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을 위한 공무원의 행정도시 - 윤창현
	2007-02-07
공무원을 위한 공무원의 행정도시 어느 해 영국항공 경영진은 직원 복지 차원에서 배우자와 함께 휴양지까지 동행 가능한 항공권과 숙박권의 패키지를 제공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문제가 불거졌다. 여승무원들이 대거 지상근무를 신청한 것이다. 어찌된 일인가 보았더니 직원들이 회사가 제공한 패키지 덕분에 분위기 있는 외국의 휴양지에서 배우자와 함께 휴가를 즐기다가 대거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노련한 여승무원들이 한꺼번에 지상근무를 신청하자 회사는 부랴부랴 서비스가 미숙한 대체인력을 투입했고, 결국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면서 승객들의 항의와 불평이 이어졌다. 물론 다음 해의 회사 실적은 엉망이 됐다. 이런 제안을 한 경영진이 문책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어쨌든 한 수 앞을 못 내다본 몇몇 경영자의 단견이 직원은 기분좋게 했을지 모르지만 회사의 실적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행정도시 건설은 노무현 정부의 공약사항이었다. 선거 막판에 충청도 표를 의식하여 갑작스럽게 제시된 정책이었고, 이 공약으로 재미(?)를 본 정권은 엄청난 논란 속에서 수도 이전을 추진했다. 그러다가 이 조치가 위헌결정을 받자 다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라는 방법으로 도시 건설을 계속 추진했다. 기본적으로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이 조치에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도 곁들여졌고 수도권 과밀화 방지라는 효과도 덧붙여졌다. 이전을 하지 않으면 당장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고 각종 토론에서 격론이 이어졌다. 2012년 신행정도시가 완공된 이후 서울에서 이 도시로 출퇴근하는 공무원을 위해서 무료 통근버스와 전용열차를 운영하고, ‘가족간 격리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보전해 주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른바 ‘이전 공무원 복지대책’에 포함된 내용이다. 그러나 이렇게 제공되는 패키지를 보면 어쩐지 꺼림칙하다. 이전계획을 거론할 당시 수도권 인구분산 효과를 2030년까지 51만명, 교통비용 절감 효과를 연 1조1000억원 정도로 예측한 적이 있는데 난데없이 무료 출퇴근과 ‘가족격리수당’을 거론하고 있다. 무료로 출퇴근하게 되면 인구분산 효과는 별로 없어지는 셈이고, 교통혼잡 비용은 더 늘어나는 것 아닌가. 가족격리수당을 지급한다면 공무원 본인만 단신 부임하여 격리수당을 챙기는 동시에 공무원 주택 특별공급을 위한 법령에 따라 주어지는 공무원용 주택과 세제 지원을 누리면서 1가구2주택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혼자만 움직이게 되므로 인구분산 효과는 최소화된다. 이제 이 정책은 점점 황당해져 가고 있다. 또한 행정도시와 관련하여 풀린 보상금이 예기치 않게 서울 및 수도권으로 역류하여 부동산 상승의 원인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건교부는 토지보상금이 부동산시장에 유입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보상금 수령자뿐 아니라 그 가족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조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조사도 정기적으로 실시해 편법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보상금과 부동산 가격 상승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얘기다. 국가 재정을 사용하는 공무원들의 행태는 겁이 날 정도다. 이제 국민은 도시건설 비용에다 공무원의 출퇴근 교통비용, 격리수당, 그리고 공무원 아파트 건설비용까지 대느라 허리가 휘게 생겼다. 경영진의 황당한 결정으로 인해 직원만 행복해지고 회사는 힘들어지고 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과천청사를 리모델링하는 편이 낫겠다. 행복(行複)도시는 공무원들만의 행복(幸福)도시인가.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바른사회 상임집행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2. 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