신문의 논조를 요약해 보았다. 김민환의 개화기 민족지의 분석에서 독립신문,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 등의 사회사상을 ① 자주독립사상, ② 정치적 자강개화사상, ③ 경제적, ④ 사회적 개화자강사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김민환의 개화기 언론의 분석을 기초로 황성신문의 논조들은 뒤에 장지연의 대한자강회운동에 나타난 자강주의와 견주어 개관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개화기 을사늑약을 앞둔 국난의 위국에 처해 독립신문, 황성신문의 논조는 당시의 대한제국이 군사강국이 아닌 현실에서 주로 열강의 국제정치 속에서 능난한 외교술로서 국권을 보존하자는 방책이다. 이는 “중립외교”로 표현할 수도 있겠으나 약소국가의 생존외교책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和好相修며 信義相密은 兵家의 講禮以敬이라 을 用하고, 量力度德은 兵家의 知彼知己라 을 用고, 權利를 不失며 依昆를 不托은 兵家의 不受制於人이라 을 用고, 流言을 佯應며 間諜을 如信은 兵家의 將計取라 을 用여야 和誼를 能保며 公義를 能守지라. 황성신문, 1900년 8월 30일. 황성신문의 외교론 등으로 보아 개화기 선인들이 국권보전을 위해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보국의 계책을 인출하는데 고심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2) 을사늑약을 앞둔 국권상실의 위기에 황성신문은 우선 일본 등에 대한 외세의존을 버리고 自强策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황성신문도 그 “자강”이 부국강병국가형의 강병책은 부적절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 신문은 1904년(1. 21) 논설에서는 “打破依賴之 習하고 自强政策을 채용한 연후에” 황성신문, 1904년 1월 21일. 부강국가의 건설로 독립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먼저임을 내세운다. (3) 황성신문은 일본의 명치유신형의 개화론과는 다른 청말변법자강파의, 특히 양계초의 자강국가론을 골간으로 하여 중국의 변법유신, 입헌군주제, 특히 양계초의 “開明專制論”의 일면을 개화의 모델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 황성신문도 충군애국의 국가주의에 기초하여 “民心愛國하고 國必愛保民” 황성신문, 1901년 2월 5일. 이라 해서 국권이 먼저이고 백성이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가지고 국가는 “保民”한다는 한 점에서 왕당파적 존왕복벽주의는 아니다. 황성신문은 군주권을 전제하면서 민선의회의 성립을 제창하는 입헌군주제의 공화제 “신국”을 지향했다. 그러나 황성신문의 국가관은 그 기본이 루소적인 국민주권보다는 민족주권을 앞세우는 헤겔적 국가유기체설에 기울어져 있었다. 전통계승에 선 황성신문은 군주권에 대한 적극적 견제에 앞서 중추원의 기능을 보강하여 “上으로 정부의 미달한 事를 補聰하고 下으로 인민의 未通한 情을 疏闊케하는” 황성신문, 1899년 1월 31일. 말하자면 司諫院 등 言官의 가능을 계승․확장하는데서 의회의 기능을 모색하고 있다. 김민환의 연구도 황성신문이 왕조시대의 言官적 기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金珉煥, 앞의 책, p.179. 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신문은 입헌군주제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민권을 신장하자는 점에서 중국의 변법자강파와 유사한 자강주의적 국가주권적 국체론이다. (5) 황성신문과 장지연 등의 자강파가 과연 자유민권을 내세운 근대자유주의의 선구로 볼 수 있는가는 그들의 개인의 기본권 “인민자유권”의 시인여부에 달려있다. 무엇보다도 황성신문은 입헌군주제의 헌법으로 자유민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개인의 자유권을 “天生權”으로 인정한 점에서 “천부인권설”을 긍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적이다. 황성신문은 개인의 신체와 재산의 자유는 “천생권”이라 해서 개인소유권, 다시 말해서 생명․신체․사적 재산권의 권리가 천부의 권리임을 인정하고 있다. “인민이 자기의 학식과 기력으로 생명․재산을 自保함에, 정부의 세력있는 자가 그 생명을 모해하며 재산을 박탈하여 인민의 고유권을 양취하는 폐원이 漸滋하므로 구미 각국 인민이 지혜를 透開하며 衆力을 合溱하여 압제속박을 不受하고 생명․재산을 보수하게 되었다” 황성신문, 1900년 5월 7일. 장지연의 자강주의와 대한자강회가 “殖産興業”의 산업화와 상공업진흥을 개화자강의 기본으로 내세우는데서 사유자산권 등 경제적 자유주의를 그 전제로 하고 있다고 인정된다. 그러나 1900년초의 개화기민족지들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와 토지개혁 등에까지 정책적 관심이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개화기언론은 경제정책 면에서 일본의 경제적 침략규탄에 주로 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 20세기초 1900년초 대한제국기의 신사조가 사회진화론적인 자강주의였다. 그 개화자강의 선구자였던 황성신문은 무엇보다 앞서 자강주의적 국가를 만들어 국가경쟁력의 생성으로 국권회복과 독립의 기초로 삼고자했고 이 구국의 국가사상계몽에 힘쓴 것이다. 天이 物의 競爭을 擇매 其 競爭力이 適當 자는 生存을 得고 競爭力이 不適當 者는 生存을 不得이라이니 此는 中庸 所謂 裁者를 培之고 傾者를 覆之란 語意와 相類도다. 然則 吾族의 競爭力이 彼族을 不勝면 自然淘汰를 被야 澌盡以滅 것은 理勢의 固然일 뿐더러 世界歷史에 事實이 確的도다. …今日 吾族이 他族의 競爭을 對야 適當力이 有가 無가. …若其 適當者가 無면 滅亡을 不免터인ㅣ 今現狀으로난 決코 競爭力의 適當者가 無다 지니 豈不爲之萬萬寒心哉아. 황성신문, 1908년 4월 8일. 개화기사상계에 키워드였던 “物競” “天擇” “天演의 公例”의 진화론적 세계관을 기본으로 이 논설은 “適者生存”을 고취한 황성신문의 논설은 장지연으로 대표되는 대한자강회의 자강주의가 1910년 경술국치까지 국론의 주류였음을 개관해 보았다. 물론 이런 자강주의는 우승열패와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합리화의 일면이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서도 제국주의적 자강과 민족주의적 자강의 구별을 내세워 자강주의의 논지를 일관되게 밀고 나갔다. 경쟁이 개인간의 경쟁을 존중하는 경쟁시장의 시장주의의 인식도 역시 미약하다.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의 치부가 적자생존의 경쟁승리자로 옹호되고 시장경제의 약자, 낙오자를 “자연도태”로 해석하는 보다 심각한 자본주의 논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2. 장지연 언론의 근대국가사상 계몽 위암 장지연에 대한 민족사적인 상징적 이미지는 1905년 황성신문의 사설 “이날에 큰 울음으로 통곡하노라”(是日也放聲大哭)의 대문장에 집약되어 있다. 그해 11월 17일의 “을사늑약”에 접한 깊은 충격으로 장지연은 이 늑약으로 일제에 의해 국권을 창탈당했다는 통분을 온 민족과 함께한 것이다. 대한제국의 국권상실은 이미 1905년이었다. 이 민족적 통분 앞에서 우리 민족이 왜 일제에 의해 국권을 찬탈당했느냐의 처절한 역사적 체험에 대해 그 사상적 이론적 인식을 마련한 장지연은 이미 사회진화론적인 자강주의의 세계관으로 깊이있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 개화자강운동이 1906년에 장지연이 선도한 대한자강회운동이었다. 이 민족운동은 국권상실의 근본원인에 대한 사회진화론의 새로운 세계관적 자각에 기초하여 국권회복의 구국의 기초를 마련한 것이다. 그 구국의 방략은 새로운 패라다임인 근대국가관의 민족주의와 식산흥업의 부국경제관으로 국론(國論)의 발상법전환을 하는 신국가관의 계몽이었다. 기왕의 한국근대사 해석에서는 장지연과 대한자강회, 대한협회 등의 민족운동을 “애국계몽”으로 개념화해왔다. 그런데 이 “애국계몽” 개념에는 애국의 대상인 신국가상인 근대적 국가의 주체가 애매해지는 단점이 있고 개화자강의 발상전환에서 중화권적 사대(事大)의 “예”의 상하주종적 질서를 탈피하고 열국경쟁의 국가평등론에 입각한 주권국가와 특히 국제관계인식에 새로 들어온 진화론적 경쟁사상이 무시되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장지연 등 자강파가 제창한 자강주의는 근대국가시대의 국제관계를 인식할 수 있는 새로운 개화적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장지연과 대한자강회가 계몽한 “애국심”의 대상은 존왕주의적 복벽주의를 벗어나 근대국가 “대한”에 대한 애국심으로 새로 만들어 내야하는 새조국 “대한”의 민족국가에 대한 국가애이지 황제에 대한 충성은 아니었다. 장지연, 박은식, 신채호 등의 자강주의적 근대국가사상을 다만 “애국계몽운동”의 범주로 왜소해온데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대한제국기의 민족사상에 대한 개념규정이 우리학계에 분명치 않을 때 북한학계가 장지연, 신채호 등을 “애국계몽” “애국문화운동”으로 규정했다. 북한에 수용된 맑스 레닌주의적 사관과 특히 제2차대전중의 스탈린은 “사회주의적 애국주의”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좌파적 계급주의사관에서는 “민족주의”나 “국가”의 개념을 기피하다가 “애국주의”를 뒤늦게 채용했다. 북한의 1970년판 ｢역사사전｣ ｢력사사전｣(북한, 사회과학출판사, 1971). 은 장지연 등이 일으킨 “문화운동”이 부르주아 민족주의자들이 일으킨 민족주의 운동이라는 좌파사관적 규정을 전제했다. 19세기말 20세기초 한국의 사회경제적 현실에서 “부르주아계급”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이 무리이다. 북한의 70년판 ｢역사사전｣에는 장지연, 박은식 항목은 없고 다만 신채호 항목만이 나와 있다. 이 ｢역사사전｣은 단재에 대해 “애국문화운동가이며 역사가”라고 규정하고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도 “신채호는 맑스․레닌주의나 민족해방투쟁의 객관적 파악을 못하고 소부르주아지 인텔리의 계급적 제한으로 무정부주의에 가담했다”고 비판했다. 스탈린주의에서는 ｢볼세비크 당사｣에서 무정부주의와의 투쟁이 강조되고 있는데 그 ｢당사｣에서 무정부주의는 반사회주의적 반공사상으로 낙인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1985년판 ｢철학사전｣에 와서는 신채호와 아울러 장지연 항목을 두고 뜻밖의 긍정적 평가에 인색하지 않게 된 북한근대사관의 수정을 엿보게 된다. 북한판 ｢철학사전｣(85년판) 북한 85년판 ｢철학사전｣, p.186. 에서는 신채호 항목에서 그를 “근대애국문화운동의 대표적 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그의 “민족”관은 브르조아적인 민족정신이나 애국심을 의미한다고 브르조아 민족개념의 범주에 넣고 있다. 레닌의 민족개념은 브르조아 민족과 프롤레타리아민족의 2분법을 설정했는데 레닌주의의 잣대가 여기에 적용되고 있다. 장지연에 대한 항목에서는 장지연이 “우리나라 대표적인 애국문화운동가의 한사람이며 진보적 사상가”라고 추켜올렸다. 1985년의 ｢철학사전｣에서 장지연이 “진보적 사상가”로 새로 규정되었는가의 연유는 세계가 변화․발전한다는 사회진화론의 다윈주의가 유물변증법의 초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북한의 사전은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에 기초한 역사진화론이 자본주의 합리화에 이바지한다는 학계의 통설에 무지했던 탓이다. 이 85년판 ｢철학사전｣은 망명후 귀국한 장지연에 대한 서술에서 몇가지 착오가 보인다. “1910년에 귀국하여 대한자강회, 대한협회등 정치적 단체를 조직․운영하면서 애국문화운동을 벌였다. 그의 계몽사상은 대체로 당시의 민족 브르조아지의 이해관계와 요구를 대변했다.” 북한, ｢철학사전｣, p.444. 이 북한 ｢철학사전｣은 1906년의 대한자강회 등 연대에 착오가 있고 “민족 브르조아지”라는 계급주의 사관으로 재단하는데 그치고 있다. 맑스주의 사관에서는 응당 장지연 등의 자강주의가 “브르조아 민주혁명”을 선각한 진보적 사상가라는 규정을 해야 옳은 것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 북한 근대사관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 85년판 북한사전의 장지연 항목에서는 1904년 3월의 장지연 등의 “정치개혁안”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 개혁안의 골자는 ① 국왕의 권한을 제한하고 중추원을 의회화하여 인민들에게 언론․출판․집회․결사․신앙을 보장하는 것과 같은 “브르조아 민주국가에 관한 그의 주장”과 “민족산업을 발전시킬 실제적인 법적담보를 마련하여” 화폐개혁 등 개혁안을 내놓은데 대해 북한사전은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장지연 사상에 대한 북한의 서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는데 그것은 사회진화론적인 “천연론”, “자강”과 열국경쟁의 새로운 근대적 국제정치에 대한 천연론적 세계관이다. 맑스․레닌주의의 계급주의 패라다임에서는 사회진화론이나 국가관념, 시민적 자유주의는 외면당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북한사전은 “식산흥업의 자강주의적 자유경제관”과 경쟁질서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장지연의 자강사상이 유교적 높은 교양을 가진 선비이지만 그의 사상적 기반은 서구사상의 수용이며, 특히 근대국가, 자본주의적 시민사회의 이데올로기이다. 장지연의 논설에는 주로 스펜서(斯賓塞)의 사회진화론, 다윈(達爾文氏) 특히 경제론으로 자유시장경제의 고전파인 애담․스미스(斯密氏)의 국부론과 브룬체제(伯倫知理)의 국가유기체설과 양계초가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다. 이 사상가들은 모두 서유럽의 이른바 “브르조아” 시민사회, 국가사상에 속하기 때문이다. 3. “國家思想”과 “國富論”的 부국책 계몽 대한제국기의 개화자강사상에는 크게 두가지 흐름이 있는데 그 하나는 일본관비유학생들이 “명치유신” 후의 “문명개화”를 수용하는 “변압기”적 역할을 했다. 특히 법률․이재(理財) 등의 법상학분야는 이들 국비유학생들에 의한 일본형의 서구제도를 다시 한국에 전파시켰다. 그러나 또 하나의 서구수용은 주로 토착적 한학선비들이 중국의 변법자강파에 수용된 서구의 사회진화론과 국가론을 주로 양계초의 ｢음빙실문집｣ 등의 독해를 통해 “자강주의”로 주체있게 수용했다. 따라서 후자인 국내 자강파들, 특히 장지연 등의 개화사상에는 주변인적 소속불명의 열등감을 오히려 근대국가론 중심으로 능동적으로 극복하면서 민족과 자기전통에 대한 소속감의 뿌리를 튼튼히 견지했다. 1905년 “을사늑약”의 의한 국권상실 등의 충격 앞에서 친일화하지 않고 그 충격을 사상적으로 이론적인 인식을 위한 새로운 세계관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할 수 있었던 인텔리겐챠가 주로 유교적 교양을 가진 개화선비들이었고 이들이 변법자강파의 사회진화론인 “자강주의”의 틀에서 주권국가의 “국가사상”과 애국계몽으로 근대민족주의의 주맥을 형성한 것이다. (1) “自强主義” : 사회진화론적 세계관과 부국책 왕조사를 근대민족사로 전환시키는 사상사적 전환에서 장지연의 세계관적 전환은 청말 변법자강파와 특히 嚴復의 “天演論” 嚴復의 ｢天演論｣은 Huxley의 “Erolulion and Ethics”의 번역이다. 赫賓黎(Huxley)의 天演論이라 한다. 에 그 이론적 바탕을 둔 양계초의 ｢음빈실문집｣의 독해에 의한 것이다. ｢천연론｣에서 national selection을 “天擇”(일본에서는 자연도태)이라 번역하고 struggle for existence는 “物競”(일본에서는 생존경쟁)이라 번역하여 이 물경과 천택이 천연의 공예의 2대 원리이다. 그러나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스펜서(斯賓塞)의 사회진화론을 더욱 강조했다. 서구세계의 부강의 근원에 대해서는 이른 “原强”이라 했는데 그에 앞서 엄복은 애담․스미스의 국부론의 번역 “原富”에서의 자강정책론도 제시했다. 이 “天演”은 우주 자연의 변화의 뜻이며 그 부단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불면의 법칙이 있다고 하여 엄복은 이를 “易”의 乾卦의 “自强不息”과 대응시키는 格意번역을 했다. 장지연의 개화적 세계관은 음빙실문집 등의 독해를 통해 세계의 발전원리가 생존경쟁, 우승열패, 적자생존, 자연도태의 진화론적 “천연의 공례”에서 패자․열자로 자연도태 당하지 않고 강자가 되어야 한다는 자강의 철학을 깨우쳤다. 개화기 사상계를 풍미한 신이념은 “천연의 공례” “사회”(群學의 사회학), “국가사상”, “신민”(新民) 등 새로운 개념이 “음빙실문집”을 비롯한 청말자강파의 저작들의 도입․한역에 의한 것이고 그 주역이 장지연 등 자강파였다. 1906년 장지연 등이 주동한 대한자강회의 자강주의는 천연론적인 사회진화에서 생존경쟁, 자연도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강의 길밖에 달리 없다는 새사상이었다. 청말에 중국에는 “强學會”가 생겼다. 1895년(光緖 21年)에 康有爲, 梁啓超의 발의로 변법자강을 위한 학회가 결성되고 이런 학회를 “會黨”이라 해서 “士人의 結社”이다. 양계초의 ｢論學會｣(1896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주로 신사상운동이 이런 학회활동으로 전개된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개화기에 번창했던 학회, 신문화운동과 그 맥을 같이한다. 장지연의 “단체결합”도 그 표본은 이런 학회 중심의 지식인․지도층의 결사이고 안창호의 흥사단의 “흥사”의 “신성단결”도 역시 자강주의의 영향에 의한 것이다. 구국운동에 뜻있는 인사는 양계초의 음빙실문집 100질만 사서 나누어지도 애국이 된다고 도산 안창호는 역설했다. 청말에도 이런 “士人의 合群”인 학회, “강학회”가 民約論 등을 내세운다고 하여 청조의 눈에 거슬려 수개월만에 해산되었다. 대한자강회도 역시 구한국 정부에 의해 해산당했다. 대한자강회의 자강주의도 역시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을 기강으로 한 천연론의 세계관을 내세웠고 “단체결합해야 민족보존이 된다”는 단체결합론도 “保種”(인종․민족보전)을 위해서는 “士人들의 合群”의 단결에 의해 국가의 단체구성에까지 나가자는 국가건설론이었다. 특히 엄복은 우승열패의 천연적 법칙에 의해 “국가강약성쇠”의 세가지 기준으로 “民力․民知․民德”의 民力신장론을 내세웠는데 장지연의 자강주의의 민권론도 역시 民의 계몽과 民의 시민도덕과 조국정신의 성장에 역점을 둔 시민사회민권론이다. 대한자강회 취지서의 선두에 “우리나라 독립은 오직 自强여하에 달렸으니 我韓은 自强之術을 강구치 않아 인민이 우매하고 국력이 쇄잔하여 외인의 보호국이 되었으니 이것이 모두 自强之道에 힘쓰지 않은 탓이다.” “大韓自强會 취지서”, ｢大韓自强會月報｣ 제1호, pp.9～10. 따라서 자강술은 나라의 자강을 위해 단체공합하여 교육과 식산으로 민지를 계발하여 부강한 국가를 만들어 국권회복에 힘쓰는 구국책임을 천명했다. 장지연의 자강주의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a) 天演의 公例 = ｢優勝劣敗｣ ｢弱肉强食｣ ― 物競 = 生存競爭 ― 天擇 = 自然淘汰 (b) 自强術 = 國體結合 : 公共的 관념, “국가사상” ― 殖産 = 産業化, 殖産興業 ― 敎育 = 祖國精神, 愛國心啓蒙 = 國家思想 신일철, ｢申采浩의 歷史思想硏究｣(고대출판부) 장지연의 자강은 주로 단체결합에 의해 국가관념을 함양하고 국가를 만들어 국가를 단위로 한 경쟁이었고 이는 민족자강, 민권자강인 동시에 국가자강이었고 개인들간의 우승열패의 경쟁적 시장사회에는 아직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는 주로 자국이 부강국이 되어 外競力을 가지게 되는 자강의 길이었다. (2) “國家思想”의 발견과 계몽 장지연의 언론에서 자강주의 “자강”의 주체는 구왕조의 군왕이나 조정, 양반층이 아니라 새로 형성되어야 할 근대 “국가”와 그 국민의 “民力․民知”였다. 온 민족이 “국가 관념”을 가질 때 애국심계몽으로 신민에 의한 신국인 근대적 민족국가가 되여 국제경쟁력을 가진 자강의 주체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애국심계몽으로 아직 현실에는 없는 잠재적인 “대한”의 민족국가인 국가에 대한 조국정신을 근간으로 해서 교육의 진흥이 다져진다고 믿었다. 장지연은 서구문화와 제도, 학술의 수용에 앞서서 새로운 “국가”의 개념을 먼저 국민계몽하는 것이 대한자강회의 기본과제라고 전제했다. 아직 대한제국기에도 “국가관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개화기이전의 왕조시대에는 “家”도 있고 “國”도 있고 “朝廷”도 있었으나 자강의 주체인 “국가”와 국가사상이 결여되어 있었다. 우리민족의 민족보전과 갱생을 위한 당면과제가 근대적 국가형의 “국가사상”의 계몽이라고 장지연은 확신했다. 양계초도 우리 동아시아에는 중국에도 “국가관념”이 없었고 다만 부민(部民)의 단계라고 개탄했다. 오늘날과 같이 열국이 경쟁해서 다투는 약육강식․우승열패의 20세기 새시대에는 進化論的인 자강의 덕이 없을 때 자존할 수 없으므로 제도․정부․국가를 新하기보다는 ｢民을 新케｣하는 것을 선행해야 한다는 것이 양계초의 신민설의 주지였다. 양계초가 신민설에서 특히 강조한 것은 ≪신민총보≫가 표방한 ‘공덕’과 ‘국가사상’의 계몽이었다. 그는 중국에 국가사상이 결여된 원인에 대해서 ① 천하 있음을 알면서 국가 있음을 모르고 ② 一己 있음을 알면서 국가 있음을 모른다. <新民會>, ≪飮氷室全集≫ 卷3, p.21. 는 두 가지 요인을 든다. 양계초는 그의 신민설 중의 <論國家思想>에서 人群의 初級, 部民(tribe) 있으나 國民이 없다. 部民이 발전하여 國民이 된다. 이것이 文明과 야만이 나누어지는 所以이다. 部民과 國民이 다른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群族이 되어 스스로 風俗을 이루는 것 이것이 部民이다. 國家思想이 있어서 能히 스스로 政治를 펴는 자 이것을 國民이라 한다. 天下에 아직 國民이 없으면 國家도 이룰 수 없다. 梁啓超, <論國家思想>, 新民說, 前揭書 所收. 양계초사상에 있어서 중화주의적 천하질서가 붕괴됨에 따라서 천하가 아닌 ‘세계 속의 한 나라’로서의 민족국가의 인식에 기초하여 ‘국민’의 창출이 신민설의 기본주제가 되었다. 그 신민의 형성을 위해 ‘국가사상’의 새로운 계몽이 긴요하게 되었다. 중국의 전통적인 문명관 속에는 천하의 관념이나 ‘國’이나 ‘家’의 관념도 있었으나 국제정치 공간에서 국가평등관에 입각한 세계의 열국 중의 일국으로서의 ‘국가관념’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러면 이러한 ‘국가사상’의 창출은 어떻게 가능한가. 양계초에 의하면 중국적 후진성은 중국사회가 아직 ‘部民’ 상태에 있으며 혈연적․지연적 유대에 따르고 인간의 군거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족이나 가족적 결합에는 공덕관념이 결핍되어 있어 신민의 형성에서는 “公”과 “公德”의 공공적 관념에 기초한 국가관념이 새로 형성된다고 이해했다. 장지연이 번역한 양계초의 ｢中國魂｣ ｢장지연진서｣ 제4권, “중국혼”, p.812. 에서 중국이 쇄약해진 연원을 중국사람들 이 구습에 젖어 “국가사상”이 없기 때문이라는 견해에 접해 이 견해에 동의한 것이다. 이 ｢중국혼｣에서 양계초는 독일의 불룬첼리의 국가학을 역술하여 서양의 국가개념을 밝히고 있는데 대해 장지연도 주목하게 된다. 장지연이 번역한 양계초의 ｢중국혼｣은 이미 ｢신민총보｣에 발표된 논문이다. ≪신민총보≫에 나타난 양계초의 사상구조는 루소의 민약설에 나타난 공화주의와 결별하고 루소의 사회계약설이 국민의 창출이나 국가사상의 형성에는 부적합하다고 해서 이를 불룬첼리(Blunchelli)의 국가학(Staatslehre)에 의해 비판했다. 양계초는 1903년 <정치학 대가 伯倫知理(Blunchelli)之學說>(≪신민총보≫ 38․39호 합본, 光緖 29년 8월)을 발표하여 梁啓超, <政治學大家 伯倫知理之學說>(≪新民叢報≫ 38․39號 合本). 野村浩一, ≪近代 中國의 政治와 思想≫(筑摩書房, 1964) 참조. 이 불룬첼리의 국가학을 루소의 사회계약설과 대립되는 학설로 파악하였다. 양계초는 불룬첼리의 국가유기체설에서 국가의 유기적 통일을 보고 그와 반대로 루소의 계약설에서는 개인본위의 ‘사회’에 의해 상징되는 분산성을 보았던 것이다. 당시 중국의 현실에서는 자유․평등을 제창하는 루소의 사회성보다는 국가에 의한 유기적 통일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불룬첼리의 국가학에서의 질서에 바탕을 둔 국가적 결합을 환영했던 것이다. ≪신민총보≫에서 양계초는 루소의 인민주권설에 기초한 공화제에 대해서는 그것이 중국의 분할과 다수의 전제군주의 출현을 가져오게 하는 망국의 길이 된다고 해서 대단히 회의적이었다. 중국을 재건할 수 있는 길은 ‘恭順原理’에 기초한 家産的 ｢一君萬民｣의 가산관료제를 ｢유기의 통일․유력의 질서｣를 가진 근대관료제에로 발전시키려는데 그 통일국가적 발전의 방략이 있다는 것이었다. 양계초의 국가론에 대해서는 필자의 “신채호의 근대국가론”에서 이미 발표된 내용이다. 양계초는 ｢중국혼｣에서 국가사상의 2대학파로 ① 루소(盧梭)의 민약론(평민파)와 진화론 대표, 스펜서(斯賓塞)의 강권파를 나누고 있다.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적 국가론을 “강권파”라고 한 것은 생존경쟁․우승열패의 천연계에서 강자가 승리한다는데 국가론의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 진취, 모험의 생존경쟁 정신이 스펜서주의의 자강사상이다. 장지연 역술의 ｢중국혼｣에서 중국이 쇠약해진 것은 통탄스럽게도 중국인에게 국가사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 대목이 주목을 끌었을 것이다. 장기연 역술의 ｢중국혼｣은 양계초의 논설 ｢신민총보｣ 등을 담은 ｢음빙실문집｣의 일부이다. 양계초가 신민설에서 특히 강조한 것은 ≪신민총보≫가 표방한 ‘공덕’과 ‘국가사상’의 계몽이었다. 그는 중국에 국가사상이 결여된 원인에 대해서 ① 천하 있음을 알면서 국가 있음을 모르고 ② 一己 있음을 알면서 국가 있음을 모른다는 두 가지 요인을 든다. 이 문장은 장지연도 그대로 많이 인용했다. 推其所以然之故, 厥有二論, 一曰 知有天下而不知有國家, 二曰 知有一己而不知有國家 양계초, ｢중국혼｣, ｢장지연 전서｣(4), p.886. 그러면 이러한 ‘국가사상’의 창출은 어떻게 가능한가. 양계초에 의하면 중국적 후진성은 중국사회가 아직 ‘部民’ 상태에 있으며 혈연적․지연적 유대에 따르고 가족적 관념에 젖어있고 公共的 관념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장지연은 독해했다. 장지연의 대문장인 “團體然後, 民族可保” 장지연, “團體然後, 民族可保”, ｢大韓自强會日報｣ 제5호. 는 바로 양계초의 공덕에 기초한 국가관념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장지연은 우리나라가 가족적 관념에만 매여 공공적 관념에 기초한 단체결합으로 국가관념을 계몽하지 않는다면 우승열패의 진화론적 질서속에서 우리가 “민족보존”도 못하고 패자가 된다는 경세적 경고였다. 무릇 국가의 성립은 민족의 단체집합에서 말미암는 것이라, 비록 광막한 토지와 허다한 민족이 있다 해도 團合之義와 團合之力이 결핍하면 야만의 一部落에 불과하며, 오늘날 競爭劇烈의 사회에서 어찌 劣敗澌滅의 근심을 피할 수 있겠는가. 무릇 優勝劣敗는 天然界의 公理라, 優劣의 道가 不一하나 단체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가 그 주요점이니, 단체협동이 곧 민족을 보전하고 독립기초를 공고케 하는 길이다. 大韓自强會日報 제5호, 柳求烈, “大韓自强會의 애국계몽운동”의 요약 인용. 우승열패의 진화론적 경쟁질서에서 열자, 패자가 되어 자연도태당하지 않으려면 공공적 관념에 기초한 단체결합으로 국가를 결성하기에 앞서 “국가관념”을 가지는 것이 민족을 보전할 수 있는 “保國, 保種”의 방책임을 장지연은 역설했다. 장지연의 근대국가관이 루소적 평민파나 사회계약설보다는 역시 불룬첼리의 국가유기체설에 바탕을 둔 국가로서, 민권신장을 역설하면서도 개명전제적 국가론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된다. 3) 애담․스미스의 ｢國富論｣的 자유경제사상의 선구 장지연의 언론과 대한자강회의 자강주의운동이 교육진작과 아울러 식산흥업의 상공업위주의 부강국형의 경제관을 내세웠으나 “강병”은 뒤로 물린 산업화지향의 자강경제관이었다. 장지연의 경제적 자강주의는 애담․스미스의 국부론의 요지를 청말 자강파의 논설에서 흡수하였다. 그의 부국자강의 경제관은 주로 그의 논설 “國家貧弱之故” 大韓自强會月報 제5호. 에서 애담․스미스(斯密氏)를 많이 인용하는데서 드러난다. 다시 말해서 상공업의 분업체계와 기업경영의 사상이 경제적 “식산흥업”의 자강주의이다. 이 논설에서 장지연은 벤담(邊沁氏)도 인용하고 있으나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의 공리주의가 강조되어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장지연이 지적한 우리나라의 빈약의 원인이 첫째, 부원(富原)이 두절되고 둘째는 놀고 먹고 재산을 축내는 “遊食耗財”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논설에서 “西人生計學家”의 학설을 인용하면서 “生利之人”의 범주에 생산흥업, 이재(理財)로 “生利”에 이바지하는 농공상계층을 주로 들고 간접적 生利者에는 상인, 군인, 정치가, 교육가를 들고 있다는 스미스의 견해를 인용하고 있다. 장지연에게 식산흥업은 “生利”요 놀고먹고 낭비하는 것은 “分利”이고 “耗財”이다. 애담․스미스의 국부론의 사상을 인용하면서 “生計” 즉 식산흥업으로 “生財”하는 것을 가장 권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놀고먹는 재물의 소모자가 적어야 부국이 된다는 것이 스미스의 국부론의 부국론이라고 이해했다. 개화기 우리나라의 현상은 유식(遊食)재화 소모자가 가장 많은데 그것이 관리이다. 이 지적이 스미스의 학설이 우리 한인의 고질병에도 그대로 해당된다고 했다. 이 논설에서 벤담의 학설을 인용하여 “英人, 邊沁氏-政府는 有害之物也”이지만 정부를 설치하는 것은 小害者로 大害를 제어하는데 있다고 하는 오늘의 “작은 정부”론에 동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식재화소모만을 일삼는 관료 등이 적어질 때 국가빈약을 벗어나 부국의 경제적 자강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는 자유경제의 고전파에 가까운 애담․스미스의 자유기업 경제관을 장지연의 경제사상에서 엿볼 수 있다. 양반독서층은 일종의 기생충이라고까지 극언을 서슴치 않으며 유식․모재(耗財)만 하는 낭비손재계층을 축소시키자는 것이 장지연의 “국빈론”의 대안이었다. 이 “국빈론”은 그 발상법에서 애담․스미스의 “국부론”에 대한 한국병적진단인 감이 없지 않다. 小結: 王朝史와 근대 민족사의 “Missing Link” 장지연으로 상징되는 개화기 언론활동은 1900년부터 1910년까지 대한제국기의 “민족지”언론으로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 독립신문 등이 관보가 아닌 민간신문으로 자유언론의 선구이다. 따라서 장지연의 언론은 근대 시민사회의 문명적 씨앗인 민족언론, “신사회”의 여론형성의 오피니언-리더였다. 따라서 장지연 언론은 왕조시대를 극복하고 근대민족으로 거듭나기 시작한 근대 민족주의의 “국가관념”과 새 조국에 대한 애국계몽에 힘썼다. 그러나 애국계몽의 규정은 장지연 언론과 대한자강회운동의 중요한 사상사적인 업적인 개화적 세계관의 패러다임전환, 즉 자강주의적 개화의 “신사사계몽”의 언혼을 왜소화시키는 불찰을 결과하게 된다. “개화”가 다만 수동적인 서구문물의 수용(洋務派)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진화론적인 “천연”의 우주 세계발전의 법칙을 인식하여 근대국가로 거듭나는 “대한”의 개화자강의 새로운 세계관을 세우는 자주적 국가창설운동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개화기 황성신문과 그 자강파 언론인들의 역사적 역할은 A. J. Toynbee의 역사개념을 빌려 “변압기적” 인텔리겐챠라고 규정할 수 있다. 하나의 변압을 다른 변압으로 변환시키는 것이 변압기이다. 인텔리겐챠는 제정 러시아시대에 처음 생긴 개념인데 대개 서구화과정에서 자국문화와 외래문화 사이에서 매개작용을 함으로써 두 가지 이질적인 문화중에 그 어디에도 자기 동일화하기 곤란한 소속불명의 고민과 주변인(Marginal Man)적인 열등감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토인비는 인도의 지식인 관료들이 영국에서 교육받고 돌아와 식민지 하급관료가 되어 종주국 영국에서나 인도 자민족 사이에서도 천시되는 정신적으로 불행한 존재였다. 그러나 장지연, 박은식, 신채호 등 유학독서인의 개화자강주의자들은 일본의 탈아론(脫亞論)적인 “脫亞入毆”의 일본형이 아니라 청말 변법자강파형으로서 오히려 민족주체의 자주정신의 뿌리가 뚜렸했다. 무국적의 무소속적인 “뿌리빠진(Uprootedness)" 인텔리가 아니라 장지연 등은 우리민족, 민족정신, 자기전통에 착근한 언론활동에서 민족적 정체성이 분명했다. 장지연 등은 국내에 있으면서 한학교양을 통해 서구의 사상, 제도, 문화를 한자문화권의 한문으로 수용하면서 변화발전의 신세계관을 “天이演化한다.” “自强不息” (易,乾) 또는 物競, 天擇 등으로 자연은 “天”이라 하고 도태는 “天擇”이라 하여 모두 한학적 교양의 바탕 위에서 서구사상을 번역한 것이다. 개화기 장지연 등의 언론은 문화수용의 “번역”언론인데 그 번역에서 주변인적 열등감의 극복이 가능했다. 장지연의 자강주의는 유학적 한문의 바탕위에서 서구 근대사상과 국가학, 경제학을 수용하면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에서 경쟁세계의 새로운 사조를 우리 민족에게 계몽했고 루소, 몽떼스뀌에, 블룬첼리 등의 사회사상을 받아들여 자유민권적 사회사상의 토대를 구축했다. 만일 한국 근대사관에서 장지연 등의 자강주의 운동이 무시되거나 과소평가된다면 우리나라근대 민족사의 전개과정에서 실하글 게승한 근대화의 자주적 도약대를 망각함으로써 왕조사와 근대 민족사의 고리를 잃어 버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Missing Link"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 된다. 사회경제사적 좌파의 한국 근대사연구에서 장지연 등의 자강주의 근대국가사상을 이른바 “브루조아 자유주의”라고 해서 과소평가한다면 우리 한국의 근대화론은 일제에 의한 근대화라는 타율적 강요의 식민사관 함정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것은 마치 마르크스 레닌주의가 제정러시아 말기의 서구파인 톨스토이, 체홉, 토스토엡스키 등의 러시아문학을 무시하는 과거허무주의의 오류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신일철(고려대 철학과 명예교수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장지연기념학술회의 2002. 11. 1 주제발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