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의 헌법 인식 문제있다 - 강경근
	2007-01-12
盧대통령의 헌법 인식 문제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연임’으로 바꾸겠다는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11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강행’ 의지를 밝혔다.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되는 것이므로, 이 헌법적 권한을 대통령이 행사하겠다는 것 자체가 흠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담화 내용으로 미루어, 대통령의 헌법관 내지 인식이 달랐다면 국민은 신년 벽두의 이런 제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노 대통령은 헌법은 국가와 공동체의 기본 규범이자 시대정신과 가치가 제도화된 틀이라 하는데, 이런 헌법 인식은 물과 기름 같이 서로 섞일 수 없는 개념을 같은 자리에 모은 모순된 헌법관이다. 헌법이 국가의 기본법이 되려면, 그 헌법이 인간의 자유와 행복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시장경제와 같은 입헌주의의 정신으로 찾아준 온 인류의 산물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과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헌법은 이른바 시대정신과 같은 그런 추상적인, 그때마다의 질서에 휘둘리지 않는 보편적 질서를 공동체에 세우고자 하는 제도화된 틀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그것이다. 그런 이해가 있어야 헌법은 당대의 정치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규범이라는 점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헌법을 시대정신의 제도화된 틀로 보면서 4년 연임제 개헌을 해야 한다고 하니, 국민의 입장에서는 개헌의 헌법적 정당성보다는 정치적 합목적성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한 노 대통령은 올해를 1987년 6월항쟁의 20주년이 되는 해, 6월항쟁의 결실로 개정된 현행 헌법이 시행된 지 20년을 맞는 해라는 점을 담화문 첫머리에 내세우고 있다. 이 점 역시 적절치 못하다. 노 정부가 그렇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헌법을 고치겠다는 자리에서는 시대정신이니 6월항쟁이니 하는 그런 용어는 삼가야 한다. 우리 현행 헌법은 전문에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는 것으로만 규정했다는 점을 재삼 확인할 것을 권한다. 대한민국헌법이 제정돼 지금까지 9차례의 개헌이 있어 왔지만, 국민이 그 주체가 돼 개정된 경우인 현행 헌법과 제2공화국 헌법의 예를 제외하고는, 헌법의 문제가 정치가의 면전에서 요리되는 거의 매 경우마다 헌정 질서는 왜곡돼 왔다. 개헌은 국민의 여망이 함께하지 않으면 개악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국민의 여론에 관계없이 4년 연임제 개헌안은 발의하겠다고 한다. 다음 정권에서 개헌을 하자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청와대는 ‘여론에 상관없이 개헌안을 발의한다’는 방침이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여론에 관계없이 개헌안을 발의한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라는 이 말은 참으로 답답하고 무서운 말이다. 잘못 전해진 발언이라고 믿고 싶다. 노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과 의무를 행사하지 않아야 할 명백한 사유가 없는 한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헌법이 부여한 개헌 발의권한을 행사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는 국민 다수의 지지가 없다면 개헌안 발의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말한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헌법 개정이 확정되려면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어떻게 여론의 지지 없이 헌법개정안을 발안하여 이를 추진하려고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의사표시는 진정으로 연임제 헌법 개정을 하겠다는 것인지의 그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헌법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1. 12 포럼