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지역전문가'키우자 - 조건호
	2002-11-02
수출'지역전문가'키우자 중국이 우리나라의 두번째 교역상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대기업들은 중 국지역 전문가를 육성할 계획이라는 발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서 점에는 중국관련 서적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언론에서도 중국관련 뉴 스가 가장 빈번히 등장한다. 경제연구소들도 앞다퉈 중국관련 세미나 를 개최하거나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중화권 국가에 대한 수출 비중이 25%에 달하는 우리로서는 화류(華流 ) 연구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같이 편식(偏食)적인 지역 연구는 2010년에 G8 무역대국을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첫번째 교역상대국인 미국시장에 대한 연구는 물론이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일본 시장에 대한 연구도 비중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도 러시아 베트남 남아공 같은 신흥시장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해당 지역을 연구하는 전 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역현장에서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유럽이나 아프리카ㆍ중남미 시장을 개척하는 데는 이들 국가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그러나 실제로 이 같은 무역인력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고충이 있다. 무역업체들은 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고 해도 일반적인 자료는 국 내에서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지만 세부적인 시장 상황이나 구체적인 품목으로 들어가면 현지 정보를 제대로 얻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18세기 초 한중무역을 좌지우지했던 임상옥의 성공비결은 그가 중국 어에 능통하고 중국 상관행에 정통한 중국 전문가였기 때문이었다. 19세기 초 연해주를 무대로 활약한 무역왕 최봉준 역시 러시아어에 능통한 러시아 전문가였다. 한인 교포가 거의 살지 않는 노르웨이에 대한 라면 수출은 연간 130만달러가 넘는다. 이것은 교민 1호인 이철 호 사장이 현지인 식성에 맞는 라면을 개발하고 지역 정서에 적합한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출시장에서 지역전문가는 중요하며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개별 중소기업이 지역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적 부문에서 이같은 무역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국책 지역연구소가 신설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관련 국책연구소는 14개에 연구원만 1500명이 넘지만 정작 지역 연구에 특화된 연구소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에서 일부 연구를 수행하는 것을 제외하면 전무한 실정이다. 거시경 제지표나 제공하는 연구소가 아닌 업계가 필요로 하는 시장정보를 제 공하는 실질적인 지역연구소 신설은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둘째, 이미 배출된 지역전문 인력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체제와 재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종합상사의 현지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많은 분들이 퇴직 후 적절한 일자리가 없어 경험이 사장되고 있다. 이들의 풍부한 노하우와 경험 을 중소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지역대학원에서 배출된 인력뿐만 아니라 해외봉사단 , 청년인터넷봉사단, 교포2세 등 신흥 시장을 체험한 많은 젊은 인력 이 있다. 이들을 무역인력으로 재교육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셋째, 세계한상(韓商)대회의 활성화를 통해 한상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외에 약 6000만명의 화교가 살고 있 는 중국은 정부 주도 아래 91년부터 세계화상(華商)대회를 개최하고 이를 네트워크화했다. 그 결과 중국 무역의 39%가 화교기업간 네트워 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민 100년의 역사를 통해 560만명에 이르는 우리 해외동포들이 거의 전세계에 퍼져 있다. 누구보다도 현지 시장 동향과 현지인의 기호를 잘 알고 있는 동포무역인들이 이번 '제1회 세계한상(韓商)대회'를 통 해 우리 무역업계의 귀중한 무형자산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한상 네트워크가 조기에 정착해 우리 기업의 해외마케팅 에 도움이 되도록 범정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2001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수출상대국은 235개국이지만 이 중 연간 수출액이 1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가는 151개국에 달한다. 아직 까지 우리 수출이 확대될 수 있는 잠재 시장이 무궁무진한 것이다. 무역업계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지역연구가 풍부하게 이루어지고 다양한 지역의 전문가가 양성된다면 G8 무역대국의 달성시기는 보다 앞당겨질 것이다. 조건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매일경제 2002. 11. 2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