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략과 이민정책 - 김태기
	2007-04-11
국가전략과 이민정책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의 이중국적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 대통령의 발언은 비록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 협상에 묻혀 이목을 끌지 못했지만 현실화할 경우 그 영향은 FTA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사실 전세계는 이민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취업이나 투자·교육·결혼·의료·휴양 등 다양한 이유로 국경을 넘어서 거주지를 옮기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1년간 해외에서 거주한 사람을 이민자로 분류하는데 그 숫자는 세계적으로 2억명에 가깝다. 인구 기준으로 보면 그 규모는 중국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5위에 해당한다. 이민자의 숫자만 느는 게 아니라 이민자 가운데서 전문기술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정도인 무역 규모로만 보면 대단한 개방형 국가지만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로 개방 상태를 따져보면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폐쇄적이다. 다행히 폐쇄적인 이민정책도 인력 부족의 현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이민정책의 철학이 없다보니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취업이민의 경우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이른바 ‘3D업종’ 기피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의 취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을 찾은 취업이민자 대부분은 동남아시아 출신의 단순한 기능인력이며 불법 체류 문제도 일으키고 있다. 한국에 취업한 전문기술인력은 2만명 정도로 취업이민자의 5%에 불과하다. 그 중 50% 이상은 영어 등 회화교사이며, 정작 기술 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외국인 전문인력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 외국인 전문기술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반면 결혼이민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농촌 총각 10명 중 4명이 외국인 여성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러나 국제결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한 데다 결혼이민자와 그 2세를 돕는 지원 프로그램마저 부실하다. 이 바람에 가족 갈등을 겪는 커플이 늘어나고 있다. 선진국들은 고급두뇌를 끌어들이기 위해 이민의 벽을 허물고 있다. 국적에 관계없이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국가 발전의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외국의 고급두뇌를 가장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이 1960년대부터 유럽과의 국력 차이를 벌릴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미국이 유럽의 두뇌들을 미국으로 대거 유치한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그 당시 유럽의 이민정책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단순기능인력 부족을 타개하는 데 치중했고 그 결과 지금도 이민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일자리 사정이 어려워지면 단순 노무직을 중심으로 토박이와 이민자의 인종 갈등이 커지기 마련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럽은 물론 이민에 대해서 폐쇄적이던 일본도 전문기술인력의 이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은 1990년 외국인 전문기술인력의 이민 문호를 개방했는데, 그 후 전문직 이민자는 10년 만에 5배나 늘었다. 성장을 견인할 차세대 산업을 키우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국가적 과제다. 그 일환으로 이민정책을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부족한 단순기능인력을 메우는 정도의 수동적인 이민정책으로는 국력을 키울 수 없다. 산업정책이나 과학기술정책은 물론 사회통합정책 등 국가의 미래 차원에서 이민정책을 접근해야 한다. 기초 원천기술을 가진 고급두뇌부터 금융·법률·의료·교육 등 서비스 분야의 전문인력에 이르기까지 한국을 고부가가치 사회로 이끌 수 있는 외국인을 적극 유치하고 이들이 순조롭게 정착할 수 있는 국가적 노력을 체계화해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4. 1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